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현재 기로에 서 있다. 혁신적인 기술 개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디자인 창출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이 모든 것이 단지 일시적인 현상인지 혹은 장기적인 전환인지 불확실하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기업 이름으로 좋은 제품을 외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세상을 변화시킨 제품을 생산해 내지는 못하고 있다.
과거 한국은 세상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진 바 있다. 1372년 `직지심체요절`을 인쇄했던 세계 최초 이동식 금속 활자가 바로 그것이다. 안타깝게도 당시 금속활자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획기적인 혁신으로 나아가지 못했으며, 결과적으로 금속활자 기술 개발의 공을 고스란히 유럽인들에게 넘겨준 셈이 됐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세계로 나아가기를 주저한 결과 초래된 안타까운 역사적 사실이다.
염려되는 것은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1999년 싸이월드는 독특한 소셜네트워킹 경험을 제공하는 아바타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미니 홈페이지` 서비스를 창조했다. 당시에는 페이스북이 존재하지도 않던 때였다. 한국에서는 싸이월드의 국제적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했으며 이에 대한 투자 또한 전무했다. 싸이월드의 글로벌 버전이 늦게나마 개발됐지만, 기존 국내 싸이월드 회원과 이른바 일촌관계를 맺는 것이 불가능한 폐쇄적인 글로벌 버전이었다.
싸이월드가 주춤하던 사이 페이스북은 국제적인 인맥 서비스를 강화함으로써 소셜 네트워크 마켓을 장악했다. 이는 결코 페이스북 콘텐츠가 싸이월드보다 좋았기 때문은 아니었다. 굳이 지적하자면 싸이월드를 창조해내고 발전시켜 나가던 국내 개발자들이 싸이월드 가치를 글로벌 관점에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단순히 싸이월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와 같은 특별한 검색엔진이 존재한다. 검색 서비스 외에도 지도, 다양한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카페, 대화형 사전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어 외국 검색엔진 서비스에 비해 많이 차별돼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하나의 웹에서 검색, 뉴스, 소셜네트워킹까지 가능하도록 한 지능적 결합은 상당히 강력하며 효과적이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서비스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국내 포털 사이트들은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페이지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한국인들은 세계 최고 수준 검색 엔진을 개발하고 발전시켜 왔으며 양방향 공간을 제공하는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창조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지만, 이 모든 서비스는 사용자가 한국어를 모르면 전혀 활용할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개발자들은 이런 서비스들이 지나치게 `한국적`이어서 국제적인 서비스로 발돋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왔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넓고 기회는 무궁무진하다. 한국 포털서비스를 세계화하기 위해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언어 장벽 해소다. 영어를 포함한 다른 나라 언어를 지원해 한국어를 모르더라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세계 각국 전문가와 협력해 국내 서비스 장점을 살리면서도 외국 시장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개발자들은 수준 높은 혁신적 서비스가 잠재적인 글로벌 시장에서 지금보다 더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내 포털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전 세계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국제적인 관점에서 발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만열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http://news.mk.co.kr/column/view.php?sc=30500025&cm=%BF%C0%B4%C3%C0%C7%20%C4%AE%B7%B3&year=2011&no=615224&selFlag=&relatedcode=&wonNo=&s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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