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한강의 기적: 그 이면의 역사를 알리자”
2014년 7월 12일
임마누엘페스트라이쉬
독일자동차의 TV 광고는유사한패턴을보여준다. 날렵한차한대가울창한숲길을순식간에가로질러고풍스러운저택앞에사뿐히멈춰선다. 바로그때다른익숙한자동차브랜드에선볼수없는독일차특유의정교함을자랑하는독일의독보적인엔지니어링기술에대한설명이뒤따른다.
이런광고는독일이구텐베르크에의한세계최초의대량성경인쇄에까지거슬러올라가는과학과엔지니어링의놀라운전통을갖고있다는사실을누구나알고있기에먹힌다. 어디그뿐인가. 막스플랑크, 알베르트아인슈타인, 그리고프로그래밍이가능한최초의컴퓨터를발명한콘라트추제등걸출한과학자를배출한나라가바로독일이다. 독일의엔지니어링기술수준은그런광고를보는사람에게굳이설명하지않아도될정도로익히알려져있다. 간단히말하면독일엔지니어링은따로주석을달지않아도될만큼신뢰가구축돼있다는말이다.
한국산자동차는지난 10년간세계시장에서놀라운성장을기록한덕분에유럽에서도한국차애호가가많다. 그렇다고해서한국자동차업계가독일처럼제품광고를할수는없다. 대부분의서구인은한국문화가중국이나일본과어떻게다른지모른다. 더군다나 1990년대이전만해도한국의과학·기술과선진국사이에는괴리가컸다.
그러나한국이가진기술적우수성의뿌리는깊다. 문제는그처럼훌륭하고오랜전통에도불구하고서구에는그런전통이알려지지않았다는점이다. 사실한국의그런전통을아는사람은미국대학에서일하는소수의사람뿐이며, 이들이영어로쓴글도대개는학자들을대상으로학회지에실린것이다.
우리는한국의기술적우월성을세계적으로인기있는문화의일부로만들어야한다. 한국인은그렇게할필요가있을뿐만아니라스스로그렇게해야한다. 한국인이자신들의우수한문화가서구에는잘알려지지않은점을개탄할때마다나는솔직히이렇게말해준다. 요즘시대에는한국의문화가원래탁월했으므로외국인들이자동적으로한국을이해해줄것으로기대하는것은금물이라고말이다. 한국은외국인이쉽게접근할수있도록자신들의문화를체계적으로알려야한다.
이작업과관련해두가지가능한해법을제시하려한다.
첫째, 15세기조선의위대한과학자이자발명가인장영실의삶을장편영화로만들어전세계관객에게보여주는일이다. 미천한노비출신의장영실이어떻게당시의끔찍한차별을극복하고진귀한해시계·물시계·혼천의뿐만아니라세계최초의측우기까지만들게됐는지그과정을사실적으로보여준다면세계에한국기술의뿌리를알리는데큰도움이되지않을까. 이런영화가제작된다면세계인들에게기존의한국제품광고보다훨씬더크고지속적인반향을불러일으키지않을까.
둘째는세종대왕이고리타분한관료들과치열하게싸우면서개혁을통해민초의점증하는욕구에부응하는교육기관을세우는과정도세계유력작가의손을거친다면훌륭한영어소설로재탄생할수있지않을까. 만일조선과학기술의황금기에초점이맞춰진그소설이세계적인베스트셀러가된다면국제사회에한국에대한인식을영원히바꾸게될지모른다. 그책이일단미국작가의손을거쳐미국독자를겨냥해쓰인다면세종대왕과그의위대한정신을전세계에알리는데큰도움을줄수있다.
과학분야에서한국의놀라운성취가전세계적으로알려진다면현재한국의기술적성취가단지지난몇십년간갑자기이뤄진게아니라유구한전통의결과임을웅변해줄수있지않을까싶다.
과학과기술분야에서한국의우수성은허구가아님에도실제로많은한국인은그런사실자체를잘모르는듯하다. 한국이지난 60년간거둔눈부신발전을널리알리는과정에서한국의기술적·과학적뿌리가어떻게근대화의중추적인근간이됐는가하는점은거의무시됐다고해도과언이아니다. 현재까지는한국이꾸준한노력을통해선진국반열에오른점만부각시키면됐지만이제부터는한국의기술적전통의연속성을강조하는편이더낫다. 다시말해느닷없이한강의기적을이룬게아니라바로그런연속성이오늘의발전을가능하게했음을부각시킨다면국제사회에더많은신뢰를얻을수있을것이다.
일단그렇게만된다면엔지니어링분야에서한국의우수성을이야기해도고개를갸우뚱하는세계인은아마도확줄어들것이다. 그러나한국이지금처럼새로운기술을개발만해서는국제사회에서그같은지위를확보하기어렵다. 지난 10년간한국과학자들은놀라운기술적성과를거뒀다. 그러나그것만으로는한국을아시아다른나라들과차별화하는데큰도움을주지못했다. 만일한국이자신의역사와문화를설득력있게또효과적으로세계인들에게소개할수만있다면한국은분명우뚝설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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