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에 농촌 마을의 미래가 있다” (중앙일보 2015년 7월 18일)

중앙일보

“관광에 농촌 마을의 미래가 있다”

2015년 7월 18일

 

 

 

나는 최근 친구를 따라 금산 인근 산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을 방문했다. 양옆으로 소나무가 늘어선 구불구불한 길을 한동안 차로 달리고 나니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지은 수수한 집들이 시야 속으로 들어왔다.

산마루를 따라 늘어선 이 목조 가옥들의 보존 상태는 좋지 않았다. 무성한 덤불과 덩굴 사이로 녹슨 파이프와 깨진 유리창이 보였다. 퇴락한 건물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마을 사람들의 나이였다. 80~90대 노인이 70대 노인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고 있었다. 더 젊은 연령대의 마을 주민은 아예 없었다. 우리는 한국의 저출산율과 이농이 낳은 우울한 현장과 마주했던 것이다.

내 친구 집의 거실에 앉아 와인 한잔을 마시자 새로운 시각이 떠올랐다. 친구가 사들여 수리한 집은 쾌적한 데다가 규모도 컸다. 나는 즉각적으로 어렸을 때 여름방학을 보내곤 했던 남부 프랑스의 집들을 떠올렸다.

순간 나는 개안(開眼)을 체험했다. 처음에는 이 농촌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령화의 비극만 보였다. 이 마을에 잠재된 엄청난 가능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이내 고령자들만 살고 있는 한국의 지방 풍경이 결코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상의 지평선 너머로 전혀 다른 전원 풍경이 보였다. 10여 년 정도의 세월이 흐르고 나면 쇠락의 단계를 뒤로하고 새로운 물결이 시작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이곳이 도시보다 인구학적으로 더 젊게 될 수 있다.

작은 마을들은 유기농 생산자, 장인(匠人), 예술가 등에게 지극히 매력적인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하고 혁신적인 혼합 경제를 발전시킬 것이다. 게다가 차세대 바이오기술•나노기술 산업은 지금과는 달리 엄청난 규모의 인프라가 필요 없기 때문에 첨단 연구개발(R&D)과 마을 공동체를 한데 엮는 창의적인 방법이 나올 수 있다. 농촌 공동체의 자연스러운 발전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 말이다. 어쩌면 한국은 농업이라는 자신의 뿌리로 돌아가면서 동시에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게 가능할 것이다.

그러한 잠재력을 실현하려면 초기부터 몇 가지 단계를 밟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층건물이나 고속도로가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발전 전략을 피하는 것이다. 자동차라는 기술은 미래의 마을에서는 설 땅이 없는 과거의 유물이다. 사실 이들 마을의 매력은 바로 환경과 너무나 잘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통합돼 있으며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농촌 마을들은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작은 나무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콘크리트로 된 큰 건물을 짓겠다는 식의 욕구는 절대 용납하면 안 된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 명소들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과거를 보존하는 것이야말로 미래를 맞이하는 데 가장 필요한 핵심이다.

게다가 마을들은 점점 더 다문화적으로 변할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 농촌 생활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실험할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전통적인 생태 공동체의 가장 훌륭한 점들이 첨단 기술 사회의 요소들과 결합될 것이다.

한국 농촌의 미래를 설계할 때에는 관광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관광 현실을 살펴보면 이런 식이다. 중국 관광객들이 백화점과 강남에 있는 면세점을 가득 메운다. 에어컨을 튼 버스를 타고 틀에 박힌 장소들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중국 관광객들의 취향이 고급화되고 있다는 징후들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진짜’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싶어한다.

미래의 관광객들은 농촌 지역으로 끌릴 것이다. 유서 깊은 분위기, 미묘한 풍광, 독특한 음식 때문이다. 미래의 중국 관광객들은 바닷가재나 스테이크보다는 정교한 디테일로 만든 토산품에 훨씬 더 크게 매료될 것이다. 관광객들은 카지노나 화려한 바보다는 농촌 특유의 소박하지만 세련된 환경을 즐기고 싶어할 것이다. 고급형 찜질방에서 긴장 풀기, 말을 타고 들판이나 한옥들 사이를 누비기, 수백 년 된 방식으로 마을 사람들이 막걸리나 된장을 만드는 것을 구경하기••• 이런 것들에 가장 큰 끌림이 있다.

그러한 관광은 점점 더 ‘지속가능한 관광(sustainable tourism)’의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공동체에 해를 끼칠 수도 있는 지나치게 상업화된 관광을 탈피하는 것이다. 일시적인 기분에 따라 어떤 마을을 아무런 ‘인연의 끈’도 없이 익명으로 방문하는 게 당연한 것은 아니다. 공동체•가족 간의 교류를 통해 장기적인 관계를 맺게 되면 관광객들은 자신들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마을에 해를 거듭하며 오고 또 올 것이다.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 속에서 관광객들은 마을 지인들이 만들어주는 유일무이한 음식을 즐길 것이다. 관광객들은 교통이 좀 불편하거나 숙박시설이 평범하더라도 지인을 찾아 마을을 찾게 될 것이다. 곡물과 수공예품을 생산하는 생동감 있는 마을과 개인적으로 끈끈한 사이가 되는 것. 그 게 미래 관광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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