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을 넘어서려면 한국의 오랜 전통을 알릴 수 있는 콘텐트가 필요하다” (뉴스위크)

뉴스위크

2012년 4월 22일

“’강남스타일’을 넘어서려면

한국의 오랜 전통을 알릴 수 있는 콘텐트가 필요하다”

(원문)

EMANUEL PASTREICH

한국은 놀라운 경제개발을 이룩했지만 대다수 미국인은 아직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잘 모른다. 필자 같은 40~50대 미국인들은 TV드라마 ‘매시(MASH, 야전 외과병원)’를 통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확립했다. 한국전쟁 중 의정부의 한 군인병원에서 근무하던 외과의사 및 병원관계자의 모험담을 그린 드라마다. 1972부터 11년간 방영된 ‘매시’는 당시 미국에서 큰 인기였다. 문제는 극중 한국인이 대부분 진실하지만 무지한 농부로 묘사됐다는 점이다. 지식인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다수 미국인에게는 최근에 방송되는 한국의 모습보다 그 드라마 속 이미지가 더 강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한국은 난폭한 택시가 가득하고 마닐라와 하노이 못지 않게 길거리가 혼잡한 나라다.

가장 심각한 오해는 한국이 1980년대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기 전까지 무지한 농부로 가득한 나라였다고 여기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인식은 미국인에게 한국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설명하는 한국인 때문에 더 굳어졌다. 많은 한국인은 종종 한국이 아무런 배경도 없는 상태에서 50년 만에 IT강국이 된 듯이 이야기하곤 한다. 이런 줄거리가 외국인에게 인상 깊게 들리기는 하겠지만 동시에 한국이 1952년 문화와 교육 측면에서도 열등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국은 아주 오랜 학문적, 예술적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1830년대까지는 학문적으로 일본을 앞섰다. 가난에 허덕이던 한국전쟁 당시에도 한국에는 고학력 지식인이 적지 않았다.

이같은 편견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외국인에게 한국의 지성과 미학, 철학 등 전통을 총체적으로 소개하는 일이다. 한국 홍보가 아무런 철학도 담겨 있지 않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새로운 한국학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미국 대학 내 한국학 교수진을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겠지만 그보다는 한국을 제대로 소개하는 책을 써서 미국인이 읽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이런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에즈라 보겔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 ‘1등 국가 일본(Japan as Number One)’이 1979년 출간되면서 미국인들은 값싼 장난감이나 만들던 나라로 치부했던 일본을 재평가했다.

하지만 보겔 교수의 저서가 나오기에 앞서 일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자극하는 단계가 있었다. 바로 소설이다. 소설을 통해 먼저 대중의 눈에 띄고 나서야 일본의 뛰어난 생산방법과 연구방식에 시선이 집중될 수 있었다. 이때 계기가 된 작품이 제임스 클레벨의 ‘쇼군’이다. 일본에 표류한 영국인 도선사의 눈을 통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신분 상승을 그려낸 소설이다. 이 소설이 1975년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본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은 급속도로 개선됐다.

‘쇼군’은 사랑과 전투, 모험, 엇갈리는 운명 등을 담은 대단한 작품이지만 과거를 주제로 삼았을 뿐 오늘날의 전자 시대는 담지는 못했다. 그 대신 ‘쇼군’에서 소개된 선(禪) 철학과 사무라이 법도는 미국인들에게 신비롭고 흥미진진한 것으로 다가갔다. 마치 톨킨이 ‘반지의 제왕’을 통해 창조한 새로운 세상처럼, ‘쇼군’에 묘사된 옛 일본은 미국인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였다. 자동차나 소형 전자제품으로 미국에서 존재감을 키워가던 일본에 역사적, 철학적 배경을 안겨준 것이다.

일본 문화가 클라벨과 보겔의 저서로 인해 음지에서 주류로 부상했듯이 한국 또한 외국인에게 옛 한국의 영광과 신비를 보여주는 대중소설이나 영화를 제작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접근법이 큰 관심을 얻지 못한다. 외국인이 한국 문화에 흥미가 없다는 지레짐작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전통적인 모습을 신비하면서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것은 한국 홍보에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세종대왕 시대에 조선 해변에서 구조된 영국인이나 프랑스인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고 해보자. 그 소설은 궁전의 아름다움을 직접 목격한 내용이나 그 시대의 위대한 성취를 기록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미국인은 그 책을 통해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할 뿐 아니라 한국의 옛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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