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 3인의 냉철한 시선” (레이디경향 2014년 5월호)

레이디경향

“세계 석학 3인의 냉철한 시선 ‘한국, 한국인을 말한다’”

2014년 5월

 

링크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문화를 ‘광고’하는 한국인”

최근 뉴욕타임스에 실린 ‘불고기 광고’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한 나라의 전통음식이 과연 광고의 대상인가에 대해 많은 외국인들이 의아해했다. 우리나라의 문화를 세계인에게 알리고자 하는 기특한 발상이긴 했지만, 보는 이의 공감을 얻으며 다가가는 방법은 없을까?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50) 교수는 한국을 사랑하는 대표적인 지한파 미국인 인문학자다. 그는 일리노이대학교, 도쿄대학교, 조지워싱턴대학교 등 세계 명문 대학 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 경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본, 중국, 대만 등 다양한 동아시아 문화를 연구하다 결국 한국에 터를 잡은 만큼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특히 선비 정신이나 연암 박지원, 다산 정약용에 관심이 많아 2011년에는 연암 박지원의 단편소설을 영어로 번역해 미국에서 출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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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한국과 연을 맺게 될지 몰랐어요. 아이들이 한국 학교에 다니면서 한국 사회에 친구들이 생기고, 저도 제자들이 하나둘 늘면서 한국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사랑으로 진화했어요.”

이제 그의 인생에서 한국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됐다. 그에게 ‘이해할 수 없는 한국’에 대해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그는 어떤 상황이든 한국의 특수한 배경을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활발히 시작되고 있는 정부나 민간단체 차원의 ‘한국 문화 마케팅’에 대해서만큼은 회의적이다.

“저는 기본적으로 반대예요. 마케팅이란 판매하는 물건에 적용되는 건데, 문화를 판매한다는 건 나름 효과는 있겠지만 분명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보편적인 문화라든가 여러 인종이 모여 참여할 수 있는 문화라면 또 몰라도요.”

예를 들어 1930, 40년대의 미국은 그들의 민주주의를 많은 나라에 소개했다. 그 안에는 분명 희망적이고 자유에 대한 메시지가 있었고, 당시 파시즘에 반대하는 세계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런 공동의 가치관을 담을 수 있는 문화가 아닌, 한 민족의 고유문화를 광고로 알리겠다는 건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다. 최근에 불거진 뉴욕타임스의 ‘불고기 광고’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한국 문화를 해외에 알릴 목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TV나 지면을 통해 정말 멋진 광고를 제작해 내보낸다고 쳐요. 하지만 그걸 보고 감명을 받아 한국 문화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은 희박할 거예요. 고가의 광고료를 생각하면 돈 낭비라고 볼 수 있죠.”

적극적인 성격의 한국인들은 해외에 나가서도 자신의 문화를 외국인에게 곧잘 소개한다. 그러나 그는 자국이 느끼는 한국 문화와 세계인이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한국 문화는 좀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인이 자랑스럽게 설명하는 문화는 다른 문화권 외국인에겐 이해하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저같이 신기한 것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 빼고는 말이죠(웃음).”

민간 교류와 맞춤형 전략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 어필할 수 있는 한국 문화와 방법에 대한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전통 무예인 태권도는 해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콘텐츠다. 이를 이용해 한국 문화에 점차 다가갈 수 있는 자연스러운 기회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미국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고등학생들을 통한 민간 교류는 어떨까요? 아마 ‘강남 스타일’보다는 한국에 대해 심도 있는 관심을 가질 기회가 될 거예요. 태권도장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한글을 배울 기회를 주거나 김치 만드는 법을 가르쳐준다면 ‘태권도’라는 호감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미국 내 코리아타운의 재미교포의 경우 그들의 ‘아메리칸 드림’도 중요하지만 이제 스스로 ‘문화 사절단’이란 인식이 필요한 때다.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데에 현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들의 역할이 가장 크다.

“제가 주미한국문화원에서 자문위원 역할을 하면서 그때 재미 교포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러나 그들은 외국인에게 문화를 소개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죠. 1970년대에 이민을 온 사람들은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마저 있어 꽤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그저 맛있는 불고기를 먹고 채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코리아타운이 아니라 한국 문화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장소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또 그는 ‘문화적 공감’이라는 부분에서 인종별 맞춤형 문화 소개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거 한국 역사를 뒤돌아보면 차별도 많았고 어려운 시절도 많았어요. 그래서 ‘한’이라는 독특한 정서도 생겼고요. 그런 점은 흑인이나 히스패닉 인종들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그러나 한국인들은 일제강점기를 부끄러운 과거로 여기고 외국인들에게 절대 이야기하지 않아요. 이런 점은 좀 아쉽다고 생각해요.”

한국의 기업이란 이미지를 숨기는 S기업의 해외 마케팅도 그는 이해할 수가 없는 것 중 하나라고 한다.

“S기업은 국제무대에서 한국 기업으로 잘 인식돼 있지 않아요.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마케팅에는 한국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는 점 때문이죠. 강조하는 건 그저 제품의 기능적인 부분이 전부예요.”

모든 문화는 한순간에 완성된 것이 아니기에 물량공세를 하듯 한꺼번에 전하려는 건 과유불급이다. 태권도,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한국 문화를 가랑비에 옷이 젖듯 서서히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자신감을 가지세요. 앞으로 한국 문화는 가능성도 있고 시장성도 크다고 생각해요. 인간과 공간의 조화로움을 꾀한 풍수지리라든지, 완벽하진 않지만 최초의 민주주의 사상이 담긴 춘추관과 「조선왕조실록」, 마을 공동체 개념인 품앗이, 두레 등 세계인이 부러워할 만한 한국 전통문화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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