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2013년 3월 07일
강진욱 기자
‘다른 대한민국’ 꿈꾸는 임마누엘 교수
“내·외국인 구별 없이 나라 발전에 필요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습니다.”
올해부터 경희대 국제대학원에서 한-중-일 3국 문화와 동아시아학을 강의하는 이만열(미국명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49) 부교수는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인이면서 한국인으로 살고 있으니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진로를 모색하는 의미에서 책을 쓰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책 제목이 ‘다른 대한민국'(가제)이다.
이 교수는 지난 2년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올해 이 대학 국제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기며 부교수가 됐다. 그는 “한국에 온 지 6년 만에 비로소 전문가로 대우받는다는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미국 예일대 중문과를 나와 일본 도쿄대 대학원과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각각 비교문화학과 동아시아 언어문명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고 1998년부터 7년간 일리노이대에서 동아시아학을 강의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를 동아시아 전문가가 아니라 한국말 조금 하는 외국인 교수 정도로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가 ‘다른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지금도 그는 매달 한 차례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이 주최하는 ‘베세토(BeSeTo)’ 모임에 참석한다. 베이징-서울-도쿄의 머리글자를 혼합한 베세토는 한-중-일 3국을 비교 연구하고 논의하는 모임이다.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가 아니더라도 한국이 직면한 여러 문제를 풀려면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일궈나가는 다문화 공생 사회를 지향해야 합니다. 진정한 다문화는 내·외국인 구별 없이 개개인의 자질과 소양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겁니다.”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태어난 그가 한국에 와 다문화가정을 이룬 것은 “학문적 열정에서 시작된 동아시아 탐색 과정”에서 비롯됐다. 그의 집안 내력에서도 ‘다문화 공생’의 전통을 읽을 수 있다.
아버지는 유대계 미국인으로 유럽 고전음악을 전공했고 어머니는 프랑스계 룩셈부르크인으로 미국에서 불어를 가르쳤다. 외할아버지는 독일계 룩셈부르크인이었다.
이 교수 역시 부모의 영향으로 유럽문화에 심취했지만, 우연히 접한 중국문학과 한자를 통해 동양에 매력을 느꼈다.
이어 중국 및 일본과 빈번하게 교류하던 조선을 알게 되자 한국에 대한 관심이 싹텄다. 1995년부터 2년간 서울대 중문과 대학원연구생으로 한국에 머물며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익혔다.
중국이나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교수를 지내는 이유를 묻자 그는 “1996년 한국인 부인을 만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한국이 다문화사회를 일구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그가 한국에 온 2007년 우리 사회에서는 ‘다문화’를 둘러싼 논의가 분분했다.
그러나 그 역시 다문화가정을 구성하는 다른 외국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 교육문제에 관해선 고민이 많다.
처음에는 두 자녀에게 한국 이름을 지어줬고 학교에도 그 이름으로 입학했지만 이내 미국 이름으로 바꿔야 했다.
“미국인이 왜 한국 이름을 쓰느냐”며 의아해하는 친구들 때문에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최근 한국 정부나 학교당국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배려하고 있어 다행스럽게 여긴다.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몽골 선생님 지도로 다문화수업이 진행되는 등 외국인 부모를 둔 아이들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국인 아이들과 구별하려는 의식은 여전합니다. 그래도 ‘외국인 아이’라는 말보다는 ‘다문화가정 아이’라는 말이 더 중립적으로 들리더군요.”
다문화가 공생하는 ‘다른 대한민국’을 꿈꾸는 미국인 교수 이만열 씨.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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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다문화 정책이 시행된지도 꽤 오래된것 같습니다만 여전히 많은 문제와 갈등이 있습니다. 저는 한국어 강사가 되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융합하여 행복하게 잘 살수 있는 대한민국이 될수 있도록 미약하지만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이교수님께서도 이미 많은 부분에서 한국인화 되셨겠지만 한국인들을 더 많이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