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박사님 인터뷰 (아시아인스티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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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쉽 프로그램

안철수 박사님 인터뷰

 

2014 9 3

국회의사당 안철수 의원실

2014년 9월 3일 아시아 인스티튜트의 임마누엘페스트라이쉬 소장, 배희경 교육 디렉터 그리고 인턴쉽 고등학생과 대학생 아홉명이 함께 국회의사당 내에 위치한 안철수 의원실에서 의원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이 인터뷰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안철수보다는 한 인간으로서의 안철수에 초점을 맞추어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대화체로 이루어진 인터뷰 내용은 읽기 편하도록 원래의 내용이 최대한 전달될 수 있도록 수정되었음을 밝히는 바이다.

배희경 교육 디렉터: 고등학교 재학중인 인턴쉽 학생들이 의학박사이며, 컴퓨터 공학자로서 안철수 연구소의 소장님, 또한 정치가로서의 행보를 걷고 있는 안철수 박사님께, 21세기의 글로벌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대한민국이 취해야 하는 덕목 등에 대한 질문을 할 예정입니다. 한 학생당 질문 하나씩을 하도록 계획했으며, 아홉 명의 학생들이 하나의 질문을 하면서 인터뷰가 진행되도록 하겠습니다.

박재현 학생(KIS 12학년):

제 질문은 리더쉽에 관한 것인데요, TV나 뉴스를 보면 안의원님께서 항상 사회 각계인사들과 소통하시면서 부드러운 카리스마, 수잔 카인이 말하는 소위 “power of the introverts”로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오셨는데 정말 감명받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런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남들과 소통하며 화합의 분위기를 이룰 수 있는지, 또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안철수 의원:

스스로 자신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나도 틀릴 수 있어. (I may be wrong.)”이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으면 아무래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게 되고, 항상 자기 사고에 갇혀 있는 게 아니라 자기자신도 좀 더 생각의 범위를 넓혀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박재현 학생(KIS 12학년):

저는 청소년 정책연대 회장으로서 누구보다도 청소년 참정권과 정치참여증대를 소망하는데요, 저희가 청계천광장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해보니까 외국인들은 약 70%가 청소년 참정권에 동의하는 반면 내국인들은 압도적으로 반대했습니다. 특히 분들은 “넌 정치에는 신경 끄고 공부나 해!”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는데요, 혹시 안 의원님께선 어떤 조건하에 한국사회가 청소년 참정권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그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안철수 의원:

대학입시제가 바뀌지 않으면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처럼 학교나 학원 선생님의 절대적인 권위 하에서 대학입시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환경에선 사회적으로는 반대가 더 많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학업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사회적인 인센티브시스템도 바뀐다면-본인의 선택에 따라서 대학을 가기도 하고 안 가기도 하는 경우 말이죠. – 사람들의 생각은 점차 바뀔 것 같습니다.

이동우 학생(고려대):

예전에 ‘노력으로 전문가는 될 수 있으나 성공적인 경영자는 될 수 없다’ 라고 하셨는데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경영자가 될 수 있을까요? 또한 의사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다시 정치인으로 많은 변화를 했는데 혹시 의사로 계실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안철수 의원:

두 번째 질문부터 답변을 하자면 특별히 계획을 두고 직업을 변경 해 온 것이 아닙니다. 제 삶을 살아온 과정은 그 때마다 굉장히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사실 의사를 하던 시절에는 장기적으로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고 꿈이었습니다. 특별한 변화의 계획을 염두에 두고 살아 간 것은 아니었지만 살아가는데 있어서 매 순간을 집중 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고요. 이러한 생각과 함께 의사로서 심장에 대해서 연구하는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었는데, 연구자였기 때문에 컴퓨터로 일을 해야만 했고 그 와중에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혼자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치료 할 수밖에 없었어요. 국내에선 나 말고는 백신 연구하는 사람이 없었죠. 또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일이었고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7년 동안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병원에 출근하기 전에 컴퓨터 백신을 연구하고 출근 후에는 의사로서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하지만 변화의 선택을 할 때가 왔습니다. 교수가 되면 지도학생을 받게 되죠. 그런데 지도학생을 받게 되면 백신을 개발할 시간을 전혀 가질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죠. 의사로서의 삶이냐 백신 개발자 (혹은 기업인)로서의 삶이냐, 그때 생각을 한 것이 세가지 가치입니다.  ‘잘 할 수 있는 것, 재미있는 것, 가치 있는 것’을 두고 판단을 할 때 ‘어떤 것이냐?’ 라고 내 자신에게 물어보았을 때 내게 돌아온 답은 바로 백신 개발자였습니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봤을 때는 의사와 백신 개발자 둘 다 해당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의사는 나 말고도 심장을 연구하는 훌륭한 의사가 많았고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백신 개발자는 설사 내가 최고는 아닐지언정 적어도 국내에는 나 말고는 없었습니다.  또 바이러스 백신을 만드는 것이 재미도 있었고요. 열정이 없으면 7년간 새벽 3시에 일어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그래서 백신 개발자로서의 삶을 선택했습니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 하는 것이 아니고 두 가지를 하면서 선택을 하는 과정이었고 이후 모든 삶에서의 선택의 과정이 이와 같았습니다. 그 와중에 창업을 하고 경영을 하게 되었는데, 경영자로서의 삶은 교수와의 삶과는 굉장히 달랐습니다. 의대 교수로서는 내 결과에 대해서 내가 혼자 책임을 지면됩니다. 나 혼자 연구를 잘 하면 되고 논문을 잘 쓰면 되는 것이고 내가 게으르면 논문을 못 쓰고 그 책임을 나 혼자 지면됩니다. 전문가는 혼자만 잘 해도 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경영자는 혼자만 잘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고요? 경영은 다른 사람과 함께 함으로써 일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의사 소통(Communication)’ 이 필요합니다. 내 의사를 정확히 전달을 해야 상대방이 정확히 내가 의도한 바를 알 수가 있죠. 그래야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가겠죠. 소통만 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직원에게 자기의 일처럼 근무 할 수 있는 가치를 심어 줘야 합니다. 그것이 ‘동기부여 (Motivation)’죠. 그리고 직원이 한 일에 따른 보상(Compensation)이 적절한가를 또 고민해봐야 합니다. 인사 시스템을 잘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바닥부터 새로 시작 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동우 학생(고려대):

우리 사회는 인문학에 열광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기업에서도 조차도 인문학을 외치고 있습니다. 인문학이란 (여기서 인문학은 인문학의 중심이 되는 철학 그리고 문학과 역사 종교, 이른바 문사철종) 바로 창의력, 통찰력, 통섭력을 (다 같은 말이긴 하지만) 가능케 해주는 학문입니다. 우리시대에 새로운 이야기에 열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주객이 전도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와 기업에서 인문학을 외치고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인재를 찾기 시작하면서 본질이 변질 되어가고 있습니다. 인문학을 통해서 ‘나’와 ‘세상’을 보고 ‘나와 세상’이 중심이 되어서 사색을 하고 고민을 해야 나의 온전한 관점이 생긴 후에 나만의 관점으로부터 통섭이 가능해지고 창조적 조합이 가능해 집니다. 하지만 학교와 기업에서 인문학을 외치자 인문학을 통해 ‘나’와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입학’과 ‘취업’이 중심이 되어서 인문학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지혜로운 창의가 아니라 하나의 사실을 외우는 암기식 교육이 되어 버립니다. 인문학적 인재를 찾지만 무언가 주객이 전도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창의성이란 존재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해결 방안이 있습니까?

안철수 의원:  

인문학이 산업적으로만 이용이 되어서 이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 다른 말로는 써먹을 수 있는 것만 이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인문학 그 자체로 분명히 의미가 있습니다. 요즘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승정원 일기’입니다. ‘승정원 일기’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고유 컨텐츠 중 하나입니다. 왕의 일상을 굉장히 자세하게 500년간 기록한 책은 세계에서 ‘승정원 일기’가 유일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가치를 모릅니다. 또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 너무나 방대한 양이 모두 한자로 되어있습니다. 이 우리 고유의 컨텐츠를 번역을 하는 데에만 10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또한 번역에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일단 이를 번역 할 수 있는 번역 전문가가 없습니다. 또한 이를 번역 할만한 예산조차 없습니다.

이런 방면에 더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과거에 대해서 정확히 알아야지 이렇게 무책임하게 버려두어서 되겠습니까? 인문학이 산업적으로만 이용이 되어서 그렇습니다. 지금 당장 산업적 가치는 없어보이더라도 창조적 조합이 될 가능성이 있는 인문학적 기반과 가능성에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럴만한 환경과 분위기가 아직 무르익지 않은 듯 합니다.

박주영 학생(KENT 12학년):

저의 관심분야는 교육입니다. 제 꿈도 교육부 장관이기도하고요. 현재 교육에서 많은 문제와 불평들이 있습니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또, 국회의원으로서 솔직히 교육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와 방향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안철수 의원:

안철수 연구소 경영자 직을 제외하고 제가 제일 오래했던 직업이 교수입니다. 처음에는 의대교수였고 카이스트 에서는 경영학 교수였죠. 그리고, 서울대에서는 이제 융합대학원 교수였으니 공대교수였던 셈이죠. 그런데, 교직에 있으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가 보통 교육개혁을 할 때  교육에 문제가 많으니까 교육을 어떻게든 개혁하자고 하는데 실패를 많이 하죠.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무엇인가 하면 교육이라는 것은 우리 대한민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전체 구조하에서 종속변수거든요. 그래서 교육을 아무리 바꿔도 대한민국 전체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효과가 없어요. 예를 들면 그 사실은 대학교 나가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많고 거기에 따라서 정당하게 보상을 받아서 생활을 할 수 있는 구조 라면, 사실은 이공계 기피, 인문계 기피 같은 게 많이 완화될 수 있잖아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에 이공계 기피 가 너무 심했어요. 그 때 제가 대학진학을 앞둔 학생을 가진 학부모들에게 이공계를 선택하라고 했어요. 왜냐 하면 10년 뒤, 아이가 전문가가 되기 까지 10년이 필요한데, 지금 이공계로 진학을 많이 하지 않으니까 지금 가면 분명히 기회를 많이 가진다. 그런데 그런 것을 잘 이해를 못해요. 참 그게 근시안적인 거에요. 왜냐하면 사회는 워낙 역동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지금 현재 제일 잘나가는 직업은 10년 후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삼성전자도 10년 후에 어려워질 수 있어요. 왜냐하면 노키아가 그랬으니까, 모토롤라가 그랬으니까. 삼성도 마찬가지거든요. 근데 거기 가면 평생 안정될 줄 알고 막간단말이에요. 그게 참 맞지 않는 거에요. 요점은 사회구조 개혁이 되어야 교육이 바로 설수 있다 라는 것, 항상 그걸 염두에 두고 교육만 계속 바꾸려고 노력하기 보다 사회구조 개혁과 병행해야 된다는 점을 놓치면 안 된다는 거죠.

하혜린 학생(대원외고 3학년):

미국으로 유학을 가셔서 EMBA 과정을 밟으셨는데, 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해주실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안철수 의원: 우선, 외국으로 유학을 가기 전 기간, 학비, 학위를 받는 것이 그 이후의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철저히 따져보고 가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학생들이 많은 것을 따져 보지 않고 일단 가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은 유학을 가서 외국학위를 받으면 무엇이라도 이룰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가고 주변 사람들은 외국에서의 학위를 무조건적으로 부러워하고 좋아하는 경향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말콤 글래드웰이 쓴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 내용 중 재미 있었던 부분은 “큰 연못의 작은 물고기가 되지 말고, 작은 연못의 큰 물고기가 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예로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을 추적해서 한 연구를 보여주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는 천재들이 들어가도 상위 20%와 하위 20%로 나뉩니다. 상위 20%는 유명한 저널에 논문을 많이 쓰지만 하위 80%는 논문을 굉장히 적게 쓰고 쓰려는 의지를 잃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위 20%는 평생 자신의 천재인줄 알다가 대학교에서 다른 천재들에게 치여서 자신감을 잃고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삼류대학의 상위 20%는 하버드 대학교의 상위 20%만큼은 아니더라도 굉장히 논문을 많이 쓰고 하버드 대학교 하위 80%보다 많이 씁니다. 대학을 입학할 때 하버드 대학교 하위 80%는 그 삼류대학에 진학하고도 남을 실력이 있었겠지만 대학교에서 완전히 자신감을 잃어서 포기한다는 것을 읽으며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꼭 1,2,3위의 일류 대학에 턱걸이로 가는 것이 최고의 선택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였습니다. 유학을 생각하는 친구들은 그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지민 학생( GIS 10학년):

저는 동아시아의 현대교육과 전통교육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 새로운 교육 시스템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IT와 교육이 접목된 새로운 형태의 교육 시스템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러한 교육이 보편화된다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전문지식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교육 양극화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교육현장에 이러한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안철수 의원:

일단 공교육이라 함은 대학 이상이 아니라 고등 교육, 중고등학교 교육을 말씀하시는 거죠?

김지민 학생( GIS 10학년):  

안철수 의원: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골치아픈 부분이 그 부분인데요, 교육에 들어가는 국가적인 투자, 국가 전체가 교육에 쓰는 비용을 따져보면 OECD 국가중에서 국가별로 중고등학교 교육에 투입하는 비용이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1위에요. 그런데 반대로 평생교육, 즉 대학 졸업 이후에 사회에 나와서 적응하기 위해, 또 자신의 전문성과 현 직업 외의 다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쌓기 위한 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은 OECD 국가 중에서 대한민국이 꼴찌에요. 즉, 부모님들이 자신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에게 써야하는 교육비까지도 아이들 교육입시를 위해 모두 투자한다는 것이죠. 결국 노후대비도 안되고 평생 불행해 질 수 있으니 과도하게 중고등학교에 드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교육이 정상화되어야 이게 줄 것이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해결 되는 것 아니겠어요. 나머지 비용들은 부모님들을 위해 평생교육에 써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공교육이 정상화 될 건지, 답이 있었다면 똑똑한 많은 사람들이 해결을 했겠죠.

이게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같아요. 아무리 신뢰를 받을 만한 움직임이 있더라도 한두 명의 부모님들이 사교육을 하기 시작하면 다른 부모들이 불안해서 다 학원에 보내게 되는 악순환이거든요. 그러므로 두 가지를 병행해야죠. 하나는 사회구조 개혁, 즉 중소기업에 들어가도 제대로 월급을 받을 수 있게 하고 또 창업을 해도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예술을 하고 싶다 하더라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됩니다. 인센티브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잡아 있으면 필수적으로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는 결론이 나오잖아요. 사회적인 인센티브시스템을 바꾸는데 노력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하면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됩니다. 지금 말씀하신 부분(IT와 교육이 결합된 MOOC와 같은 시스템)은 하나의 툴이나 방법론이고, 이것이 모든 부분들을 해결하지는 않겠죠. 많은 제도적인 노력들과 여러 가지 방법론들이 복합적으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황성재(고려대):

제가 의원님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컴퓨터를 샀는데, (컴퓨터 파는) 아저씨께서 플로피 디스크에 V3를 이거 진짜 좋은 백신이라고 집에 가서 꼭 컴퓨터에 설치하라고   주셨어요. 전공은 영문학이지만,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 중의 한 명으로서 컴퓨터 공부도 하고 백신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요즘 카스퍼스키나 아바스트나, MSE 등이 무료로 배부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안티바이러스 1세대 개발자로서 그러한 외산 백신에 대항하여 한국의 백신 개발의 미래나 IT 환경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안철수 의원:

IT 업계를 떠난지 9년 되었습니다. 굉장히 오래되었는데, 아무리 인터넷 세상이라고 해도 전세계적으로 모두 다 같은 글로벌 환경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항상 보면 다국적인 문제들이 많이 있지만 지역적인 문제들도 항상 존재하는 법이거든요. 예를 들면, 바이러스가 트로이 목마나 스팸의 형태로 여러 가지로 진화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영어로 스팸메일이 왔어요. 그러면 한국사람들은 속지 않았죠. 그런데 예를 들어 국내의 한 은행에서 가입자들에게 안내문이 오면 속거든요. 그런 식으로 지역화되고 있어요. 그런 부분은 외국 회사들이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래서 특히 컴퓨터 보안 쪽 특히 국가 기간 통신망 관련해서는 외국 보안 회사와 계약하면 안되겠죠. 외국에서 내부정보를 다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 미국제품이나 중국제품 쓰기를 꺼려하는 이유도 그렇거든요. 백도어 아시죠? 혹시나 백도어 같은 것이  있어서 다른 나라 정부에서 보지 않을까. 그러한 것이 기간 망에 있으면 안 되니까. 그래서, 여러 가지 분야 중에서도 보안 분야는 우리 자체적으로 기술을 확보하고 우리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전히 국내에서 사업이라고 하면 사업 기회도 여전히 계속 존재하고, 국내 기업의 역할도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는 분야이죠.

김현정 학생(경인교대):

요즘의 한국 사회는 다문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고 있는 상황만을 보더라도 그러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북미나 여느 유럽 국가들처럼 이민자가 많은 지역 또는 원래 민족 구성이 다양했던 나라들과는 구별됩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자세는 무엇이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안철수 의원:

영화 ‘완득이’를 보면 다문화 가정이 우리 이웃으로 가까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는 어느덧 우리 삶 속에 자리잡은 시대의 변화상을 담아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사회변화를 주도하기도 하죠.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이전, 미국의 드라마 및 영화에서는 이미 흑인 리더가 등장했고, 흑인과 백인이 어우러져 사는 모습이 자주 보여지곤 했습니다. 즉, 영상매체가 사람들의 인식 등을 점진적으로 개선하거나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죠. 영화를 비롯한 드라마, 예능 등의 다양한 TV 프로그램들이 다문화 시대로의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한편, ‘다문화’는 한국 사회 내에 이미 존재하고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에 대해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규 교육 예를 들어,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접할 수 있는 학생들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우리가 더욱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입니다. 우리 사회를 하나의 공동체로서 유지하고자 할 때, 교육 받지 못한 다문화 가정 학생들이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우리가 같은 공동체에 속했다는 점을 알려야 하며, 이들을 어떻게 교육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문화’에 대한 이민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한국은 정책 등에 의해 강제적으로 다문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다문화 가정 수가 많아진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이민정책을 적극적으로 할 것인지, 여전히 소극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공론화가 필요하죠. 물론 지금까지 여러 이견이 있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공론화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독일’의 사례를 참고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독일은 이번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했습니다. 독일이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에는 독일의 변화된 이민정책 또한 한 몫을 했습니다. 월드컵 우승에 기여한 사람들을 보면 이민자들이 많기 때문이죠. 독일은 전통적으로 ‘게르만 순혈주의’가 강한 나라였는데, 현재는 인식 및 정책이 변화하여 미국만큼이나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민정책의 변화로 외국의 지식인들이 대거 유입된다면, 나라가 발전하는 데에도 보탬이 될 것입니다. 물론 독일의 월드컵 우승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테지만, 이제는 우리도 ‘다문화’와 관련하여 진지하게 생각을 해볼 때라고 봅니다.

정채훈 학생(용인외고 2학년):

동북아역사왜곡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셨다고 들었는데, 대한민국이 가진 역사왜곡을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 중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안철수 의원:

우선 현재는 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당 대표가 되기 전까지만 활동했었고요. 아마도 가장 힘든 일이라면 일본과의 독도 분쟁이나 중국의 역사 왜곡을 풀어나가는 것이겠죠. 이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많은 과제들이 있겠지만, 사실 가장 극복하기 힘든 것은 우리나라 내부의 제도적 문제입니다. 영토 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역사 및 법률 전문가들이 많이 필요한데,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이기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일본은 제도상 공무원들이 어떠한 자리나 위원회를 맡게 되면 다른 위치로 이동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계속 그 분야에 대해 연구하다 보니 어느새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 있는 거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제도상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공무원들이 1년 또는 2년에 한번씩 위치를 옮기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분야에서 적응하게 될 때쯤 다른 분야로 옮기게 되어,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공무원들이 없게 되는 거죠. 이는 우리나라의 외교적 능력과도 직결됩니다. 신뢰적인 면에서도 일본이 앞서가게 되겠죠. 그래서 물론 국민들의 인식 개선과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내부의 제도적 개선이 보다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백범준 학생(대원외고 3학년):

정치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계에 진출은 오랫동안 계획하신 것인지 아니면 갑자기 결정하신 것인지? 현재 대한민국에서 소신을 가지고 정치 혁신하고자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인간 본성, 또는 한국의 정치배경 또는 시대적 배경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요인이 있을까요?

안철수 의원:

원래 다른 정치인들인 정치를 하겠다는 결심을 먼저하고 자기 생각을 주변에 알려서 지지를 받고 그 힘으로 당선이 되죠. 저는 완전히 반대였어요. 저는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제가 정치를 하면 매우 좋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의사를 표명하고 그게 여론 조사로 나왔잖아요. 1년 이상을 학교에 남아서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다는 것이 많다고 생각해서 1년 이상 참여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만 했는데 결국은 왜 사람들이 저렇게 원할까 그 이유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그리고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의 열망을 이루는데 내가 그 도구가 되겠다는 결심까지 이르렀죠. 그래서 정치를 시작한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순서가 바뀐 셈이에요. 그래서 초심 – 왜 정치를 시작했는가 – 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요. 다행히 정치에 들어오기 전에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을 썼어요. 제 생각부터 먼저 밝혔어요. 그 책은 그 당시의 저의 생각을 100% 담은 것이기 때문에 지금 보면 제 초심을 상기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되요. 그래서 책이라는 것이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되지만 저자 자신에게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교수가 되어서 강의를 해보면 교수가 가장 도움을 많이 받아요. 강단에서는 확실한 이야기만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다시 한번 더 확인해 보고 완전히 자기 것이 될 때만 강의가 가능해요. 그래서 학생들 보다 교수가 그 문제에 대해 파악할 때 더 도움을 많이 받게 되죠. 강의가 그런 거죠.

사회 개혁 또한 매우 어려워요. 이는 인류 역사상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고 이것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인류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투쟁이잖아요? 그래서 기득권이 바뀌기 힘든 것 같아요.

14세기 때 흑사병이 돌았을 때 유럽은 봉건사회였어요. 근데 흑사병이 돌고 난 후 서유럽과 동유럽은 완전히 다른 길로 갔어요. 두 곳 다 봉건 국가들로 이루어 져 있었는데 흑사병으로 인해 인구의 1/3이 죽으니까 영국이나 서부 유럽의 국가들은 노동력이 귀하게 된 것이에요. 그래서 토지를 가진 사람들이 노동력을 가진 사람들을 회유 하기 위해서 금전적 보상도 많이 주고 어느 정도 권리도 주면서 (농부들이) 정치적 힘을 가지게 됐잖아요.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권리장전부터 시작하여 민주주의의 역사가 시작된 거에요. 동부유럽은 아주 미세한 차이인데 그곳에는 영주의 땅이 매우 컸어요. 그래서 약해진 힘으로 더 박해하고 더 착취하는 제도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역사가 완전히 바뀌게 되잖아요. 역사를 보면 미세한 차이로 변하게 되잖아요. 어느 제도를 가지느냐에 따라 똑 같은 사건이라도 나가는 방향은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역사는 그런 것 같아요. 끊임없이 기득권은 안 내놓으려고 하고 불공정한 부의 분배 대상자들은 그것에 대항하려고 하고. 이러한 역학 관계 중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사건들이 역사를 바뀌게 하는 것이죠. 그러면서 어떠한 나라는 잘 되고 다른 나라들은 오히려 힘들어지고 그런 역사들이 진행되는 것 같아요.

일동: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정 및 편집: 배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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