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의 대한민국” (중앙일보 2014년 6월 3일)

중앙일보

일회용의 대한민국”

2014년  6월   3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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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커피를 참 좋아한다. 그런데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것은 곤혹스럽다. 커피 자체는 역시 맛있다. 그런데 이 커피가 종이컵 옷에 플라스틱 모자를 쓰고, 때로는 종이벨트까지 매고 나타난다. 여기에 5~10장의 냅킨, 설탕과 크림을 휘저을 스틱을 동반한다. 이따금 물휴지와 홍보용 전단까지 따라온다.

 자원 고갈의 이 시대에 한국에서 엄청난 물질의 낭비를 보는 것은 고통스럽다. 특히 안타까운 점은 대부분의 한국인이 그러한 습관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직원 역시 고객에게 이만큼 많은 일회용품이 필요한지 묻지 않으며, 매장 내에서 음료를 마시는 고객에게도 종이컵 대신 머그컵을 사용할지 묻지 않는다. 애초에 컵을 씻을 공간을 없애 돈을 절약하는 가게도 많다.

 카페에 갈 때 내 개인용 플라스틱 컵을 가져가 커피를 담아 달라 하면 카페 직원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사용하지 않을 스틱과 냅킨을 돌려줄 때의 직원 눈빛을 바라보노라면 내가 도깨비가 된 기분이 든다.

 사람들은 마치 가게로부터 받는 일회용품들을 모두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는 자유가 없다면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방에 항상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거나 자기 컵을 씻어야 한다 면 인생이 편리하지 않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개인적인 판단일지 몰라도 한국인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현대화 혹은 선진화된 삶이 지구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은 채 이것저것 소비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저 넋을 잃고 즐겁고 황홀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것 같다는 느낌까지 든다.

 이러한 현상은 ‘자유’에 대한 뒤틀린 해석 때문에 일어난다. 자유롭게 선택하는 자신의 사소한 일상적 행동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의식하지 못한 채 특정한 목표 없이 과열된 음식 낭비로 흐르는 소비 러시(rush)로 변질돼 버린 것이다. 한국이 중국 및 동남아시아에 엄청난 문화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시대에 이러한 현상의 대가는 더욱 크다. 한국인들이 자원 낭비를 현대화된 삶으로 여긴다면 한국을 벤치마킹하는 개발도상국들도 이를 따를 것이고, 이로 인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컵에 사용되는 종이를 만들기 위한 벌목이 증가한다면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전환시킬 나무가 감소하게 된다. 플라스틱용품을 낭비한다면 이를 만들기 위해 석유 소비가 늘어나고, 썩지 않는 물질이 더 많이 우리 주변의 환경에 유입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습관은 본래의 한국문화가 아니다. 한국의 전통적 문화는 합리적 소비를 강조하며 물건을 절대 낭비하지 않는 게 원칙이었다. 미래를 위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진해 온 것이다. 옛날 한국인은 곡식의 한 알 한 알을 소중하게 여기고 음식을 조금이라도 낭비하는 것을 심각한 범죄로 간주했다. 수백 년 전 한국의 전통 가정에서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이 재활용되거나 간단하게 다시 토양으로 분해되도록 고안되었다. 골목골목의 집마다 심지어 분뇨까지 농작물을 위한 비료로 재활용되었다. 이런 전통을 지금 이 시대에도 되살리는 게 중요하다.

 요즘 우리가 흔히 카페에서 목격하는 낭비는 전통적인 한국 사회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다. 그 옛날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을 비교해 어느 쪽의 문명 수준이 더 높은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한때 우리는 과거의 지속적인 생활 노하우를 퇴보하는 관습이라 잘못 생각했다. 덩달아 환경과 인간 사이의 균형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관점도 저 멀리 던져버렸다. 오늘날 우리는 다음 선거일, 또는 다음 월급날보다 더 멀리 내다보지 않는 일회용 삶을 살고 있지 않는가. ‘일회용 대한민국’을 벗어던지고, 이른바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 가능한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대한민국’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반짝인다고 다 금이 아니다(All that glitters is not gold·매력적인 게 실제로는 가치가 거의 없다)’라는 격언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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