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us Permit Imagination!” Kookmin Ilbo Newspaper
February 6, 2012
This article argues that in Korea there are plenty of extremely creative people. The problem is simply that organizations do not let them realize their potential.
국민일보
2012년02월06일
“상상력을 許하라!”
이만열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낡은 도시 잠재력 깨우려면 행정·정치가 예술가의 창의력 발휘를 뒷받침해야 한다”
한국으로 이사 온 지 5년이 넘은 지금, 한국인들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에 새삼 놀라고 있다. 한국인들이 경제적인 성취와 더불어 정치적인 발전까지 이뤄낸 것은 동서고금에서 보기 어려운 사례다. 최근에는 한류라고 해서 문화적 차원에서도 획기적인 성공을 예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들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가 된다. 그러나 의외로 다른 선진국에서는 흔하게 진행되는 일들이 한국에서는 매우 어렵게 진행되는 것도 적지 않다. 그런 것 중의 하나가 상상력의 문제다.
대전에서 몇 년을 살면서 대전 발전에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연구하고 나름대로 발전 방안을 정리해 제안한 적이 있다. 그때 한국 사회에는 상상력을 제약하는 요소가 존재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대전 대흥동 지역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공간이고 1980년대 일본 하라주쿠를 보는 것 같다. 연구단지의 과학기술도 훌륭하고 지식도 넘쳐난다. 시청에는 훌륭한 공무원이 많다. 세계적인 도시가 돼야 마땅하고 세계인들이 즐겁게 방문하는 곳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지역이 세계적인 도시로 자리매김했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거리에는 도시의 품격을 저하시키는 요소가 있다. 현수막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흥동에서 보는 현수막은 미적 감각이 부족하고 도시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로, 상상력의 빈곤을 보여준다. 엑스포과학공원이나 대전 동구 지역도 마찬가지다.
도시 자체가 스스로의 발전을 위한 인적, 지적, 물적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데도 상상력의 빈곤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공공기관 영역과 민간 분야에서 상상력이 뛰어난 인물들이 그 도시 또는 제품을 기획하는 결정 과정에 결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반대의 사례, 즉 도시 발전에 필요한 요소가 적절하게 결합함으로써 성공적인 변화를 이뤄낸 곳이 뉴욕의 소호 거리다. 본래 공장과 창고밖에 없던 곳에 예술가들이 입주하면서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떤가? 활력이 넘치는 공간이 됐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도 도시가 가진 잠재적인 능력을 활용해 도시 발전에서 성공한 사례가 많다.
도시에서 보는 건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재미없는 건물과 재미있는 건물이다. 재미없는 건물은 박스(Box)에 불과하지만 재미있는 건물은 그 자체로 콘텐츠(Contents)가 된다. 박스는 단순한 상업적 가치만을 보유할 뿐이고 건물 가격은 상업적 가치로 결정된다. 그러나 콘텐츠는 상업적 가치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문화적 가치가 추가된다. 결국 건물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넓히면서 건물 가격도 크게 높아진다. 박스를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서는 예술가가 결합해야 한다. 낡은 건물을 부수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흥미로운 상상력을 발휘해서 수리를 한다면 재미있는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 예술가들에게 건물을 주고 동네를 재미있게 만들어 달라고 하면 불과 한 달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창의적인 정책을 과감하게 도입하는데 필요한 것, 즉 효율적인 행정 절차와 생산적인 정치논의 구조다. 낡은 동네와 건물을 예술가에게 맡겨 새롭게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려면 행정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 지역 주민들의 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고 생산적인 협의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정치적 관행이 존재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잘못 운용되면 합리적인 토론은 불가능해진다. 그러면 예술가들이 낡은 동네, 낡은 건물에 들어갈 수 없고 전향적인 도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상상력의 격차는 현실이 되고 거리의 볼썽사나운 현수막이 반복될 뿐이다. 빈부 격차보다 더 심각한 상상력의 격차가 만들어내는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관리나 정치인들은 예술가들이 마음껏 창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적의 여건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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