毎日経済新聞
2010.01.25
세종시에 G20 사무국을 세우자
이매뉴얼 패스트리치 우송대 아시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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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6개월 전만 해도 한국이 지금처럼 국제사회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리라 예상했던 사람은 드물었다. 비록 앞으로 부침을 겪는다 하더라도 한국은 세계의 중심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세계에 지배적인 초강대국이 없는 상태에서는 한국과 같은 유연한 중소 세력이 유리한 게 사실이다.
다만 한국은 세계의 중심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무엇인지 조심스럽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 EU처럼 대국(大國)으로 가는 과정에 있지 않다. 또 그들처럼 대국을 지향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대신 한국은 유교 전통 속에서 글로벌 역할과 관련한 모델을 찾을 수 있다. 과거 춘추전국시대에 주(周)나라가 그런 사례다. 주나라는 중국의 여러 국가 속에서 중심국가로 역할하면서 평화와 변영의 시대를 열었다. 군사력이나 막강한 경제력으로 힘을 유지한 것이 아니었다. 인접 국가들과 균형 잡힌 외교를 펼치면서 존경을 얻었다. 주나라의 역할은 `동등한 국가들 가운데 첫 번째`일 뿐이었다.
이러한 역할모델이 한국에 적절해 보인다. G20 시대는 지배력을 가진 한 나라가 독주하지 않는 유동적인 시대라 더욱 그렇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제국주의나 패권주의를 주창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아시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국가로 성장한 데다 국민들의 사고방식도 매우 긍정적이라고 전 세계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 세계는 한국을 대하는 게 편안하다.
한국 또한 강력한 기술력과 상업적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편안하게 대할 수 있다. 아직 개발도상국가 때 가졌던 문화와 관습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후진국 사람들도 한국 사람을 친근하게 대할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키르기스스탄이나 베트남과 같은 나라 구석구석에서 현지인과 말술을 마시며 관계를 쌓는다. 이런 유연성 덕분에 한국인들은 전 세계에서 친구들을 얻는 데 성공하고 있다.
중국 등이 한국 정책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 한국은 하나의 국가 발전 모델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스웨덴, 호주가 보여준 국가 성장 모델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한국 모델에 힘이 실리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미국인으로서 필자는 한국 기업인들의 노골적이고 단순한 매너에 종종 실망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먼저 고백해야 할 것 같다 . 그러나 그건 필자의 편견이었다. 찰스 다윈은 “가장 강하거나 가장 지적인 종(種)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가장 변화에 적응을 잘하는 종이 살아남는다”고 했다. 한국은 한국전쟁, 경제성장의 부작용을 겪어야 했기에 매우 유연한 국가로, 새로운 도전에 스스로를 끊임없이 다시 창조하는 국가로 성장했다. 그것이 바로 한국의 힘이다.
G20라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맞아 한국은 전 세계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데 적임자다. 혁신적인 동시에 글로벌 경제와 깊게 동화돼 있다. 다만 한국은 개방성을 유지하면서 다른 나라들과 평화를 지향해야 한다. 다른 나라와 적대적 관계 속에서는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한국 사람 누구나 깨달을 필요가 있다. 한국이 주나라처럼 조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은 숙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G20 개최로 여러 나라 정상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을 계기 삼아 G20 상주 사무국을 한국에 설립하자고 제안하면 좋을 듯하다. 특히 사무국을 세종시에 둔다면 세종시를 제네바처럼 국제도시로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아시아 시대를 맞아 그동안 스위스가 해온 역할을 한국이 당당하게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매뉴얼 패스트리치 우송대 아시아연구소장]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0&no=4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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