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이유 70] 임마누엘교수의한국표류기” 환경연합 함께 사는 길

함께사는

환경연합

2012 11

 

희망의이유 70] 임마누엘교수의한국표류기

 

photo 3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49세) 씨는 어려서부터 슈퍼맨보다는 공자, 맹자에 더 끌렸다. 그들의 사상과 가르침을 배우고자 스물두 살의 임마누엘은 눈앞에 높인 쉬운 길을 포기하고 대만으로 건너갔다. 영어를 내려놓고 그 나라의 말과 글을 배우고 그 나라의 말과 글로 그들의 가르침과 사상, 고전문학들을 알아갔다. 그래도 부족했던지 그는 대만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의 고전문학과 문화를 배웠다. 일본을 거쳐 한국을 찾은 그는 박지원의 소설을 읽고 정약용의 사상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국을 마음에 담았다. 20대를 대만, 일본, 한국에서 보내고 서른두 살 임마누엘 씨는 미국으로 돌아가 그가 배운 것들을 펼쳤다.
그리고 어느덧 중년의 신사가 된 그는 한국을 다시 찾았다. 젊은 날 그가 배운 한국의 고전문학과 전통을 한국 학생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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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에서이만열로
사실 젊은 날,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한국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나 매력 때문은 아니었다. “특별히 한국과 인연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김치를 많이 먹었던 것도 아니고 태권도도 몰랐어요. (웃음) 고전문학과 동양사상에 대해 관심이 많아 중국과 일본의 고전소설을 비교 연구했어요. 그러다 두 나라 사이에 있는 한국도 연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오게 된 겁니다.”
한국과의 첫 인연은 별로 특별할 것이 없지만 한국 유학 시절 한국인 아내를 만나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장인어른에게 ‘이만열’이라는 한국이름도 얻었다. 무엇보다 한국의 고전문학과 전통에 대해 한국어로 술술 설명을 하는 그는 한국인들을 부끄럽게 만들 정도다. 특히 다산 정약용과 연암 박지원을 좋아하고 지난해에는 연암 박지원의 단편소설들을 영어로 번역해 책을 내기도 했다. “박지원의 작품은 서민, 거지, 미망인, 하층관리인들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많아 상당히 매력적이에요. 한국에서 거지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은 아마도 처음이었을 거예요. 그 당시 소설을 통해 사회를 혁신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문학 활동을 통해서 사회적인 전환, 사람 의식을 바꾸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봅니다. 미묘하지만 지식층들이 그의 소설을 읽고 서민을 보는 시각에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소설 자체도 재밌고 전략도 재미있어요.”
한국에서 생활한 지 5년째, 여전히 불편한 점이 있지만 그래도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그 누구보다 높다. 환경에 대한 관심도 크다. 현재 환경연합 국제협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다른 나라에 우리의 환경문제와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해외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있다. 지역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특히 대전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2007년 우송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한국을 찾게 된 그가 처음 한국에 터를 잡고 산 지역이 바로 대전이다. 그는 4년 정도 대전에 살면서 대전을 생태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대전은 밭과 강을 기반으로 한 도시에요. 하지만 일제 강점기부터 생태를 무시하고 도시를 직각으로 계획하면서 원래 모습이 많이 사라졌어요. 그래서 대전을 흐르는 세 개의 하천, 대전천, 갑천, 유등천을 중심으로 나무와 숲을 살려 대전을 생태도시로 만들자는 활동을 대전환경연합과 함께 했었어요.” 그는 직접 대전의 세 개 하천을 심볼로 만든 이미지를 만들고 이미지가 담긴 버튼과 머그컵을 제작해 대전의 생태도시를 홍보할 만큼 적극적이다. 지난해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교양대학) 교수로 부임하면서 서울로 올라왔지만 대전에 대한 애정과 생태도시의 꿈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조선에서배우자 
한국판오래된미래
그가 한국에 온 지 5년. 4대강사업의 시작과 논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한국의 핵 반대 운동 등 크고 작은 상황을 지켜본 그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은? “한국이 특별히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많아요. 핵심은 전통적인 생활방식의 변화 때문이에요. 옛날 사람들은 조그만 방에서 하루 종일 책만 읽어도 행복하게 지냈어요. 하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은 방에서 한 시간도 못 참아요. 무엇인가를 소비해야 해요. 정신이 없는 문화가 되어버렸어요. 4대강사업이나 다른 환경문제는 사실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요. 정신없는 소비문화가 가장 큰 문제에요.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고민이에요.”
그는 뭔가가 생각난 듯 책 하나를 꺼내온다. 『FARMERS OF FORTY CENTURIES』란 제목의 영문 책이다. “미국의 농업경제학자가 100년 전에 한국을 방문하고 낸 책이에요. 내용을 보면 한국은 생태를 완벽하게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어요. 당시 미국은 잘못된 농업생산으로 생태나 토양을 잘 유지하지 못했어요. 토양이 멕시코만으로 쓸려나가 대단히 위험했어요. 그래서 작가는 한국의 유기농업을 배우자고 했어요.”라며 책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전통을 재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독일이나 핀란드 이야기를 해요. 하지만 실제로 100년 전만 해도 한국은 환경선진국이었어요. 도시에서도 거의 100퍼센트 재활용되었어요. 근교에서 먹을거리도 해결했고 모든 제품들은 재사용되거나 폐기될 때도 자연분해되었어요. 농업제도, 도시운영, 쓰레기 처리, 물 처리 등 지속적인 발전면에서 완벽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당시엔 기술이 없었으니 위생적인 문제가 있었어요. 독일이나 핀란드의 선례가 아니라 원래 있었던 한국의 전통을 살리는 것이 효과 있고 의미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지속가능한 사회의 방향을 한국의 과거에서 찾자는 그다. 도시계획도 마찬가지다. “풍수는 근대화 과정에서 많이 왜곡되었어요. 지금은 묘지의 방향을 정하거나 미신 정도로 이해되고 있지만 원래 풍수는 도시계획을 세우거나 집을 지을 때 바람과 물의 흐름에 따라 바깥과 안이 호흡할 수 있도록 활용한 것입니다. 지금은 집이며 도시며 전혀 자연과 호흡이 되지 않고 있어요. 무엇보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계획했어요. 하지만 현재 한국정부는 5년 정도만 내다보고 계획하고 있어요. 원자력 문제도 마찬가지에요. 당장은 원자력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한반도에서 50년 100년, 1000년을 산다면 원자력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핵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환경문제와 미래사회는 과학적 기술 개발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부분적으로는 동의합니다. 생명공학이나 전자공학이 환경문제에 일부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한계가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만이 기술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유기농업도 기술이고 풍수도 기술입니다.” 무엇보다 사람의 의식이 바뀌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 “사람의 의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4대강사업은 사람들이 인공적인 자연을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입니다. 많은 경우 서울에서도 대전에서도 친환경적인 도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녹지가 30~40퍼센트가 되면 시골이라고 사람들이 싫어합니다. 그런 의식과 심리를 극복해야 합니다.”

 

한국의대표정신은선비정신에서찾자 
유창하지는 않지만 또박또박 한국어로 우리나라 전통의 우수성과 중요성, 지속가능한 한국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그에게서 한국인보다도 더 한국을 잘 알고 사랑하는 게 전해졌다. 그는 조선의 선비를 닮고 싶다고 했다. “예전에는 윤리학,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을 공부하고 자신의 지혜를 실천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관료들이나 책임을 맡은 사람들은 윤리학부터 시작했어요. 그런 점 때문에 대학 때부터 서양의 영웅보다는 동양의 학자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엄밀하게 정의하면 다르지만 제가 생각하는 선비는 학문하면서 사회에 대한 책임도 갖고 있고 문학, 예술을 통해 표현하고 실천하는 사람입니다. 한 마디로 선비는 책임감 있는 지식인입니다.” 이어 “미국이나 한국이나 교육을 많이 받고 혜택도 많이 받으며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은 사회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요. 자기만 잘 살면 된다고 착각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이 시대는 선비정신에 주목하고 있어요. 또 일본에는 사무라이 전통이 있듯 각 나라를 대표적인 전통이 있어요. 한국은 삼성, LG, 현대 등 상품이 대표적인 이미지에요. 선비가 한국을 대표적인 정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인다.
그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기계가 아닙니다. 그 속도를 쫓아갈 수 없어요. 그리고 지금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이 언제 또 바뀔지 모릅니다. 차분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그동안 배운 지식을 토대로 나와 사회, 세계의 미래를 예측하고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친구와 진지하게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지금 여러분에게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글 박은수 기자 ecoactions@kfem.or.kr
사진 이성수 기자 yegam@kfem.or.kr

http://www.hamgil.or.kr/

One response to ““희망의이유 70] 임마누엘교수의한국표류기” 환경연합 함께 사는 길

  1. 박경호 December 14, 2012 at 12:28 am

    생태도시 그리고 선비정신이 필요합니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이 거대한 소비문화에 맞서기에는 어쩌면 달걀로 바위치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의 주장에 동의하고 이를 실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미약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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