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6일 아시아인스티튜트는 워싱턴에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특히 미국의 동북아에서의 역할을 100년 단위로 토론했습니다. 특히 발표자들은 한중미일이 협력해서 어떻게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지를 고민 했습니다.
북한전문가이며 저자인 존 페퍼 (John Feffer), 미국무부 장관 전 보좌관 로렌스 윌커슨(Lawrence Wilkerson), 미국무부 전 참모총장(former Secretary of State Colin Powell’s chief of staff), 코네티컷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알렉시스 더든(Alexis Dudden), 전외교관 겸 아시아인스티튜트 연구원(Daniel Garrett)들이 모여서 이 주제를 토론했습니다.
이 세미나는 건설적이며 집중적인 방식으로 미국과 동아시아의 긴밀한 관계를 증진시켜나가기 위한 아시아 인스티튜트의 노력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아시아 전환(Pivot to Asia)은 미국 경제, 정치, 안보 문제에 있어 필수적입니다.
이 지역 재균형은 항공모함 순찰이나 미사일 방어 기술 수출의 결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전문가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미국과 동아시아를 잇는 긴밀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의미 있는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동아시아는 유럽과 중동에 비해 너무도 오랫동안 미국의 관심에서 소외되어 왔습니다. 미국인들에게 아시아는 그들이 소비하는 제품들이 만들어지는 곳 정도로 여겨질 뿐이고, 동아시아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이나 아시아 미디어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미국과 아시아의 관계는 제한적입니다.
미국은 동아시아의 정부, 대학, 비정부 기구의 수많은 컨퍼런스와 회의, 협업 프로젝트에 크게 관여하지 않습니다. 고위급 관료가 무역 협정 논의를 위해 가끔씩 방문하지만, 미국의 고등학생 축구부나 체스 챔피언이 도쿄나 베이징을 찾는 일은 드뭅니다.
동아시아와의 일상적인 관계나 과학에서 지방 정부 교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부재한 상황은 전문가가 보기에 매우 안타깝습니다.
아시아 전환은 이전의 미국과 아시아의 관계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오늘날 미국은 70년대 아시아 재단 활동처럼 해외개발과 자금, 노하우를 동아시아에 일방적으로 베풀 필요가 없습니다.
미국은 동아시아 국가를 동등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심지어 몇몇 분야에서는 이들 국가가 미국을 앞선다는 것을 주지해야 합니다.
미국은 동아시아 국가들과 많은 것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정치적인 긴장에 직면할지라도 항상 장기적인 관계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장기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해 미국은 지난 50년간의 유럽과 유지해온 관계처럼 동아시아 국가들과 동등한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100년을 내다보는 장기 계획의 실효성을 의심합니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미래를 구상함에 있어 단기적인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장기적인 계획을 불신하는 접근법은 비단 외교 정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사고의 전환
미국 문화 전반에 퍼져있는 이 불신은 소비자의 태도로 국제 관계를 바라보도록 종용합니다.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개인의 인지도를 높여 어떻게 이득을 얻을 것인지에 대한 고려가 중시되는 것입니다.
기후변화처럼 30~50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는 대규모 안보 위협을 감안할 때, 지금은 사고의 전환이 절실합니다. 데이빗 몽고메리가 자신의 저서 『흙』(Dirt)에서 이야기했듯, 해마다 1퍼센트의 표토가 유실되고 있습니다.
이는 별로 크지 않은 수치 같지만, 그 속도대로라면 50년 후엔 표토의 절반이 유실될 것입니다. 인간 생존에서 表土가 갖는 중요성, 표토가 복원되는 데 100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는 북핵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는 단기적인 사고에서는 간과되기에 십상입니다.
우리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수많은 신기술이 순식간에 기적과도 같은 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오늘날, 미사일 방어 프로그램으로는 막기 어려운 장기적인 위협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한 위협은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식물들은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느린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하는 우리의 눈이 만들어내는 착각입니다. 자연환경 속에서 속도가 느린 변화에 무감각한 것은 치명적입니다.
제가 알기에 미국의 싱크탱크처럼 100년 단위로 안보와 국제 사회 참여에 대한 논의를 하는 기관이 별로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장기적인 안보에 대한 논의는 다른 국가들의 관점을 확장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7대손 원칙
장기적인 안보를 생각함에 있어 ‘7대손 원칙’이라 불리는 인디언들의 전통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우리는 우리의 결정이 7대손, 즉 먼 후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야 합니다.
2014년 미국토목학회는 미국의 사회 기반 시설 품질에 D+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7대손 원칙’을 적용해보면, F를 받았어야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생각할 때, 저는 어릴 적 아버지가 들려주신 말씀을 떠올립니다. 아버지는 일 년 이상 같은 일을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전직의 말씀 아니고 한 조직에서 계속 같은 직위에 머물지라도,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자신의 업무 방식을 변화시키며, 새로운 현안과 상황에 적응하라는 의미였습니다.
미국도 끊임없이 한국 및 일본과 공조하며, 동아시아 기후변화 위협에 대한 포괄적이며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동북중국 사막화는 동아시아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에 인한 공해는 위협적인 수준에 다다랐으며, 경제 구조의 재조정까지 요할 정도입니다. 해양사막화도 심각합니다. 진정한 행동이 촉구되는 때입니다.
그리고 미국은 한중일 그리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공조하여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백년대계를 세워야 합니다. 아시아인스티튜트도 이 문제에 적극적입니다. 이는 기자회견이나 정치적 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오랜 기간에 걸쳐 구체적이고 집중적인 프로젝트 속에서 협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압도적인 안보 위협을 목도하며, 미국의 많은 사람들은 실제적인 것보다 새로운 위협에 더 신경을 씁니다. 그들은 새로운 냉전을 상정하면서, 미 국방부의 기존 구조를 정당화합니다.
오늘날의 현실적인 위협에 맞춰 제도와 이론을 개선하기 위한 사고의 재조정이나 구조 개편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냉전구도는 국내 경제와 사회는 물론 국가 안보에 대한 사고를 크게 왜곡시켰습니다.
우리는 30~50년의 시간을 두고 동아시아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그러한 장기 환경 프로젝트는 경제에 새로운 안정을 가져다줄 것이며, 장기적인 인적 관계를 강화할 것입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제 관계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입니다.
미국은 동아시아 국가들과 공조하여, 이 분야에 대처하기 위한 관리 모델로서 아시아 사이버스페이스 행정에 대한 근본적인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정보 보전과 인터넷 중립성의 확보를 통해, 미국은 동아시아와 협력적인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한중일 그리고 다른 국가와 공조하여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함께 구축해나가야 합니다. 이는 사회, 경제의 기존 구분을 뛰어넘는 새로운 제도와 문화를 만드는 희망이 될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 구축에 미국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많습니다. 이는 6자 회담 참여와 같은 외교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생태 운동가, 도시 계획자, 고교 교사, 비정부 기구 활동가 등 다양한 미국인들이 동아시아와 한반도 미래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 세미나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을 고민하는 도전적인 토론의 장이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점과 제언이 새로운 미래로 향하는 길을 만들어내기를 희망합니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