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3년 3월 26일
김경은 기자
“글로벌 리더? 동네 일부터 챙길 줄 알아야죠”
벤저민 바버 교수, 국제화 교육 강연서 “시야 좁혀라” 주문
“자녀가 세계와 소통하는 글로벌 리더십을 갖추길 바란다고요? 그렇다면 아이가 싸이의 노래뿐만 아니라 정의·시민의 책임·기후변화·환경 문제를 국제적 차원의 이슈로 파악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특히 기후는 내가 살고 있는 마을 단위에서의 작은 노력만으로도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정치이론가인 벤저민 바버(Barber·74·사진) 메릴랜드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가 한국에 왔다. 서방세계의 대(對)이슬람 정책 등 국제정치 문제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바버 교수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냈다. 1996년 종족주의와 글로벌리즘의 충돌을 파헤친 저서 ‘지하드 대(vs) 맥월드’는 훗날 9·11 사태를 예견한 책으로 평가받았다.
25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아시아 인스티튜트(소장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시 경희대 교수) 초청으로 ‘국제화 교육’에 대해 강연한 바버 교수는, “당신의 시야를 전 세계에서 국가, 국가에서 도시로 압축하라”고 주문했다. “도시는 우리가 사는 동네죠. 그런데 이 도시는 전쟁과 평화 같은 거대담론을 고민하는 국가와 달리 지하철을 운영하고, 학교를 관리하고, 가스와 전기를 감독하는 등 일상의 잡다한 일들을 매일 해결합니다. 개념을 실천으로 옮기기에 딱 좋죠.” 바버 교수는 “자녀를 교육할 때 자동차 대신 자전거에 태우고 동네를 돌면서 이산화탄소와 공기오염에 대해 얘기해보라”며 “그 순간 아이는 자기가 사는 곳의 공기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친구와 이웃·국민의 건강까지 고려하게 된다”고 말했다.
바버 교수는 로스앤젤레스(LA) 시의 이산화탄소 배출 줄이기 계획을 예로 들었다. “이산화탄소의 대부분이 자동차가 아니라 항구에서 배를 운영할 때 나온다는 걸 아십니까? LA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절반이 항구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된 시장은 5년 계획을 세우고 실천했지요. 큰 배가 항구로 들어올 때에는 기름을 때는 엔진을 끄고 전기로 가동해야 한다는 규정을 새로 만들었고, 운송 트럭도 하이브리드 엔진을 써야 한다는 법을 세웠고요.” 그 결과 LA는 1년 만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했다.
국제화 교육에 대한 바버의 해법은 간단했다. “자녀들이 하는 얘기를 잘 들어보세요. 아이들이 유행하는 노래, 유명 축구선수만 알고 더 높은 차원에서의 세계적 협력, 공동의 가치는 모를 수 있어요. 다행히 아이들은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를 잘 다룹니다. 그 도구들을 활용한다면 세계와 소통하는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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