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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s into Korea's Sudden Rise

“1000만원짜리 삼성 갤럭시 만들자” (중앙일보 2015년 6월 27일)

중앙일보

“1000만원짜리 삼성 갤럭시 만들자”

2015년 6월 27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페라리는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다. 한 대 가격이 3억원 전후. 준수한 중형 세단 10대, 웬만한 소형차 20대 가격이다. 그래도 페라리를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선다.

삼성 갤럭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대전화 브랜드다. 가격은 100만원 정도. 갤럭시는 자동차로 보면 페라리 등급일까. 그렇지 않다. 보급 규모를 보면 중형 세단이다.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왜 1000만원짜리 최고급 모델은 생산하지 않는가. 이탈리아에는 페라리 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쌓여 있다. 마세라티·람보르기니·구찌·프라다·페라가모 등 끝이 없다. 이탈리아에 비해 기술력이 더 뛰어난 한국은 왜 주력 생산품인 휴대전화 분야에서 최고급 브랜드를 만들어 내지 않는 것일까.

문제는 융합이다. 이탈리아는 패션과 인체공학 분야에서 강점이 있다. 미적 감각과 고급 공예 전통 덕분이다. 비결은 이런 장점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기능하면서 다른 나라에서 발견할 수 없는 매력이 넘치는 강력한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데 있다.

한국 역시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 한국에는 창조적이고 모험적이며 개성이 강한 예술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엔지니어, 머리 좋고 국가에 대한 봉사의식으로 무장한 관리들이 축적돼 있다. 그러나 이들은 각자 영역에서 별도로 활동할 뿐 통합적 작업에 참여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작업을 통합적으로 주도하는 사람도 드물고 그런 노력을 쏟는 이들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기술과 예술과 행정이 융합되면 혁신적인 기술과 극도의 아름다움을 갖추고 효율적인 마케팅 지원을 받는 최고급 휴대전화를 개발할 수 있다. 한국의 휴대전화는 지금도 세계 최고지만 페라리 등급의 휴대전화는 세계 최고의 명품 브랜드라는 평가 속에 1000만원에 팔리게 될 것이다.

1000만원짜리 갤럭시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 외양에서 매력이 넘칠 것이다. 최고급 목공예 기술과 보석과 금은 세공 기술이 적용돼 이것이 기계장치인지, 보석상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다. 성능을 보면 기본적으로 통화 기능이 탑재돼 있지만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은 질과 양에서 세계 최고다. 새로운 앱이 나오거나 업데이트 버전이 나오면 즉시 적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사용방법이 아주 쉽고 저장공간이 매우 커서 사용자는 인생 전체를 휴대전화에 저장해 놓고 휴대전화를 통해 일을 하게 될 것이다. 1000만원이 아니라 5000만원을 내겠다는 사람이 줄을 서게 될 것이다.

사실 1000만원짜리 휴대전화 시장을 열지 못한 것은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국가들도 여전히 중형 세단 수준의 휴대전화를 만들어 팔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기술과 예술적 잠재력, 행정적 지원 능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서 있거나 최소한 부족하지는 않다. 이탈리아가 페라리를 만들었는데 대한민국이 페라리 등급 휴대전화를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늘날 가장 큰 문제는 휴대기기가 사장님을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비서로 만든다는 것이다. 사장님은 자신이 일정을 짜야 하고 끊임없이 전화하거나 문자·e메일을 보내야 한다. 해결책은 휴대기기에 비서 프로그램을 집어넣는 것이다. 이 살아 있는 듯한 ‘비서’는 임무에 따라 확장이 가능하고 사장님이 원하는 정보라면 무엇이든 원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 ‘비서’는 중요한 주제에 대해 조사도 하고 간단한 요약도 제시할 수 있고 간단한 지시만으로 정식 사업 문건도 작성할 수 있으며 연설문을 작성한다. 사장님을 대신해 전화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비서’는 어떠한 언어로 된 자료라고 해도 신속하게 번역해 공급할 수 있다. ‘비서’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구성원과 협력할 수 있고 마지막에는 사장님에게 요약 보고서도 제출할 수 있다.

사장님은 다른 사람 명함을 사진으로 찍어 ‘비서’에게 보낸다. ‘비서’는 모든 정보를 잘 분류해 넉넉한 저장공간에 보관하게 되고 미래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에게 간단한 안부 편지를 보낼 것을 제안하기도 하고 편지 초안을 작성할 수도 있다. 마치 제대로 된 사무실을 갖고 있는 것과 같고 오히려 보통 사무실보다 더 좋은 상황을 제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페라리 등급의 스마트폰이 지니고 있는 결정적인 특징은 필요한 충고를 즉각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비서 서비스는 사장님에게 어떤 주제와 관련해 가장 관련성이 높은 사람에게 직접(또는 통역기를 통해) 대화할 수 있게 해준다. 사장님이 생명공학 분야 전문가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아니면 아르헨티나의 부동산 문제 최고 전문가와 대화하고 싶다고 한다면 ‘비서’는 즉시 (필요하다면 고도의 통역 서비스를 이용해) 대화나 필담을 준비할 수 있다. 한국의 페라리급 스마트폰은 별도 비용 없이 통화가 가능한 광범위한 전문가 네트워크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사장님 스마트폰은 사장님이 필요로 하는 전문가들을 물색해 사장님이 필요할 때 전문가 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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