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rcles and Squares

Insights into Korea's Sudden Rise

“한국의 루이비통`을 기다리며” 한국경제신문

 

한국경제신문

2012년03월 09일

“한국의 루이비통`을 기다리며”

이만열(임마누엘) <경희대 교수•비교문학

한국인은 생명공학이나 전자공학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그 시장이 결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고 또 한국이 잘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 말고도 한국이 성공적으로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오늘날 세계 시장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품목이 명품이다. 특히 빼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의상이나 구두, 시계, 넥타이, 스카프, 그리고 가구 등의 품목이 그것이다. 단지 호텔이나 공항에 가서 한번 둘러보기만 해도 명품 시장이 얼마나 강력한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시장은 현재 프랑스, 이탈리아가 압도한다. 그러나 우리가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반드시 이들 나라의 압도적 강세가 영원할 것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

한국은 최근 들어 문화 분야, 예를 들어 음악, 영화, 전자제품, 화장품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에서 대단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이나 현대가 많은 나라에서 최고 품질을 보여주는 상표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명품에 관한 한 그 정도 수준에 오른 브랜드는 없다. 사실 한국이 샤넬이나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아르마니 정도의 브랜드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농담 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것은 단지 의지와 방향 설정의 문제라고 본다. 한국이 과연 명품 시장에서 틈새를 찾아내고 상당한 이익을 낼 만한 역량이 없을까? 명품 강국이 되기 위해선 현재 프랑스, 이탈리아가 장악하고 있는 바로 그 시장에 들어가서 이탈리아를 대체하기 위해 여러 가지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현명한 전략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에 뒤늦게 진입해서 외국의 선도 기업을 추종하기보다는 한국이 스스로 창출해 내고 확장시킬 수 있는 새로운 명품 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 양상을 보면 한국 기업들은 나름의 브랜드를 설립하기는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명품을 복제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이기기 어려운 게임으로, 쉽게 말해 방향 착오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한국이 한국적 모델에 바탕을 둔 명품 개발에 착수하는 것이야말로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이 시장은 아시아의 특성이 살아있는 모델에 기반을 둔 호화 의상과 가죽제품, 구두 등이 될 것이다. 앞으로 5년이나 10년 이내에 최신 유행의 고급 여성복에서 중요한 아시아 계통의 디자인 주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잘 팔리는 가방과 의상, 벨트, 구두 역시 아시아의 전통적 형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담고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 추세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감지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소극적인 상황이다. 만약 한국이 더 높은 세련미를 발휘하고 서양식 모델의 모방이 아니라 한국식 모델로 더 높은 품질의 기능을 첨가할 수 있다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

우리는 한국이 두드러지게 잘하는 수공예 분야를 골라서 호화상품 시장으로 진출시킬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은 한국인이 그런 전통적인 수공예의 가치에 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있어야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한복, 특히 아름다운 자수를 새겨 넣고 의상을 들고 다닐 때 보자기를 사용하는 전통 등은 국제 시장에서 호화상품으로서 분명히 잠재력이 있다. 적절한 디자인과 마케팅이 뒷받침된다면 약간 수정된 여성 한복은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복을 잘 만드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한복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것을 디자인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런 것은 전통 문화의 유지를 위한 현대적인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일단 이미지가 형성되면 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국이 명품시장에 진입하고 또 장악할 수 있는 잠재력은 현실성이 높다. 결국 문제는 한국인이 전통적 문화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편견을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만열(임마누엘) <경희대 교수•비교문학 epastreich@khu.ac.kr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2030966761&intype=1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