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umanities as a Common Basis for Communication between People” (article in Korean in “The National Economy”)

Article in Korean on Emanuel’s work at Kyung Hee University and the Asia Institute published in KDI’s Journal “The National Economy. The interview focuses on the importance of the humanities in an age of rapid technological change.

February, 2012

Korea Development Institute “The National Economy”

“The Humanities as a Common Basis for Communication between People”

Korea Development Institute

KDI 한국개발연구원

월간 나라경제

2012년 2월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을 소통하게 하는 하나의 상식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학은 ‘상아탑’으로 불렸다. 학문과 진리를 탐구하는 지적 성취의 터전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지금, 대학은 취업 교육의 장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한다. 취업률로 줄 세워지고 돈 안 되는 학과들은 통폐합되기도 한다. 그 바람을 정통으로 맞은 것이 문학·사학·철학, 인문학 관련 학과들이었다.

최근 1~2년 사이 대학에 변화의 바람이 감지됐다. ‘융합’이라는 트렌드에 맞는 학과나 대학원의 신설도 눈에 띄지만, 무엇보다 교양교육의 복원이라는 흐름이 반갑다. 그 대표격인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인간다움, 인문과학을 뜻하는 라틴어 ‘후마니타스(humanitas)’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이 과정은 인문·사회·과학의 기본 교양을 쌓고 시민교육, 나눔, 사회봉사 등의 가치를 키우도록 구성돼 있으며, 경희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관문이다.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다양한 전공과 국적의 교수진을 자랑하는데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지난 학기까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디렉터로 활동했으며, 유창한 한국어에다 일본·미국 등지에서 비교문화학, 중문학, 언어문명학 등을 공부한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Emanuel Pastreich)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미국 지성의 산실이라는 아이비리그, 예일과 하버드에서 수학하고 미국과 한국 양국에서 교편을 잡았다. 얼마 전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 한국의 교육에 조언을 던지고 인문학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문학토양이척박한한국에서인문학자로살아가기란그에게과연어떤의미일까

인문학이라고 하면 거창하고 어렵게 들린다. 대체 인문학이 뭔가.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인문학은 인간과 인간 사이를 소통하게 하는 하나의 상식이다. 인문학을 왜 공부해야 하나. 대학생들만 해도 취업 준비로 눈코 뜰 새 없다.

아시다시피 과학기술의 발전이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전례 없는 속도다. 기술의 발전은 문화, 제도, 조직, 사고방식 등의 변화를 가져오는데, 이제는 인간의 사고방식이 기술 변화 속도에 못 미칠 때가 많다. 이런 경우 철학, 문학, 역사 등의 인문학이 그 격차를 좁혀주는 힘이 될 수 있다.

인문학이어떤식으로해답이있다는건지구체적으로말씀해달라.

인문학 교육이 이상론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사실 이건 현실적인 문제다. 이를테면 10년 후, 20년 후에는 기술의 발달로 많은 것을 기계가 대체할 것이다. 오늘 여기 사진가님도 오셨지만 사진촬영은 가까운 미래에 자동화될지도 모른다. 통역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그런 시기에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나? 문학이나 철학을 공부하는 게 오히려 나을 것이다. 인간만이 예술적 감각을 갖고 시나리오를 구상하며 작품을 만들고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래에인간에게필요한능력이무엇이라고생각하나?

세상은 무섭게 바뀌었고, 그 변화는 종종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이제 우리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예측하지 못했던 전환이나 위기에 빨리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상이나 어떤 일의 표면을 보고도 그 뒤에 숨겨진 뜻, 흐름, 추세를 추측하고 역사적인 사례와 비교하여 우리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알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글을 읽고 숨은 뜻을 파악하거나 이미지를 보고 분석하는 작업, 이 모든 것이 그런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교수님께서도자녀들을한국학교에보냈으니아시겠지만한국교육은주입식교육, 경쟁중심의교육으로알려져있다. 이러한교육풍토에서인문학교육이활발해지기란쉽지않다.

내 책에서 한국 교육에 대해 다룬 것도 아이들을 외국인 학교가 아닌 일반 한국 학교에 보내면서 느낀 바가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의 교육이 다 잘못된 건 아니다. 높이 평가할 부분도 많다. 다만 지식을 계통 있게 연결하고 활용하는 것이 부족하다. 한국에서는 초, 중, 고등학교 때까지 정보나 지식을 암기하고 시험을 보는 데 치중한다. 시험을 목표로 공부하다 보니 대부분은 단순 암기에 그치고 만다. 이런 단순기억은 쉽게 잊히며 시험이 끝나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체험을 통해 배운 내용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속으로, 숲속으로 나가보라. 거기서 동물과 나무, 물, 호수 등을 보라. 그리고 학교에서 배운 것을 실제 현장과 연결시키고 토론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장기적인 기억이 생겨 유효기간이 길어진다. 시험과 상관없이 지식과 정보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자기 안에서 이해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애플 DNA, 기술과인문학의만남(liberal arts & technology)’이라는화두가우리사회에서도이슈가되고있다. 이러한융합움직임에대해서는어떻게생각하나.

기술의 발전이 단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융합은 매우 중요한 이슈다. 과학기술의 발전 경향은 사람과 사람 사이, 넓게는 우리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액체화’라는 단어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 즉 기술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면 거기에 영향을 받는 인간의 조직이나 문화에도 ‘흐르는 경향’이 생길 것이다. 우리가 흔히 정부나 기업, NGO 등의 조직은 몹시 견고하다고 여기지만 지금은 많이 말랑말랑해진 편이다. 빠른 변화에 대응하다 보니 그렇다.

요즘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게 융합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아 잠깐 소개해볼까 한다. 조선시대는 내게 매력적인 시기다. 그래서 18세기 조선을 어떻게 알릴까 궁리 중이다. 아마도 학제 간 연구방식이 가능하리라 본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안에 문학, 예술, 역사 등 여러 분야의 자료를 입력하면 복합적인 재현이 가능하다. 단순히 고전문학을 통해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측면을 보여줄 수 있다.

또한 DNA나 세포의 구조를 분석할 때도 이를 시각화하는 작업은 생명공학 전문가가 아니라 미적 감각이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공동작업, 융복합 흐름이 연구에 훨씬 효율적이고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인터뷰 말미, 임마누엘 교수는 마시던 잔을 들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이건 내가 디자인한 마크입니다. 대전의 환경을 생각해서 만들었지요. 대전의 3개 하천과 자연을 나타낸 것입니다.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그러고 보니 찻잔에는 대전(大田)과 삼천(三川)이라는 한자가 그림과 함께 새겨져 있다. 컵 말고도 연구실에는 직접 디자인했다는 로고가 여러 개 걸려 있었다. 대전은 한국으로 건너온 그가 처음 정착한 곳이다. 그는 경희대로 옮긴 뒤에도 ‘아시아 연구소(The Asia Institute)’의 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아시아 연구소는 아시아 지역 연구소들 간의 공조를 조율하며 금융위기, 지구온난화, 에너지 및 기술의 사용 등 기업과 정책에 관한 현안을 다룬다고 한다. 이처럼 그의 관심사와 활동은 인문학을 날줄로, 국제관계, 기술정책, 국제공동연구 방법론 등을 씨줄로 짜여 있다.

몇몇 질문에는 머리를 감싸고 “어려워요!” 하며 탄식하다가도 인문학에 대해 묻자 그의 한국말이 빨라졌다. 한국과 미국의 차이점을 묻는 몇몇 질문에는 말을 아끼면서, 주저하듯 내놓는 충고 앞에는 한국의 장점을 주석처럼 달았다. 아, 소개가 늦었다. 그의 한국 이름은 이만열(李漫烈)이다.

양은주 기자

http://epic.kdi.re.kr/nara/nara_menu1_view.jsp?num=8180&yearmonth=201202&cod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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