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rcles and Squares

매일경제신문

2012년 5월 2일

“한옥, 세계 최고상품 될 수 있다”

한국은 생명공학이나 전자공학, 신소재와 나노 기술 등에서 첨단을 달리고 있고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 한국도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기술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한국 전통 가옥인 한옥 건축과 관련한 전통적인 목공과 설계 기술이다. 젊은 사람들은 새로운 과학기술이 각광을 받는 시대에 과거 기술 분야가 인기를 끌 만한 직업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옥 기술에 대한 투자가 지금 한국 경제 발전 단계에 꼭 필요한 것이라는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세계 젊은이들에게 각광받기 시작한 한류가 문화적 정체성에 관한 새로운 관념을 주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어떤 집을 만들어야 할 것인지, 어떤 옷을 입어야 할 것인지, 또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세상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에 대해 영향력을 미치지는 못하는 것이다.

한옥의 특징들, 예를 들어 종이벽을 감싸는 색칠하지 않은 원목의 편안함, 자연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외형, 방문객들로 하여금 한옥이 가진 멋의 깊이를 천천히 발견하게 해주는 인간 친화적인 디자인, 이런 요소들은 현대 한국 건축물에서도 앞으로 많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초고층 건축물에도 한국적 요소를 성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매우 독특한 멋을 안겨줄 것이다. 한옥의 현대적 적용은 한국 건축을 우뚝 서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한국 건축은 디자인과 멋, 감성 측면에서 전 세계 표준을 설정할 수도 있다.

상상력을 사용해 본다면 현대 고층 건물에 한옥이 갖고 있는 심미적 원칙들을 고려한 호젓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고층 건물 가운데 한 층을 정원으로 분리되는 조그만 한옥 공간으로 꾸며볼 수 있다. 그러한 독특한 디자인은 현대 건축물에 새로운 생동감을 주는 방식으로서 한국 전통 건축 개념을 되살릴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한옥 건축물은 전 세계 도시 기획이나 디자인에 영감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가 강조한 `소프트파워 외교`를 보면 한옥은 한국 외교의 중심이 될 수도 있다.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 7년간 교수를 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 있던 일본관(Japan House)이 그 사례다. 일본관은 일본 전통 문화를 미국 사람들에게 전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찾아온 이들은 일본관에서 다도에 대해 배우고 일본의 아름다움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동네 주부들도 일본관에서 모여 일본 예술과 문화, 미학, 미적 감각에 대해 토론한다. 일본관은 미국인들에게 일본이라는 존재, 즉 철학과 생활 관습, 그리고 영적인 계몽이라는 차원에서 영감을 주는 하나의 원천으로서 일본을 가장 깊은 차원에서 알려주는 중요한 일을 수행한다.

세계 곳곳에 한옥을 지으면 한국 전통 문화와 가치가 전달되는 곳이 될 것이다. 모스크바, 파리, 런던, 도쿄, 방콕, 시카고에 한국관이 있어서 어린이들이 그곳을 방문해 한국 문화를 배우고 주부들이 모여 한국 전통을 경험하고 보통 사람들이 한국 문화에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 그 영향력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정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에 대한 재평가도 유발하는 등 상황 변화를 유도할 것이다.

외국에 이미 많은 코리아타운이 있지만 그것은 한국인을 위한 공간이다. 외국인들이 그곳에 간다면 한국 음식을 먹거나 한국산 물건을 사기 위해 가는 것이다. 한국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은 없다.

한옥 기술에 대한 투자부터 시작하자. 그래서 한옥 건축가가, 특히 젊은 한옥 건축가가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하자. 이들을 전 세계에 파견해 한옥을 짓고 보여주고 한국을 느끼게 하자.

[이만열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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