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녀들을 위한 롤 모델 창조가 시급하다” (조선일보)

조선일보

2013년 8월 15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이만열)

한국의 소녀들을 위한 롤 모델 창조가 시급하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 추대는 한국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이 공식 석상(席上)에서 망설임 없이 의견을 표명하고 매우 자신감 있게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눈에 띈다. 박 대통령의 당선은 한국 사회에 바람직한 발전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한국 여성들이 대학과 기업, 공직 등 사회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권위를 상징하는 자리에 임명되지는 않더라도 실무자로서 큰 힘을 행사하고 있다. 그리고 조만간 리더로서도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나를 비롯해 많은 교수는 가장 뛰어난 학생들은 모두 여학생들이고 이들은 놀라운 추진력과 창조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한국 여성의 성과를 축하하는 것만이 나의 관심사는 아니다.

한국 부모들은 딸에 대해 아들과 동등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여성들이 배운 대로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나 업무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이 자력으로 사회 지도층이 되거나 큰 꿈을 실현하는 일은 각종 장애와 유리 천장을 극복하는 투쟁의 과정이다. 그 결과 결혼과 자기 생활의 균형을 이루기 어려운 현재의 여성 문제는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낳고 있다.

한국 여성에게는 더 큰 어려움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중요성은 지난 20여년간 극적으로 높아졌지만, 본받을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롤모델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저 화려한 조명을 받는 가수나 연기자, 스포츠 선수 등에 치중된 느낌이다. 여성의 리더십이란 무엇인지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먼저 중고등학교 때부터 학교나 집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일을 경험할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 예쁜 외모의 여배우를 흉내 내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공헌하는 연습이 꼭 필요하다. 그런 소중한 노력들이 모여 그동안 한국에 좋은 사업 기회를 놓쳐온 남성 중심 룸살롱 비즈니스 문화를 혁신할 여성 CEO와 리더들이 양산될 수 있을 것이다.

과학 기술 분야의 상황은 가장 열악하다. 많은 여성은 미래 과학자로서 자신의 모습을 매력적으로 보지 않는다. 그 분야 여성 리더들이 적기 때문이다. 소녀들이 어릴 때부터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한국 여성 과학자들의 성공담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창조해낼 필요가 있다. 어린이를 위한 만화책에서 용감하고, 혁신적이며, 타인에게 헌신적이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여성 학자를 묘사하는 것을 상상해볼 수 있다. TV 드라마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일생을 바치는 여성 과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울 수도 있겠다. 그런 이미지는 소녀들이 자신을 바르게 인식하고 그들 앞에 놓인 가능성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만든다.

KAIST 등 과학기술 기관장에 여성을 임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 자체로 한국 여성이 과학 기술 분야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제안을 하면 한국 남성들은 실력이 중요하지 상징적 임명은 불필요하다고 반박하지만 그런 일자리는 원래 상징적인 것이다. 한국에는 충분히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여성이 많다.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 정보와 기술에 대한 통합적 접근, 현안에 대한 미학적·도덕적 사고가 중요시되는 세계적 추세는 여성에게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이는 여학생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것이며 한국이 세계 과학기술계에서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세계 속에서 한국이 새로운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여성의 힘이 필요하다. 한국이 국제적 협력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가 조직 문화의 권위주의적 질서 체계와 과도한 경직성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사업을 하는 외국인들로부터 꾸준히 듣는 말 역시 가장 어려운 점이 권위주의와 남성 중심의 관리자 문화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여성을 중요한 지위에 배치하는 것은 다른 나라 문화와 잘 호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기업, 정부 문화를 창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처럼 사회 각 분야에서 롤모델이 될 만한 여성상을 만들어내고 멘토링 시스템을 통해 지속적으로 여성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한국의 미래를 위해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자신감, 책임감이 강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한국 여성들은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한국은 오늘날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문화 강국이기 때문에 이 같은 한국 여성상은 국제적으로도 여성들에게 훌륭한 모델이 될 수 있다. 한국 여성은 이제 다른 나라를 따라잡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트렌드를 형성하는 차원에서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다. 단지 한국을 위해서만이 아니고 세계를 위해서도 지금 당장 변화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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