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간 한국정치 밑바닥까지 경험했다’ | 안철수 인터뷰” (허핑턴포스트 2016년 2월 12일)

허핑턴포스트

” ‘3년간 한국정치 밑바닥까지 경험했다’ | 안철수 인터뷰”

2016년 2월 12일

 

 

나는 안철수를 2012년에 처음 만났다. 당시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던 그와 교수진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MIT, 예일 대학교와 국제 협력을 할 수도 있을 거라고 말하는 내 맞은 편에 앉아 있었다. 그는 내내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침묵은 놀랄 정도로 강력했다. 그는 나의 말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어서, 나는 더 조심스럽고 정확하게 프리젠테이션을 해야만 했다.

안철수는 학자로서도 흔치 않은 사람이었다. 행정 능력이 뛰어났고 자신감이 아주 강했지만, 그와 비슷한 성격의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자기 목소리를 듣는 것에 관심이 없었고 지나친 관심을 받으면 불편해 했다. 그렇지만 차분한 표면 아래에는 그를 앞으로 계속 밀어붙이는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 그것은 책임감, 일이 진행되는 방식에 대한 매료, 상당한 야망이 합쳐진 힘이다. 그렇지만 그 힘은 주의깊게 살펴야 발견할 수 있다.

그는 굉장히 수줍음이 많다. 그의 계획과 꿈이 없었더라면 그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귀를 기울였을 것이다. 그가 지역 주민 회관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과 악수를 하는 것은 아직도 상상하기 어렵지만, 지금 그가 하고 있는 게 바로 그런 일이며, 심지어 그 이상을 하고 있다.

부산 출신인 그는 원래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했으나 V3 백신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안티 바이러스 소프트웨어 기업 중 하나인 안랩을 창립한 대단한 비즈니스 혁신가가 되었다. 그는 쉴 새 없이 일하고 누구보다 책을 많이 읽는 것으로 유명하다.

안철수는 책을 내서 굉장한 인기를 얻었다. 2011년에 그가 서울 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를 바랐던 젊은이들이 많았다. 그는 NGO 출신인 박원순을 지원했고, 박원순이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2012년에는 대선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가 민주당에 입당, 라이벌이었던 문재인을 지원했다. 문재인은 당선되지 못했으며, 안철수는 무능하기로 유명한 새정치민주연합이 불편해졌다.

그래서 그는 국민의 당을 창당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스스로를 ‘한국의 버니 샌더스’라고 부른 바 있으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나 보수와 진보를 모아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그의 접근 방식은 샌더스와는 상당히 다르다.

최근 안철수를 다시 만나 그의 새로운 행보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 이 시점에서 왜 새 정당을 설립하게 되셨나요?

 

안철수 : 저는 낡은 정치를 바꿔달라는 국민의 열망 때문에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제가 정치하는 이유고, 제가 국민들로부터 받은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여러 가지로 많은 노력들을 했습니다만, 제 능력이 부족해서 그걸 이루지 못했습니다. 우선은 야당에 들어가서 야당을 바꾸고자 노력했습니다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제3의 정당을 통해서 기존의 거대한 양대정당에 대항해 국민들 편에서 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현재 거대 양당은 적대적인 공생관계입니다. 서로 싸우는 것 같지만, 서로 이익이 일치하는 면에서는 담합하는 구조입니다. 저희들은 그것을 깨려고 합니다.

 

 : 아시겠지만, 지금 미국에도 그런 움직임이 있어요. 샌더스Sanders는 민주당 안에서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지만 성공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 네 맞습니다.

 

 :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걱정합니다. 새로운 정당을 시작하더라도 예전부터 내려오던 여의도의 관습이나 유착들이 있기 때문에, 그냥 의례적인 선에서 그치고 진정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 지난 3년간 한국정치의 가장 밑바닥까지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분들이 기대하셨는데,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큰 실망을 안겨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제 3년이 지난 후에 다시 국민들께서 기대를 걸고 기회를 주시는 만큼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정말로 결과를 만들어서 국민들께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던져서 몸이 가루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이루겠다는 각오를 매일매일 다지고 있습니다.

 

 : 아까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셨지만 정치하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 이제 3년 조금 넘었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차원과 어떤 의미에서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 한국 정치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는지에 대해 제대로 된 경험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는 제가 어떤 것을 이루려고 할 때,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방법으로 방해를 하고, 그러면 제가 원래 하려던 일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는가를 알았습니다.

 

 : 네, 그런데 정치의 경우는 미국도 그렇지만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이 언론에서 토론하는 것과 일반시민들이 직면하는 문제와 거리가 너무 멀어요. 그래서 여기저기서 얘기를 하더라도 듣지 않고 토론도 하지 않아요. 어떻게 이런 정치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요?

 

 : 제가 여의도에 와서 처음 느낀 점이 국민들을 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원래 정치는 정당들이 자신들이 대변하는 층의 이익을 갖고 서로 충돌하고 거기서 해결책을 만드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당 간의 대결이지만 최종판단이나 심판은 국민이 합니다. 항상 국민들이 심판을 하는 것이 정치인데 여의도에서 서로 싸우다 보면 국민의 심판이라는 것을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국민의 눈높이에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최종 심판을 국민이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습니다.

 

 : 하지만 국민들이 국민들이 이해를 못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외교, 안보, 과학기술 등 많은 분야에서 신문에 보도된 것을 비판적 시각 없이 그대로 믿게 되는 국민들도 상당수입니다.

 

 : 그러니까 국민들 눈높이라고 말씀 드린 이유가 국민들의 설득과 동의와 지지를 얻을 때만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복잡한 사안들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전달하는가 역시 저희들이 굉장히 노력해야 될 부분입니다. 지금 정치세력들은 국민에게 이해를 구하거나 설득하는 노력보다 오히려 눈앞에 있는 상대와 싸우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저희는 최우선적으로 국민과 소통하며, 이해를 구하고 지지를 얻는 일을 하겠다는 겁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계속했던 일이 그런 일이고 그래서 국민들이 저에 대해 3년 전에 처음 기대를 해주신 것 아니겠습니까?

 

 : 북한의 도발적인 핵무기 실험이 주요 현안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얘기하고 있지만, 저는 지역적 핵무기 경쟁, 말하자면 남한이 핵무기를 갖게 된다면 일본, 베트남 등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측면 등 좀 더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으로 북한 문제를 접근하는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 지금 정말 심각한 위기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럴 때 우선은 이 문제를 푸는 주체는 대한민국이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문제들을 풀려고 노력하면서 다른 강대국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을 병행해야 되지 싶습니다. 우리가 주체적으로 뛰어야지, 다른 강대국들이 움직여서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면 안된다는 것이 저의 확고한 생각입니다.

 

 : 북한문제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안전한 환경을 만들려면 중국과 미국을 포함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우리나라가 지금 외교적으로 어느 한 쪽 편에 확실하게 서게 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봅니다.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이고 그것이 최우선 근간이 되어야 된다는 생각은 확고합니다. 동시에 중국은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가장 많은 교역을 하는 국가고 북한문제를 풀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둘 사이에서 외교관계를 잘 펼치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한국표현으로는 균형이라고 합니다만, 영어표현으로 보면 이건 balanced가 아니고 harmonious, 즉 조화로운 외교를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많은 한국 기업이나 정치인들은 10~20대 젊은이들의 미래를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6, 70년대에 대한 향수가 있는데, 당시 한국이 가장 잘했던 부분은 교육에 우선 투자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대에 대한 향수는 있지만 요즘은 교육 등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많은 사람들이 저한테 기대를 거셨는데, 중요한 계층이 청년이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미래가 불확실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이런 상황을 제발 좀 타개해 달라는 열망이 굉장히 컸지 않습니까? 근데 이제 3년이 지났는데 지금이 훨씬 더 악화되었습니다. 3년 전에는 “너무 힘들다. 위로를 받고 싶다” 그런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헬조선’ 같은 표현처럼 원망과 불만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대로 더 가면 정말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고 봅니다. 중국은 ‘일대일로’라는 비전하에서 미래를 향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일본은 일본대로 아베노믹스를 바탕으로 경제 활력을 되찾아 뭔가 더 좋아질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우리나라는 미래나 희망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가 얼마나 힘든지, 또 국정교과서 같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정말 미래가 없다고 보는데요. 저는 그 방향을 바꾸는 게 정치가 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해서 창업하려면 은행에서 쉽게 돈을 빌릴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청년들에게도 나름대로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 저는 돈을 빌려서 창업하는 것은 반대입니다. 투자를 받아야 됩니다. 돈을 빌리면 갚아야 되기 때문에 망하면 신용불량자가 돼서 다시 기회를 못 가집니다. 그런데 투자를 받게 되면 실패를 하더라도 투자자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다시 재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창업 시 은행들이 돈을 쉽게 빌려주는 쪽이 아니라, 저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금융정책이 아니라 산업정책으로 접근해야 된다고 봅니다.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성공확률을 높이는 기반을 만드는 쪽으로 가는 게 올바른 방향입니다.

그렇게 되면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정말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투자받기가 더 쉬워질 겁니다. 학교 다닐 때, 학자금과 생활비, 주거비, 이 세 가지 때문에 졸업하고 나서 빚이 많은 게 문제입니다. 저는 그런 부담을 줄여줘서 사회생활을 쉽게 시작하게 할 수 있는 쪽에 집중을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학자금과 장학금만 신경 쓰다 보니까 주거비라든지 또는 생활비 쪽에 대해서는 고려가 안 되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하느라 공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장학금 못 받고 이런 악순환이 생깁니다. 저는 지금부터라도 학자금뿐 아니라 생활비와 주거비까지 종합적으로 접근해서, 학생들에게 직접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어떻게 하면 실질적으로 청년들이 나라의 방향이나 전략에 참여할 수 있을까요?

 

 : 제가 국민의 당을 만들면서 3, 40대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키우겠다고 말했습니다. 여러 선진국들을 보면, 한참 잘 나가고 있는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라든지 또는 오바마 대통령, 메르켈 총리 모두 40대에 국가를 이끌었습니다. 영국 또한 마찬가지예요. 모두 40대에 그런 일들을 했는데 우리도 그렇게 차츰차츰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오바마 대통령부터 트뤼도 총리에 이르기까지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정도 정치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3, 40대는 기회를 못 가지기 때문에 그게 어려운 겁니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도 지금 저희 당은 적극적으로 영입활동을 하고 기회를 드리고자 합니다.

 

 : 한국에 대해 솔직하게 비판도 하고, 반면에 희망적인 면도 얘기하셨습니다. 저는 앞으로 한국이 국제적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제화돼 있고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으면서도, 식민주의나 제국주의 침략 경험이 없다는 것이 한국의 큰 장점입니다. 어떻게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 대기업 사장님 중에 한 분이 저한테 말씀을 해주셨어요.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전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장점을 골고루 가지고 있는 것 같답니다. 일본의 근면성, 독일의 장인정신, 프랑스의 예술감각, 미국의 창의성 이런 것들을 우리나라 국민들은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녹아서 전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드라마가 나올 수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하셨어요. 비관만 하며, 헬조선이라고 하기보다는 우리가 갖고 있는 장점들을 인식하고 세계적으로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정치가 해야 되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게 안되니 답답하게 갇혀있고 헬조선의 상황에 몰린 것 아니겠습니까.

 

 : ‘국민의 당’이라면, 일반시민이 참여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당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 예를 들어 일자리도 없고 희망도 없는 청년이 자기 동네에 있는 정당 사무실에 가서 직접 자기 의견도 전달할 수 있게요.

 

 :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여의도에서 보면 정치인들이 눈앞의 상대와 싸우는 것만 신경 쓰고 국민의 심판이라는 걸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저희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이름을 국민의 당이라고 지은 것도 링컨 대통령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따왔습니다.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of the people’처럼 저희들은 이제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당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 요즘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동참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제가 당에서 나온 지 한 달 정도 됐는데요. 그때는 진짜 혼자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기대가 굉장히 크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제대로 결과를 잘 만들겠다고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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