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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닥칠 데이터 위기” (인사이트 2014년 02월 18일)

인사이트

“곧 닥칠 데이터 위기”

2014년02월18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정보헌법은 필요한가?

 

최근 미국에서는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보장국(National Security Agency)이 미국 내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불법적인 간첩 감시 작전을 한 일이 공개되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정부공무원 및 정부와 여러 형태의 계약을 맺고 근무하는 관련업체 직원들에 대하여는 인터넷 감시 기술을 악용 또는 남용 하는 것에 대한 격렬한 비판적 반응을 초래 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복잡한 문제를 오직 윤리적 차원으로만 다룬다면 우리 사회에 미칠 수 있는 더욱 폭넓은 파장을 간과할 우려가 있다.

 

정보담당 공무원들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숨가쁜 진화를 거듭하는 정보보안기술의 발전이야말로 더 상세히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다.

 

이번 정보남용 사건들의 사례를 보았을 때, 사실은 국가안전보장국이라는 정부기관이 직접 활동한 것 보다는 정부위탁 사설기업들 및 그 기업들 내부의 업무와 직접 관련된 소수의 직원들이 활동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보감시 기술은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으며, 더불어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스파이방법 또한 계속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기관 및 정보조직, 통신기업 그리고 각 개인들은 이러한 신기술들을 사용하고자 하는 시도와 유혹 또한 매우 강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다루는데 오직 도덕적인 잣대만 들이댄다면, 사회변화에 걸맞은 효율적인 제도정비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현실적 해결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가까운 미래에는 그와 같은 스파이 사건이 점점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최근 민간 사찰로 파문이 일었던 미 국가안보국

 

 

한국은 세계적인 정보통신분야의 강국으로서 미국, 중국 등 여러 나라와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

 

선진국 및 도상개발국과 많은 유익한 교류를 하고 있으며, 정보 혁명에 대한 세계 규모의 장기적인 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서 핵심 리더를 할 자격이 충분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역할과 기여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정보혁명, 윤리적-기술적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할 때

 

공무원들의 윤리적 문제로 단순히 치부해 버리기 이전에, 우리는 이러한 사건을 비롯해 유사한 수천 가지 사건의 원동력이 된 기술혁명에 대해 고려해 보아야 한다.

 

스캔들만 보면 관료들이 정보의 수집 및 조작이 쉬워진 것에 그저 현혹된 것처럼 보일 것이다. 정보의 수집 및 가공을 위한 기술 발달 속도만큼 빠르게 미국 등 전 세계의 사법 및 정보당국이 확보한 정보는 머지않아 개인 및 소규모 단체들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현재 정보혁명에 대해 합의점을 찾고 우리 사회, 정부가 이 혼란스럽고 당황스러운 시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국제적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어야 할 것이다.

 

컴퓨터 능력의 급격한 확대는 개인 혹은 기업이 변화가 느리게 움직이는 인간의 정부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위기에 대응하는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국토안보국(Homeland Security)이나 구글(Google)에 새로운 부서 하나 만드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이 위기를 가볍게 여길 경우 은밀한 조직들이 정보의 수집 및 왜곡을 통해 막강한 힘을 탈취하게 될 것이다.

 

제도적인 차원에서 기술 변화에 따라가지 못할 경우 앞으로 정부는 정보 조작의 위협에 대응하는 권한 또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권력의 상징적인 파사드(facade)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기업 및 정부기관사이은 싸움이나 벌이는 파벌로 전락하여 새로운 형태의 봉건제도가 탄생하고, 보이지 않는 힘이 정보를 통제하여 세계 장악을 위한 어두운 전쟁을 벌이게 될 수도 있다.

 

공무원이나 기업 지도자들이 도덕성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향후 10년간 우리가 목격할 첩보 및 거짓 정보 선전의 폭발적인 증가를 막지 못하게 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시민의 도덕수준 몰락이 아닌 무어의 법칙, 즉 반도체칩 한 개에 들어가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수가 18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동시에 데이터 저장 비용은 14개월마다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법칙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에 의한 지배를 실감나게 그려낸 영화 <이글아이>

 

 

이와 같이 모든 형태의 정보를 수집, 저장, 공유, 변경 및 조작하는 능력이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새로운 기술 발달의 기회는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 능력의 변화속도는 인간의 진화속도는 물론 인간의 제도적 적응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 문명의 존재에 대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정보혁명의 결과가 가져온 문제

 

전산 비용이 하락하게 되면 개인이 최소한의 투자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수집하여 이를 수천 또는 수백만 개인에 대한 의미 있는 정보로 통합할 수 있게 된다.

 

쓰레기통에서 개인정보를 추출하고,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하며, 항공사진을 촬영해 이를 가치 없는 정보와 결합하여 의미 있는 방법으로 정리하는 등과 같은 행위는 앞으로 매우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얼굴인식, 음성인식, 음성을 문자로 즉시 변환하는 기능은 말 그대로 아이들 장난처럼 쉬워질 것이다. 저렴하고 크기가 작은 감시용 무인항공기(드론)는 어디서든 구할 수 있어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24시간 수집하여 분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몇 년 안에 수천 수백만 사람들의 행동을 정교하게 추적하는 일은 식은 죽 먹기가 될 것이다.

 

동시에, 강력한 기술이 늘어나면서 문자, 이미지, 그리고 영상과 음성의 조작도 쉬워질 것이다. 가상현실의 최신 세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현실인지 가상인지 식별 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한 형태의 여실(如實) 재현(mimetic representation)을 이미 볼 수 있다.

 

전산 비용이 급격히 낮아지면 가상 이벤트의 구체적인 역사, 가상 인간들의 전기 등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앞서 언급한 내용들이 사실로 이루어질 것이다.

 

가상 인간 한 명이 40년 동안의 복잡한 기억 및 (신용기록에서부터 의료기록, 일기 등에 이르는) 기록을 가질 경우 이 사람을 실제 인간과 구분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상현실이 소셜네트워크와 함께 결합되면서 그러한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본인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페이스북 친구들은 결국 수퍼컴퓨터망의 통제를 받는 아바타가 될 지도 모른다.

 

정보혁명의 무한한 영향

 

정보혁명의 영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유전자 조작 생물체(GMO)나 다른 응용분야에서는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DNA 자료의 사용 및 오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 개의 인간 유전체를 검사하는 비용이 엄두도 못 낼 만큼 비쌌던 적이 있었지만 이제 유전체 시퀀싱의 비용은 무어의 법칙이 주장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시퀀싱 비용이 급속도로 낮아지게 되자, 한사람의 전장 유전체를 시퀀싱 하는 비용은 2001년에는 천억 원이 있었지만 현재는 6백만 원이다. 즉 12년간 약 만천만 배 저렴해진 것이다.

 

 

누군가의 DNA를 튜브 속에서 꺼내어 복제하고, 이것을 다른 DNA와 결합시켜 바이러스 탑재체를 만들거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으로서의 장기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고 상상해보라.

 

 

뉴캐슬 대학 교수 존 번(John Burn)을 비롯해 점차 많은 사람들은 지구상의 모든 인간 개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구축하자고 주장하게 되었다. 이는 5년 이내에 쉽게 이루어질 것이며 그 혜택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누군가의 DNA를 튜브 속에서 꺼내어 복제하고, 이것을 다른 DNA와 결합시켜 바이러스 탑재체를 만들거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으로서의 장기를 만드는데 사용한다고 상상해보라.

 

또 한 개인의 질병, 건강도, 성격과 같은 가장 사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체 정보가 컴퓨터 파일의 형태로 유출 된다고 상상해보라. 유전체 정보의 수집과 사용에 관한 규범 및 규칙이 절실히 필요할 것이다.

 

단순한 시장의 힘과 신사들 간의 합의를 넘어 국제적 규제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는 또 다른 여러 가지 위협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예측이 가능하고 일부는 짐작만 가능하다. 예로, 화폐가 완전히 디지털화되고 그 가치가 미세한 조작 및 변경에 국제적으로 취약해지면서 화폐의 기능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정부의 통제범위를 벗어난 초소형 드론은 첩보행위 및 보이지 않는 전쟁을 일으킬 수 있어 이를 다룰 새로운 기관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또한 차세대 3D 프린팅은 장기복제, 연구실에서 고기를 생산하여 먹을 수 있게 되는 등 획기적인 돌파구를 약속해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설계도를 가지고 허가 없이 무기를 생산할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위험도 있다.

 

즉 굳이 재화의 물리적인 교류 더 이상 필요 없이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발달에 대처하기 이전에 새로운 법적 및 윤리적 체계가 필요할 것이다.

정보헌법

 

정보위기에 대응하는 첫 번째 단계로 정보의 사용 및 정보의 정확성 유지에 대한 명확한 규칙을 정한 “정보헌법(Constitution of Information)”을 마련하여, 강력한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하는 신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정보를 통제하려는 시도가 더욱 심각한 정보 남용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나는 제안한다.

 

정보의 수집 및 조작이 중대 이슈로 떠올랐음에도 우리의 법령 및 각국 정부가 기초로 하고 있는 기존의 국가 헌법은 이러한 문제를 거의 다루고 있지 않다.

 

더군다나 우리는 정보위기의 심각성을 깨닫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보위기는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수단을 왜곡시키기 때문에 거의 느낄 수 없기 마련이다.

 

우리는 정보혁명의 결과에 대해 다루는 국제적으로 구속력 있는 “정보헌법”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제헌법제정회의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

 

살아있는 헌법은 글자가 아니라 일련의 협상과 타협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단순히 헌법 문안을 제시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지금은 그러한 헌법 속에서, 그리고 회의를 통해 설립된 기관들을 통해서 다루어져야 할 필요성과 포괄적 이슈를 정리하는 것만 가능하다.

 

정보헌법이 정보남용을 초래할 집권화 된 권력의 위험한 형태라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이미 직면한 문제점들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정보남용은 이미 최고 수준에 이르렀으며 곧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정보를 다루는 기관들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구현할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그의 반이상향주의 소설 『1984』에서 공식 선전을 담당하는 중앙 기관의 위험을 예견하였다. 이 기관의 이름은 “진실부(Ministry of Truth)”로, 진실을 추구하도록 하는 명령으로 인해 진실부가 스탈린의 전통 안에서 허구를 만들어내는 공장으로 왜곡되고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1984>의 한 장면.

 

 

유통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허위 및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왜곡되는 것의 위험은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일 것이다.

 

우리는 정보의 통제, 수집, 조작에 이미 관여하고 있는 기관들의 신뢰성 및 투명성을 구현할 제도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중요한 점은 윤리적인 명령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전달하는 것이다. 정보헌법과 같은 제도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유토피아의 보존을 보장할 수 없고, 그 대신 정보수집 및 조작 영역이 어떠한 제도범위에도 완전히 벗어나 더욱 확대되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은밀하며 보이지 않는 권력이 아무런 규제 없이 인간사회의 조작행위를 늘려갈 것이다.

 

정보헌법을 수립하는 데 있어 한 가지 가정해야 할 것은 데이빗 브린(David Brin)이 그의 저서 『투명한 사회(The Transparent Society, 1998)』에서 언급한 것으로 기술 발달을 고려할 때 앞으로 프라이버시 보호는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정보를 공공의 일부로 하여 그 존엄성과 프라이버시를 보존해야 한다는 점을 수용해야 한다.

 

이는 즉, 향후 수년 내 등장할 놀라울 만한 수준의 새로운 정보수집 및 변경 기술의 발달을 고려해볼 때 단지 프라이버시 보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앞으로의 정보헌법과 그 헌법을 근거로 설립되는 기관들 내에서는 일반 국민의 이익을 위한 투명성, 신뢰성, 지속성의 원칙에 맞는 협상의 진통을 거친 꼼꼼한 합의에 따라 정보획득 정보감시, 남용통제 및 처벌 등이 이루어지는 정보를 관리 하는 기관들 사이에 복잡한 권력의 분리가 존재해야 한다.

 

몽테스키외가 제안한 삼권분리를 따르는 헌법기반 정부에서 지금까지 잘 운영되어 온 입법, 사법, 행정과 같은 정부의 삼권에 의해 정보는 관리될 수 있다. 이러한 권력들은 정보감시를 위해 서로 다른 임무 및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다.

 

정부의 삼권은 정보에 대한 서로의 권력을 제한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경쟁상대로서의 상관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글로벌 정보 커뮤니티 또는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대규모 IT 기업들에서는 이러한 힘의 균형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세 개의 열쇠(three keys)’가 한 번에 모여야…

 

이러한 이유로 나는 정보관리를 위한 “세 개의 열쇠(three keys)” 체계를 정부 삼권의 일부로서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즉,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을 경우 정보의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되므로 민감한 정보에 접근은 허용하되 삼권을 대표하는 세 개의 열쇠가 모두 참석한 경우에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보위기에 대응하는 첫 번째 단계로 ‘정보헌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른 세 개 기관이 해당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와 함께 정보의 정확성 및 신뢰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제도 변경 및 기존 헌법 체계의 재해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 등의 국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이미 “헌법이후(post-constitutional)” 시대에 진입하고 있음에 따라 그러한 공공계약의 가치를 재확인하여 이것이 단순한 장신구에 불과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균형 잡히고 신뢰 할 수 있는 정보 생태계를 유지하는 문제는 향후 긴밀한 담론 및 협상이 필요하다.

 

우리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고 투명성 및 신뢰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체계 및 그것을 살리는 핵심 원칙 및 원리를 제안하기 위해서, 미래를 깊이 고민하는 선견지명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현대 체제 이해관계자 사이의 대화도 불가피하다.

 

전자공학 통신 영역에서 권위 많고 조선시대부터 위대한 행정의 전통을 갖고 있는 한국은 정보헌법으로 가는 그 과정에서 큰 공헌을 하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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