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후변화, 그리고 군사합동훈련” (중앙일보 2015년 8월 8일 )

중앙일보

“한국, 기후변화, 그리고 군사합동훈련”

2015년  8월  8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미국 하와이 주 진주만 해군 기지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미국 태평양 함대(USPACFLT)는 2년마다 6·7월에 환태평양합동연습(RIMPAC)의 호스트가 된다. RIMPAC은 글로벌 군사 협력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역내 갈등을 줄이고 있는 굉장히 성공적인 프로그램이다.

RIMPAC은 태평양 지역에 있는 나라들의 군 대표들을 초청한다. 참가자들은 각 군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증진시키고 광범위한 종류의 군사 시나리오에 대비할 능력을 향상시킨다. RIMPAC이 이룩한 가장 중요한 성과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실무자급 군사 엘리트들이 다른 나라의 동료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쌓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2014년 RIMPAC이 거둔 의미 있는 성과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해군이 참가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주도한 대규모 해군 훈련에 중국이 참가한 최초의 사례다.

요즘 언론 매체들의 기사 제목을 보면 마치 ‘새로운 냉전’이 시작된 것 같지만, 아직도 RIMPAC 같은 다자간 군사 협력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특히 사이버전 같은 새로운 유형의 복합적인 안보 위협은 본질적으로 다자간 대응을 요구한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은 중견국인 한국에 군사 분야 혁신과 개혁의 지도국이 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선사한다.

중견국 중에서도 한국의 위상은 독특하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제국주의를 추구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기술·무역·문화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은 강대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들과도 두루두루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은 RIMPAC을 모델로 삼아 태평양 지역의 각국 실무급 장교들이 참가하는 합동훈련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역내 신뢰 수준을 격상해 군사훈련을 새로운 긴장이 아니라 연합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다. 한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RIMPAC은 새로운 유형의 안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오늘날 아시아에서 최대 안보 위협은 기후변화다. 사이클론 나르기스(2008)나 태풍 하이옌(2013)의 사례가 증명하는 것처럼 기후변화가 아시아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게다가 기후변화가 악화됨에 따라 대형 폭풍 피해는 점차 북상하게 돼 있다. 그래서 군, 특히 해군이 맡아야 할 새로운 역할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적응하는 것이다.

기후변화의 안보적 측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는 합동군사훈련에는 대피·재난구조·복구공사와 관련된 연습이 포함돼야 한다.

기후변화 RIMPAC은 군사 훈련뿐만 아니라 새로운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전 지구적 경쟁을 촉발해야 한다. 미국 국방부의 ‘에너지 신뢰성과 안보를 위한 지능형 전력망 인프라 구조 시연(SPIDERS)’이 좋은 모델이다. 기후변화 RIMPAC에 참가한 각국 대표들은 태양광·풍력 발전, 전기 배터리, 파워 그리드, 환경보존, 대양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첩보·감시 기술의 활용 등의 분야에서 상(賞)을 내걸고 경연을 벌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경연대회가 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초청받은 군 인사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는 국제회의를 함께 개최하는 게 효과적이다. 논문 주제로는 재활용, 에너지 효율, 물 안보(water security), 전기 모터, 사막화 방지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기후변화 RIMPAC은 11월의 미·중 정상회담에서 훌륭한 안건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미·중 양국 정상은 군사협력 강화와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에 대한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기후변화 RIMPAC은 두 가지 이슈를 구체화시키는 가치 있는 발걸음이 될 수 있다.

12월에 개최될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세계 지도자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따른 점증하는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변화 RIMPAC 실시를 위한 한국의 제안은 총회에서 주목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 RIMPAC은 기후변화에 대한 군의 대응을 다루는 국제적인 싱크탱크를 한국에 설립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점점 더 중요하게 될 이 주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싱크탱크가 아직은 없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글로벌 컨센서스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군의 개혁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싱크탱크는 중립적인 토론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군 지도자들은 정치적인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고 다양한 관련 주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일 수 있다.

녹색기후기금(GCF)과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가 여기 한국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에는 기후변화 RIMPAC을 주도하고 기후변화 시대의 군 개혁에 대해 연구할 싱크탱크를 창립하는 데 필요한 유일무이한 자격이 있다. 한국은 기술적인 전문성, 군사적인 노하우, 지정학적인 위치를 선용해 점증하는 기후변화의 위협에 선도적으로 대처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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