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계를 위해 한국이 할 일” (중앙일보 2015년 04월 25일)

중앙일보

“글로벌 금융계를 위해 한국이 할 일”

2015년 04월 25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한국인들은 한국이 세계의 양대 금융 세력 사이에 ‘샌드위치 신세’가 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지난 60여 년에 걸친 발전으로 이미 확고히 자리 잡은 미국 워싱턴 중심의 브레튼우즈 금융 체제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사이에서 말이다. AIIB는 미국 중심 금융의 잠재적인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AIIB에 가담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은 브레튼우즈 체제가 지탱하는 현재의 글로벌 무역 체제와 한·미 동맹 덕분에 큰 이득을 얻어 왔다. 게다가 세계은행(WB)의 김용 총재는 한국계다. 하지만 중국은 아시아의 지배적인 경제 강대국이 됐다. 중국은 한국에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다. AIIB는 한국에 견딜 수 없는 유혹이다. 한국 기업들은 AIIB를 통해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대 세력 중에서 한쪽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비극’이나 딜레마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이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런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그저 수동적으로 반응만 한다면,한국의 미래를 기다리는 것은 ‘비극’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국제 금융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국가다. 왜냐하면 한국은 지난 50여 년 동안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 잠재력을 바탕으로 한국은 AIIB의 미래를 규정할 수도 있다. AIIB가 긍정적인 길로 접어들게 해 새로운 글로벌 제도로 발전하게 만들 수 있는 것도 한국이다.

한국은 인천에 녹색기후기금(GCF)의 본부를 유치했다. 한국은 그래서 특별한 위치에 있다. GCF라는 새로운 글로벌 금융 기구는 발전의 본질 그 자체를 바꿀 수 있다. 경제 성장의 정의에서 발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일차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GCF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을 보완하는 새로운 금융의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들 국제기구가 보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변모하도록 자극할 수도 있다.

전향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한국은 GCF와 AIIB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 공헌해야 한다. 양자의 관계는 세계은행과 IMF의 관계와 유사하다. 한국은 중국과 경제협력 관계가 밀접하다. 문화적인 연대도 깊다. 그래서 오로지 한국만이 GCF-AIIB 관계의 전환을 선도할 수 있다. 하지만 녹색 경제로 전환하는 게 저절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볼 게 아니라 선도적으로 비전과 구체적인 제안을 내놔야 한다.

AIIB에 대한 주된 비판은, 중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인프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스탠더드가 결여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정당하다. 많은 중국인들 또한 기꺼이 중국의 인프라 개발 모델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중국 모델은 수많은 사람이 가난에서 벗어나 중산층으로 발돋움하는 게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중국 모델은 개발도상국들뿐만 아니라 선진국에도 수출할 수 있다. 하지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표준은 낮은 수준이었다.

또한 중국은 수질 오염, 황사, 미세먼지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끔찍한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환경 후진국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투자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풍력이나 태양에너지 분야에서 중국만큼 많은 투자를 하는 나라는 없다. 중국이 긍정적인 발전 모델을 발전시키려고 한다면, 그 성공 여부는 AIIB와 GCF의 관계 설정에 달려 있다. 두 기구 간의 협력이 두 기구의 발전 과정에서 우선순위를 차지해야 한다. AIIB와 GCF가 공동으로 개발할 녹색 발전 모델의 대상은 독일이나 핀란드 같은 부자 나라가 아니다. 이제 막 경제적인 팽창을 시작한 나라들이다. 따라서 새로운 모델의 파급력은 잠재적으로 막강하다.

국제사회가 AIIB에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지만 몇 가지 확실히 해둘 게 있다. 구식의 봉쇄정책은 중국의 경제적인 영향력 확대를 막을 수 없다. 중국은 단순히 한 나라가 아니다. 중국은 세계 인구의 5분의 1에게 고향이다. 미국이 AIIB에 가담하건 하지 않건, AIIB는 중국과 세계의 발전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과 협력해 중국과 세계 경제의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 내가 만난 많은 중국 학자와 관료들에 따르면 중국은 곧 환경 정책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것이다. 중국은 또한 역사상 처음으로 강대국으로서 자국의 국제적인 책임을 고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는 것은, AIIB와 GCF가 성숙한 국제기구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의 전통적인 경제 원칙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양국은 100~200년을 단위로 하는 장기적인 경제계획을 추진하면서 농업과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어쩌면 AIIB와 GCF는 조선왕조와 청나라가 남긴 위대한 지속 가능한 발전의 유산을 되살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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