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rcles and Squares

Insights into Korea's Sudden Rise

“한국아, 넌 왜 자서전도 없냐” (아시아경제 2014년 7월 8일)

아시아경제 인터뷰

예일대 중문과 및 전체 우등 졸업, 도쿄대 석사, 하버드대 박사. 이어서 서울대 대학원 연구생. 한·중·일 등 동양 3국의 언어와 문학, 문화에 정통한 푸른 눈의 학자가 지난해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이라는 책을 내 ‘이제 한국이 국제사회의 전면적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고, 시민의 행동을 통해 세계 역사의 방향까지 좌우할 수 있다’고 한국의 가능성을 부각해 주목을 끌었다.

이만열이라는 한국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Emanuel Pastreich)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는 한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여느 미국인들과는 여러모로 결이 다르다. 대개의 미국인들은 한국의 행정이나 기업활동에 자문하는 역할을 하는 게 보통인데 이 교수는 한국의 전통과 예학, 문학, 인문교육에 대한 천착과 홍보에 열심이다.

특히 그가 3년 전 ‘하버드 박사의 한국표류기’라는 부제로 펴낸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는 저서는 한국 견문기라기보다는 묵직한 한국문명론서로까지 평가된다. 강학과 연구, 한국언론에의 기고, 초청강연 등을 통해 한국인도 모르는 한국정신의 재발견에 열심인 이 교수를 서울 퇴계로의 아시아인스티튜트에서 만났다.

-명함에 한자로 이만열(李萬烈)로 크게 쓰여 있고, 그 밑에 조그맣게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라 쓰여 있는데 한국이름은 어떻게 가지게 됐는지.
▲한국 여성하고 1997년에 결혼했는데 그때 장인어른께서 제 영어 이름의 발음을 따 지어주셨어요.

-예일대 중문학과로 진학한 계기는.
▲제가 미국 중남부에서 자랐지만 고등학교 때 서부인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했지요. 거기엔 중국이나 한국 등 동양계 친구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때 중국이 앞으로 더 큰 나라가 될 것이라는 등의 판단이 들어 중국문학을 택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책 속에 묻혀 살다시피 했다는데.
▲부모님들이 식탁, 침대 등은 물론 심지어 화장실에도 책을 쌓아 놓는 등 책과 친숙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지요. 또한 당신들도 솔선해서 항상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식사할 때 가끔 자신이 읽은 사상서와 예술서 등을 요약해서 들려주곤 했는데 제 수준에는 너무 어려웠으나 나름 정서적 교감을 통해 심리적 거리가 좁혀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럼 자녀들 교육도 같은 방식으로 하는지.
▲그럴려고 노력 중인데 잘 안 되네요.(웃음) 다만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외국인학교가 아닌 한국학교(장충초등학교)에 보내고 있습니다. 다만 중1인 큰아이는 올해 외국인학교로 진학시켰습니다.

-한국의 선비정신을 높이 평가했던데.
▲한국은 이제 피식민지국가 가운데 경제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세계 유일 국가일 뿐 아니라 경제력에서도 세계 10위권인 중견국가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이러한 성과가 제대로 외국에 알려져 있지 않아요. 한국의 대표 홍보브랜드가 부재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 전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이나 ‘닌자’ 캐릭터에 버금가는 개념으로 ‘선비정신’을 주장하고 싶습니다. 선비정신은 한국역사에서 개인적 차원에서는 도덕적 삶과 학문적 성취에 대한 결연한 의지와 행동으로, 사회적 차원에서는 수준 높은 공동체의식을 유지하면서도 이질적 존재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로 나타났습니다. 홍익인간으로 대표되는 민본주의 사상을 품고 있는 데다 ‘지행합일’, 즉 지식인의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국 전통문화에서 더 재평가할 대목이 있다면.
▲조선시대의 사랑방 문화입니다. 사랑방은 문학이나 예술 분야의 사람과 행정 관료, 학자들이 함께 모여 교류하는 장이었는데 이러한 한국의 전통 공간은 그곳에 모인 이들에게 좋은 자극이 됐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이 밖에도 풍수지리, 친환경 농법 등은 재조명할 만합니다. 특히 추석과 비빔밥, 발효음식문화는 세계적 문화로 발전시킬 수 있는 콘텐츠입니다.

-한국의 해외 홍보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는데.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한국의 대미국 홍보업무를 맡은 적이 있는데 그때 살펴보니 그간 한국의 홍보는 한국인의 시각에서 이루어진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외국인이 관심과 흥미를 가질만한 포인트를 놓치고 있던 것이지요. 한국인은 5000년 역사에 대해 과도한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정작 한국의 위대성은 최근의 경제발전에 국한합니다. 하지만 저는 외국인이 이해하고 인정할 만한 나름의 고유전통, 예를 들면 홍익인간, 선비정신, 예학, 역관제도 등을 중점 홍보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또한 오늘날 일본이 서양에 널리 알려진 데는 에즈라 보걸 하버드대 교수의 <일등국가 일본>,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제임스 클라벨의 소설 <쇼군> 등 책의 도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외국의 저명 석학이 한국의 실상을 제대로 담은 저서나 칼럼을 아직 본적이 없습니다.

emanuel pastreich

-좋은 지적입니다. 박사님이 한번 해보시지요.
▲(웃음)훌륭한 학자들이 많으니 성과가 있겠지요.

-한국 작가 중에 좋아하는 사람은.
▲제가 한국 고전소설, 특히 한문소설을 전공하다 보니 현대작가들의 작품은 잘 모릅니다. 그냥 시인 이산하를 좋아해서 가끔 막걸리를 마시는 사이입니다. 과거 작가 중에는 연암 박지원을 좋아합니다. 그의 소설이 워낙 재미있는 데다 당시 서민들의 생활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잘 묘사해서 영어로 번역하기까지 했지요. 이 책은 현재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교재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현대작품뿐 아니라 고전문학도 번역된 게 너무 적어 안타깝습니다.

-첫 저서 제목이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인데 이게 무슨 뜻인지.
▲외국도 그렇지만 한국에서 인생의 가치를 속도, 즉 컴퓨터처럼 속도에 따라서 효용을 따지는 경향이 조금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인생은 얼마나 오래, 빨리 사는가가 중요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향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환경문제의 경우 정신세계 등에 집중한다면 적은 소비, 검소한 삶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21세기에 왜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미국 페이스북 본사 복도에는 ‘우리는 기술회사인가?(Is this a technology company?)’라는 문구가 붙어 있고 상상력을 주제로 한 작품을 주로 그린 르네 마그리트 그림이 배경으로 걸려있습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처럼 정보기술(IT)산업의 선두주자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비결은 다양한 인문학을 토대로 한 IT분야의 통합적 연구입니다. 이처럼 인문학은 본질적인 면에서 매우 실용적이고 유용한 학문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 교수의 읽어보니, 좋던데요

◆<홍루몽> 조설근(曹雪芹)
중국 청(淸)나라 때 조설근이 지은 장편소설. 이 소설은 ‘만리장성과도 바꿀 수 없는 중국인의 자존심’이라고 평가되는데 저자는 가씨(賈氏) 가문의 흥망성쇠를 통해 중국 봉건 지배계층의 부패와 죄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 중국 고전소설 중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히며 높은 예술성뿐만 아니라 사실적인 묘사는 중국 봉건사회의 역사와 사회 상황에 대한 깊은 조망을 보여준다.

◆<죽음의 수용소에서(Man’s Search for Meaning)>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겪은 생사의 고비 속에서도 삶의 의미를 잃지 않고 인간 존엄성의 승리를 보여준 빅터 프랭클 박사의 자전적인 체험 수기. 그 체험을 바탕으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아들러의 개인심리학 다음의 빈 제3 심리치료학으로 불리는 로고테라피학파를 창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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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 논설고문

윤승용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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