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전통 살려 소셜미디어 주도하자” (중앙일보 2014년 8월 29일)

중앙일보

“사랑방 전통 살려 소셜미디어 주도하자”

2014년 8월 29일

 

한국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을 선도했다. 애석하게도 싸이월드는 글로벌 서비스로 정착하지 못했다. 2002년 싸이월드가 세상에 내놓은 미니홈피는 인기가 대단했다. 2006년까지 한국 인구의 25%가 싸이월드 회원으로 가입했다. 사용자들은 생각이 같은 사람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했으며 미니홈피를 창의적으로 꾸몄다.

불행히도 싸이월드에는 글로벌 비전이 없었다. 영어판 출시가 너무 늦었다. 영어판을 위한 투자는 최소에 그쳤으며 능력 있는 외국인을 채용하는 데도 인색했다. 결국 싸이월드는 2010년 미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2004년에야 서비스를 시작한 페이스북이 세계가 가장 애용하는 SNS가 됐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새로운 SNS 혁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한국이 SNS 강국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SNS는 세계 각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현지 문화의 필요에 제대로 부응하지 않고 있다. 단일 형태의 서비스만으로도 전 세계에 두루두루 통한다는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SNS의 석기시대에 살고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들의 컨소시엄이 SNS를 공익 서비스로 운영하는 것이다. 사업자들은 컨소시엄이 깔아놓은 인프라로 창의적인 콘텐트를 만들게 된다. 컨소시엄은 어느 기업도 단독으로 감당할 수 없는 대규모 투자로 차세대 SNS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인프라가 공공 서비스로 구축되기 때문에 SNS는 30년 이상의 장기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개발될 것이며 중요한 사회 문제들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SNS는 현지 정부·관료와 긴밀히 협업해 시민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할 것이다. 지역공동체 환경을 개선하고 다양한 전문가 노하우를 결합해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SNS는 시민 그룹과 정부 기관들을 포괄할 수 있다. 그래서 진정한 정부 개혁에 착수하고 참여 민주주의를 혁신할 기회를 우리는 얻을 수 있다.

한국이 주도할 SNS는 한국 고유의 사회 네트워킹 방식인 ‘사랑방’으로부터 영감을 받아야 한다. 유교 사회에서 사랑방은 지적·문화적 교류 공간이었다. 현대적인 SNS 사랑방은 그 의미가 확장돼 보편성을 띠게 될 것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플랫폼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이전의 SNS와 사랑방이 다른 점은 사랑방의 개방형 관리 구조다. 사용자들은 맞춤형으로 사랑방을 꾸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이모티콘을 만들고 템플릿을 설계하고, 심지어는 사랑방에서 작동하는 앱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만든 사랑방 용품을 ‘사랑방 화폐’를 통해 거래하는 자유도 누릴 것이다. 이런 혁신을 통해 젊은이들은 SNS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경제에 기여하고 수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도 지식·경제·기술의 교류에 활용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주로 사진을 주고받는 데 이용된다. 사랑방 SNS는 최고의 인재들이 사회의 진짜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해 가며 세상을 개선시키는 진지한 플랫폼으로 바뀔 수 있다.

사랑방에는 구글 같은 강력한 검색 엔진이 포함돼야 한다. 사용자들이 전 세계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고, 비정부기구(NGO) 활동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미국·중국·일본에서 관심사가 비슷한 또래 학생들을 찾아내 창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방 검색엔진은 지역 사회의 필요에 부응하는 플랫폼도 될 수 있다. 예컨대 충남의 어떤 농촌 마을이 홍수 문제를 안고 있는 아이오와의 타운을 찾아내 공동 연구에 착수한다면 양쪽 지자체의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SNS에서 구현되고 있는 시각적인 형상화 또한 개선의 여지가 많다. 현재는 원시적인 상태다. 사랑방 사용자들은 3차원 구조의 가상 현실을 기반으로 대화방이나 가상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랑방은 또한 고도의 기록 보관 기능을 탑재해 사용자들이 생성한 문헌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우리는 세계 각국 사람들이 체험한 질병·사회·경제·환경 문제 해결 경험으로부터 배우고 그들과 성공 사례를 공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랑방은 정부나 교육기관이 세미나를 개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사랑방 웨비나(webinar, 웹과 세미나의 합성어)에 모인 전문가들이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새로운 연구 파트너와 공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언어가 반드시 장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조선 시대의 필담(筆談) 전통을 응용할 수 있다. 웨비나에 모인 전문가들이 코멘트를 글로 적으면 이를 번역해 주는 것이다. 언어의 제한을 받지 않는 깊이 있는 대화가 필담 접근법을 통해 가능해질 것이다.

SNS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막 시작됐다. 지금은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세계의 새로운 SNS 표준을 창조할 때다.

One response to ““사랑방 전통 살려 소셜미디어 주도하자” (중앙일보 2014년 8월 29일)

  1. Yeonoh Son August 31, 2015 at 4:35 pm

    재미있고 좋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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