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시대, ‘필담’ 전통으로의 회귀가 필요하다” (월간 과학과 기술 2015년 12월 )

월간 과학과 기술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협회)

2015년 12월

 

“IT 시대, ‘필담’ 전통으로의 회귀가 필요하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아시아 전역의 전문가들이 국제회의 참석 차 모여 있을 때가 있다. 아마도 정부 장관, 교수나 사업가일 텐데 서로 어색하게 악수하고, 서투른 영어로 가볍게 인사를 나누다가 성급하게 대화를 끊고 서로에게서 떨어진다. 필자는 이런 모습을 목격할 때마다 민망해진다.

 

심도 있는 정보교환 이끄는 국제회의 환경 필요

이런 전문가들을 집결하는데 필요한 비행기 티켓 값과 호텔 숙박비는 값비싸다. 그런데도 전문가들 사이에 진지한 대화는 거의 오가지 않는다. 공유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지식과 경험이 있는데도 말이다. 정부나 산업체에 의해 마련된 비용이 많이 드는 큰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경우, 전문가들은 도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돌아갈 때도 여전히 서로 전혀 알지 못 한다. 비싼 식사 모임을 갖는다고 해서 추후 협력에 대한 약속으로 이어지거나, 같은 행사에 참석한 다른 전문가의 지혜와 지식을 알게 되는 것도 아니다.

국제 정상회담과 회의에 참석하는 아시아 전역의 대표들에게 시간제한 없이 진지하게 대화할 기회가 생긴다면, 서로에게서 엄청난 양의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다른 나라의 동료 전문가들이 자국에서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혁신적 행정 전략을 사용하는지 배우고, 그 방식을 채택해 사용할 수도 있다. 또는 제조업에서 사용되는 새 기술이 어떻게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깊이 있는 정보의 교환은 와인을 마시면서 짧게 자기소개 하는 행위만으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정보 교환을 이끌어 심오한 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환경을 위해 특정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다양한 나라 출신의 전문가들로 팀을 만들어 긴장을 풀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동양 국가에서는 긴장을 풀고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술을 마셔야 한다고 여긴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느긋하고 편안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같이 산에 오르거나, 파이를 굽거나,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인터넷 기반 토론 환경 활성화해야

미래의 협력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제안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굳이 직접 대면하는 모임을 가질 필요가 없다. 직접적인 만남이 대인 관계를 북돋을 수 있지만 온라인상으로 글을 주고 받는 것(진중한 의도를 갖고 인터넷 채팅하는 것)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과 채팅 할 때, 실제 누군가를 만나서 얘기할 때보다 더 나은 내용을 가지고 더 깊이 있는 정보를 교환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온라인상에서 성공적으로 글을 교환하는 비법은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없는 인터넷 기반 토론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또한 대화의 중요성이 참가자들 마음속에 각인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아쉽게도 대부분의 온라인 정보 교환은 피상적인 교환으로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그에 따른 결과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몇 가지 조치를 취해 참가자들이 ‘채팅’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면, 상당히 잠재력 있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

오늘날 정보통신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과거 18세기 중국, 일본, 한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더 깊은 담화가 오고 갔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그 당시 서면 대화였던 ‘필담(笔谈)’은 외교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중국 문자언어인 한문으로 작성되어 교환되었다. 비슷하게 근대 이전 시기에 교환된 외교뿐만 아니라 사회, 철학, 문학에 관한 가장 중요한 문제점에 대한 서신도 사소한 부분을 놓치지 않았으며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나타나 있었다.

20세기 전까지 동아시아 국가에서 학식 있는 사람들은 한문을 알고 있었다. 또한 한문으로 매우 지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동아시아에는 영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학식 있는 이들은 많지만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영어를 구사한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 각 나라에서 온 주요 인사들이 온라인상에서 진지한 주제로 토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토론은 고품질 번역으로 이루어져 각국의 인사들이 온라인상으로 진지한 주제에 대해 막힘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 만약 한국, 중국, 일본에서 온 전문가들이 주어진 주제에 대해 온라인 토론을 시작하면, 온라인상의 전문 번역가들이 그들의 포스팅을 자동으로 몇 분 안에 두 가지 언어로 번역한다. 그런 다음 번역된 포스팅이 다른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페이지에 게시된다.

결과적으로 각자 자신의 모국어를 사용하면서 거의 동시에 3가지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는 온라인 토론이 가능해진다. 이런 온라인 토론이 아니면 절대 알게 될 수 없었던 사람들과 말이다.

 

비동기 학술회는 의사소통 협력의 원천

한국, 중국, 일본, 미국과 다른 나라의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대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채팅 등의 써진 형태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고 우리 사회의 장기적인 개선을 목적으로 한 담화를 나눌 수 있다. 소위 온라인 ‘비동기(동시에 일어나지 않는) 학술토론회’는 일주일 이상 열릴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내용이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는 기사나 리포트로 출판될 수 있다.

이 방법의 또 다른 장점은 실제 정책 입안자를 토론에 포함시킬 수 도 있다는 것이다. 대개 외교 행사들은 정치적으로 영향 있는 사람보다 단순히 영어 사용자가 행사를 주도할 때가 훨씬 많다. 비동기 학술토론회는 주류 정치가와 정책의 수장이 깊이 있는 서면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런 비동기 학술회가 활성화 된다면 중국, 한국, 일본, 미국과 다른 나라의 정책 입안자들은 계속해서 온라인상으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의사소통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사소통은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협력의 원천이 될 것이다.

현존하는 정보통신기술을 주요한 사안에 대해 진행 중인 토론을 위한 진지한 도구로 바꾸는 발달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학문과 외교가 태어날 수 있다. 동양의 과거에서 유래된 ‘필담’의 전통을 부활시킴으로써 말이다.

글쓴이는 예일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졸업 후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비교문화학 석사학위를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동아시아언어문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 일리오니주립대 부교수, 주미한국대사관 자문관, 표준연구원 자문관, 우송대 솔브릿지국제대학 부교수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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