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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을 찾는 교육 | 켄트학교 이야기 (허핑턴포스트 2016년 04월 26일)

“정체성을 찾는 교육 | 켄트학교 이야기”

허핑턴포스트  2016년 04월 26일

임마누엘 페스트리아ㅜ시

 

 

지난 10년간 서울의 국제학교 수는 급격하게 증가해 왔다. 채드윅스쿨, 드와이트스쿨, 그리고 한국국제학교와 같은 학교 설립이 성황을 이루면서 기존 서울외국인학교와 서울국제학교 등과 경쟁국면에 들어서게 되었다. 모두가 아이비리그에 진학하려는 한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익을 기대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을 끌 만한 좋은 시설과 환경을 제공했다.

그러나 공부하기 좋고 고급스러운 환경은 당연히 공짜가 아니다. 서울외국인학교의 경우 고등학교 과정은 아이비리그 진학을 위한 입학 상담팀 등을 포함하여 한 해에 미화로 대략 3만 5천 달러가 소요된다.

그런데 아차산 근처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진정 ‘대안’이라고 부를 만한 학교가 하나 있다. 수영장이나 축구장과 같은 시설은 없지만 이 학교는 단순한 학업성취 그 이상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지속적이고 헌신적인 신뢰를 얻어왔다. 한국켄트외국인학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은 학교가 숨겨진 보석으로 남아 있는 현실에 만족한다고 고백한다.

학교의 설립자는 애초에 켄트학교를 세울 무렵 아프리카와 동남아 개도국 출신의 외교관 자녀들이 기존의 엘리트 학교로부터 외면당해온 현실을 염두에 두고 도덕적인 원칙에 기초하여 그들의 경제적 여건에 맞춰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 결과 켄트학교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다양한 학생군으로 구성된 학교가 되었다. 개교의 모티프는 사실 기독교 신앙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지만, 학교 설립자는 많은 다른 종교적 신념들까지도 포괄할 만큼 그 영역을 넓혀왔다.

켄트학교의 인테리어는 간결하고 실용적이다. 방문자들을 압도하는, 교회장식에서나 볼 수 있는, 높은 창이 줄줄이 이어 붙어 있는 솟구치는 계단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면서도 세심한 부분들에서 눈길을 끄는데, 예를 들어 방문자는 계단에 붙은 표지에서 이런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잠깐! 불을 끄세요. 불필요하게 전기를 낭비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알고 있죠? 농사를 망치고 더위가 심해지고, 태풍도 더 자주 와요. 그뿐만 아니라 동물의 멸종도 앞당기게 됩니다.”

계단에 붙은 또 다른 표지에는 구내식당에서 음식을 남기지 말라 당부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또한 학교 입구에서 방문자들은 학교의 성격을 드러내는 핑크색 포스터를 볼 수 있다. 그 내용은 환경이나 다양한 상황 등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켄트는 일반적인 학교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에드워드 선생님을 만나다

대부분의 국제학교 교장은 교내 깊숙한 곳에 말쑥하게 꾸며진 자신만의 사무실에서 비서와 안락한 가죽소파를 두곤 하지만 켄트의 교장인 에드워드 즈루들러, 흔히 에드워드 선생님으로 불리는 그는 다른 교무실과 하나도 다를 바 없이, 학생이나 학부모와 시선을 교환할 수 있는 단촐한 책상만을 두고 있다. 그래서 그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는 직무에서 중요한 요소로 사려 깊고 효율적인 교감과 어떤 일도 가능하게 만드는 경이로운 교무실 직원들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인성과 명상을 강조한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계획을 만들기 위해 하루를 보낸다. 그가 켄트의 역할을 설명하는 동안 사무실에서 키우는 거북이는 어항 속을 오르내렸다.

사실 에드워드 선생님은 앉아서 서류작업에 오래 매달리면 안달이 나는 사람이다. 그는 끊임없이 교사들 대신 수업에 들어간다. 그는 학습활동에서부터 사적 관심사에 이르기까지 학생들과 상의하고 ‘삶’이 주는 수수께끼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제시하곤 한다. 많은 학교가 나름의 모토를 갖고 있지만 에드워드 선생님은 켄트의 모토를 계속하여 상기시킨다. 그는 켄트의 심벌인 쇠황조롱이 문양 밑 부분에 새겨진 “탐구하라, 생각하라, 실천하라”의 의미를 모두에게 잊히지 않도록 학생활동이나 교육의 모든 면을 통해 알리고 있다.

켄트의 학생들은 정보를 수동적으로 습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사회에 관해 생각한다. 학생들은 사실을 별 생각 없이 반복하도록 고무되지 않고 그 사실의 이면에 놓인 의미를 탐색하는 데 주력하도록 교육받는다. 에드워드 선생님이 설명하길, “교육은 지식 습득을 넘어 누군가의 행위가 그 이웃과 더 넓은 세상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전체적으로 이해하도록 하는 활동이다.” 그는 무엇에 관해서건 학생들의 본질적인 이해를 돕는 질문을 던지라고 교사들에게 요구한다.

교육에서 에드워드 선생님이 중점을 두는 것은 뇌기능과 관련한 것이다. 그는 학생들이 세상을 인식하는데 있어 어떻게 그들의 호흡법과 생각의 흐름이 그들의 편도체를 진정시키고 전두엽 피질을 올바르게 기능할 수 있도록 이끌며 뇌기능이 조직화되고 원활한 연계활동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지, 그 과정을 이해하기를 원한다.

이런 그의 교육목표는 단지 목표로만 그치지 않는다. 켄트에서는 실제로 주의력 향상의 한 방안으로 교실에서 호흡법을 가르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은 학습의 일환으로 호흡훈련을 받으며 이 과정의 중심에 인성교육이라는 목표가 놓여있다.

켄트는 교육 이외에도 자체적이면서도 고유한 양식을 갖추었다.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학생들이 모인 국제학교답게 켄트의 학교문화는 매우 포괄적이다. 에드워드 선생님이 설명하길, “이곳에서 우리는 진정 국경을 초월한 공동체를 갖추고 있다. 우리는 결코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다. 물론 판단이나 결론을 내리는 건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향이기에, 사람을 놓지 않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해서 편견을 극복하는 방안을 배워야만 한다. 모든 학생들은 이 공동체의 핵심이 되는 일원이다.”

켄트는 물론 대학진학을 위해 엄격한 교육과정을 갖춘 학교이지만 역점을 두는 것은 기관의 성격 그 자체이다. 이곳의 “열 가지 특성”은 학생들 스스로 채택하는 평가기준의 항목들이기도 하다. 선생님들은 매일처럼 학생들에게 이렇게 묻곤 한다 : “어떤 기준을 버릴지 생각해봤어?”

에드워드 선생님은 교육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위치의 윤리성(윤리의 명령)을 꼽는다. “길게 보자면 나중에 고등학교 시절의 점수를 기억하는 일은 드물지만, 자기 스스로 윤리적으로 어떤 입장에 있었는지는 기억한다. 그건 삶에서도 빠질 수 없는 요건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입장에 대한 명료한 인식은 확신을 갖게 하고 이는 타인과 두려움 없이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에드워드 선생님은 또 이렇게 말했다.

최근 학생들에게 한 말이 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인기를 얻는 건 쉬운 일이라고. 농담도 좀 하고, 비판하지 말고, 주변을 재미있게 만들면 된다. 그러나 그건 오래 두고 볼 친구를 사귀는 데 별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학생들이 정말로 원하는 건 인기가 아니라 존경이다. 자기정체성이 뚜렷하고 스스로 무엇을 위해 사는지를 명확히 한 사람이 존경을 받고, 또 그럴 때 오래 지속되는 친구관계가 형성된다.

에드워드 선생님은 학벌이 커리어와 비례한다는 믿음이 만연한 한국사회의 가파른 경쟁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나는 늘 학부모들에게, 단지 대학에서의 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에 나가서도, 삶 전체에서 정말 주체적이고 성공적인 삶을 살려면 균형 잡히고 뚜렷한 자기정체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고등학교가 그런 정체성 형성을 위해 거치는 4년간의 공동체생활이 되었으면 한다.”

에드워드 선생님은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성장의 요건으로 뚜렷한 자기정체성의 인식을 강조한다. 그것이 있어야 누군가의 부당한 평가나 기만, 훼방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켄트학교에서 강조하는, 진정성, 자기통제, 재기, 기개, 호기심, 용기, 자신감, 공감 능력,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낙관주의가 자기정체성에 들어있지 않으면 학생들은 살면서 소모적인 일들로 고단해질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켄트학교엔 가치에 역점을 둔 명확한 기풍이 있다. 에드워드 선생님은 이 점을 더 확실히 한다.

정체성이 먼저다. 그러면 학풍이라는 건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어 있다. 거꾸로는 되지 않는다. 학습에만 역점을 둔다면 학생들은 점수 수집가가 되었다가 나중엔 돈 수집가가 된다. 정체성이란 성취의 정도나 후일 수입과 같은 그런 숫자들이 삶에서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님을 이해하기 위한 본질이다.

켄트에서 학생들에게 던지는 궁극적인 질문은 결국 이것이다 : “너는 무엇인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과 그 장점을 알지 못한다면 결국 세상을 하나의 커다란 파이로 보는 물질주의자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모두가 경쟁자인 현실에서 자기 자신을 그 파이의 한 조각으로 생각하는 상태로는 진정 유의미한 삶을 살지 못한다.

에드워드 선생님은 덧붙여, 인생은 물론 어려운 것이며, 자기정체성과 그에 근거하여 내리는 선택이 결국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이지, 그들 자신이 성취한 계량적 결과가 자신을 말해주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는 학교란 학생들이 그들 자신이 그들 자신일 수 있도록 최상의 길을 안내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정신의 창으로서의 사회과목

3층에 있는 매튜 카테인 선생님의 책상은 대안적 전통에 역점을 둔 미국역사 관련 서적으로 가득하다. 대학원 시절에 이를 때까지 사실 나는 하워드 진의 미국 역사책, 그러니까 인민의 이야기로 채워진 그의 역사서술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카테인 선생님은 그의 학생들을 일찍부터 복잡다단한 사회적 이슈를 붙들고 씨름하게끔 했다. 그의 학생들은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정치적·경제적 힘이 사회의 이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해 생각해야만 한다.

카테인 선생님은 켄트에서 자기 교육철학의 근거를 보고 있다. 관련된 그의 설명은 이러하다. “켄트에 조성된 문화는 내가 다른 학교에서는 전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각양각색의 문화적·민족적 집단, 그로 인한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고, 이런 것들은 학생군의 다양함에 의해 균형감 있고 심도 깊은 탐구과제를 제공한다. 이곳의 학생들은 놀라울 정도로 서로에게 열려있고, 다른 학교에서 발견할 수 있는 배타적 집단이 이곳엔 없다.”

카테인 선생님은 또한 다른 학교에서 자주 관찰되는, 특정 파벌에 의한 주도적 분위기 역시 이곳에는 없다는 사실도 인식하고 있다. “이곳의 모든 이들은 동등하며 특정한 누군가에게 발언권이라든가 하는 점들이 집중되는 일이 없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카테인 선생님은 “이곳엔 어떤 종류의 진지함이 있다”고 덧붙인다.

이곳에서 몇 주를 보낸 뒤 나는 굳이 교실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관리·감독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다. 그들이 보여주는 주체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은 내가 이전에는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카테인 선생님은 학생들이 서로 돕고 나누는 문화에 매료되었다. 그의 수업 대부분은 협동과정을 포함한다. 그는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가르치고, 그 결과물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수업의 목적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능력과 독창적 표현력 향상에 초점이 맞추어진 읽기·쓰기 능력 함양에 있다. 학생들은 텍스트의 내용을 받아들이기보다 인간 경험에 대한 논쟁 주제로써 텍스트를 읽는다. 요컨대 애당초 목표한 바와는 다르게 스스로 읽음으로써 텍스트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카테인 선생님은 본 텍스트에서 인터뷰자료, 그룹프로젝트, 갤러리 워크, 영상자료와 다큐멘터리, 연구 프로젝트 자료에 이르는 풍부한 커리큘럼를 준비한다. 그의 수업에서는 엄격한 역사학적 접근과 위처럼 모험적이고 풍부한 커리큘럼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다.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하고 학습의 스타일도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나는 학생들이 역사가처럼 글을 쓰고, 그들이 체계적이고 엄격한 역사 강의를 접할 수 있게 되도록 하려 한다.”

수업으로 만든 교실

붉은 수염에 모험가처럼 보이는 샘 그레이 선생님의 첫인상은 사람을 매우 편안하게 해주는 이처럼 보였지만, 일단 자신의 5학년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는 긴장감 넘치는 사람으로 돌변했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그의 수업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 위해선 그저 그의 교실 벽에 붙은 것들을 보면 된다. 학생들이 만든 정교한 아프리카 지도와, 세계에 관한 과제를 수행하며 수집한 것들이 잘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실의 절반은 학생들이 복잡한 문제를 놓고 씨름하면서, 난상토의를 벌이거나 서로의 의견을 확인할 때 모이는 공간으로, 소파와 테이블, 안락의자, 그리고 폭신한 카펫으로 아늑한 원을 그리고 있다. 이 공간의 중앙엔 그레이 선생님이 ‘유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놓여있는데, 학생들이 보다 심도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물건이다.

그레이 선생님이 설명하길 :

나는 학생들에게 그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하진 않고 단지 그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단서만 제공할 뿐이다. 예를 들어 분수에 대해 공부할 때면 나는 줄자를 던져두는데, 학생들은 그것으로 센티미터 단위로 분수와 관련하여 정확한 거리를 측정해 본다. 그런 다음 수업에 들어가면 분수는 더 이상 학생들에게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피부에 와 닿는 실제가 된다.

학습에의 이런 접근방식은, ‘지식’이라고 할 만한 것은 오감을 통하여 확립된다는 그레이 선생님의 평소 믿음을 강화한다. “인간은 뇌 속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해석한다. 배운 것이 경험을 통해 습득된다는 건 특히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분수를 십진법으로 표현할 때 나는 학생들에게 나가서 나무를 측정해보라고 한다. 분수는 교과서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우리 주위의 실제 세상에 있는 것이다.”

켄트에서의 사려 깊은 교육프로그램은 그레이 선생님에게 대단히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는 매 수업이 시작할 때마다 울리는 아름다운 벨소리를 꼭 듣고, 수업이 시작하면 학생들이 바닥이나 의자 등에 모여앉아 5분 동안 깊이 호흡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호흡법이 정서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한다. “그 시간을 통해 학생들은 덜 충동적이 되며, 더 차분해 진다. 또한 자기통제 능력 역시 향상되며 수업시간에 더 통찰력 있게 응답하게 되었다.”

그레이 선생님의 5학년 수업에선 큰 주제를 유기적으로 나눈다. 그는 학생들과 나란히 앉아 함께 수업하며 큼직한 주제를 영어, 역사, 그리고 지리와 같은 부분으로 나누어 학생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쓰고 생각하도록 하고, 다시 그런 방식들이 하나의 커다란 주제 속에 통합될 수 있도록 한다.

켄트학교의 다양한 풍토에서 음식과 문화와 관련한 교육프로그램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그레이 선생님은 학생들이 각각의 문화적 특성과 국가, 그리고 습속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한다. 모든 학생들은 각자의 음식문화를 대표할 만한 것을 꼽는다. 그들은 그런 음식을 만드는 법부터 그 유래를 비롯하여 관련된 이야기를 부모에게서 배운다. 이 프로그램은 다국적 뷔페로 끝나는데,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각자 가져온 음식을 소개하고 그 문화적 배경에 관해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레이 선생님에 따르면 이주에 따른 인간의 경험 역시 수업내용 중 하나이다. “우리는 누가 이주를 하고 그들이 왜 이주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날 난민들의 경우와 그들의 참혹한 현실에 관해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이주에 관한 역사적 맥락 내에서 그런 사건들을 다루곤 한다. 더불어 동물들의 이주 역시 이 주제의 일부이다.” 그레이 선생님은 또 예술에 대한 열정 또한 대단하여 학생들이 예술을 통하여 무엇이 가능한지, 그리고 창의성의 본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도록 한다. 학생들은 예술양식으로부터 문화적 양식을 읽어 내는 훈련을 받으며, 사회에서 창의성의 본질적 측면과 그것이 어떤 기능을 하게 되는지에 관하여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런 교육활동은 켄트의 다양성으로 인하여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 그레이 선생님이 말하길, “우리는 다양성에 대해 단지 이야기를 나누기만 하지 않는다.”

이곳엔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학생들이 있다. 나는 학생들로부터 배우고 학생들은 서로 배운다. 교실에서 다양성은 매우 뚜렷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아프리카에 대해 이야기할 때 거기서 자란 학생들이 실제로 있기에, 다양한 학생군이라는 우리 학교의 특성은 교육의 실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켄트는 진정한 글로벌 교육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학생들 자체가 바로 커리큘럼인 셈이다. 우리는 문화, 종교, 그리고 사고방식 등에 대해서 항상 이야기한다.

수학을 재미있게

칼리나 카터 선생님은 필자가 만나본 중 가장 열정적인 수학선생님이다. 그녀는 수업이 끝난 후에도 학생들과 계속 함께한다. 교육활동과 더불어 그녀는 고학년 학생들에게 대학 정보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만든다.

그녀의 수업은 세심하게 체계적이고 학생들의 교육목표에 대해 불분명한 것은 없다. 동시에 그녀는 학생들이 시각자료나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을 포함한 협력적인 교육환경을 그들의 과제안에 만들도록 이끈다. 학생들은 그녀의 수업에서 팀을 짜야 한다.

카터 선생님은 수학과목을 개인의 노력과 그룹프로젝트로 짜두었다. 그녀는 학생들이 서로 경쟁하는 한국의 풍토 대신 서로 협력하는 관계를 만들고자 한다. “한 팀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면 그때 내가 도와준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하지만 나는 답을 주기보다는 학생들이 동료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답을 구할 수 있도록 각자의 생각을 조율해주는 역할을 한다. 학생들은 훗날 옆에 앉은 이들과 함께 일할 테니까.”

어떤 학생은 문제해결을 위한 맥락의 단서를 잡는 데 뛰어날 수 있고, 또 어떤 학생은 계산에 매우 능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각자의 장점을 융합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모든 이들이 인간 계산기가 될 수는 없다. 모든 이들이 모든 알고리즘을 기억할 수는 없다. 그건 당연한 일이고 그래도 좋다. 중요한 건 함께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가에 있다.

카터 선생님은 가끔 학생들을 교사의 위치에 서게 한다. 수업은 교사주도가 아닌 학생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카터 선생님이 덧붙여 설명하길 :

나는 학생들을 도울 뿐이지만, 그들은 교사의 위치에 서면 서로를 가르친다. 그들은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고 무엇을 배우든 새로운 해결방안을 찾는 와중에 자기 확신을 얻는다. 단지 SAT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공부하지 않고, 무엇을 하게 되건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인지적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다른 교사들처럼 카터 선생님도 켄트의 마을공동체 같은 분위기에 매료되었다. “내 생각에 켄트의 클래스 규모는 교육적으로 매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가족 이상의 연대감을 느낀다. 그건 서로를 더욱 깊이 알아가는 과정을 양산한다. 작은 클래스 규모는 선생님들을 단지 ‘가르치는 사람’ 이상이 되게 한다. 교사는 교사 이외의 다른 역할도 하게 된다.”

교사들은 자원봉사나 클럽활동, 혹은 스포츠팀을 학생들과 함께 한다. 카터 선생님은 치어리더 팀을 꾸리고 있는데, 여학생들로부터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다.

목적이 뚜렷한 학교

켄트학교는 학생이나 교사들 모두에게 신선하고도 도전적인, 그리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하나의 실험이다. 이곳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건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다 : 사람과 사건을 중요하게 만드는 요인, 자연현상 혹은 역사적 현상의 기저에 놓인 원리, 논리적 분석방법, 지식을 윤리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에드워드 선생님은 지식을 얻고 그것을 확장하는 우리 뇌의 작용이 합리가 아닌 정서적 바탕에 있다는 믿음으로 교육적으로 진정 의미 있는 풍토를 열어왔다. 우리 뇌의 지각작용은 본질적으로 정서적 작용이라는 점을 그는 강조한다.

학생들이 활동하는 교내의 공간은 그 고유의 전통과 가치, 그리고 이상을 갖고 있다. 학생들은 스스로 형성한 집단 속에서 새로운 소속감을 갖고 이곳에서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는 각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

그룹의 건강한 정체성과 좋은 경쟁을 위해 켄트의 학생들은 입학 시 네 개 중 하나의 그룹으로 배치된다. 각 그룹별 컨셉은 해리포터에서 따오지만 이름은 학생들 스스로 지었다. 각 그룹은 학교의 심벌인 쇠황조롱이와 조화를 이루어 날개 달린 동물을 골라 그 심벌로 삼는다 : 천둥새, 비둘기, 말벌, 그리고 불사조. 각각의 심벌은 늘 같긴 하지만 학생들은 매년 그 심벌을 스스로 재디자인하여 티셔츠를 만든다.

켄트는 학생과 교사 모두가 그곳의 교육철학과 그 본질적 가치를 지키면서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려는 창의적인 노력이 돋보이는 학교기관이다. 이곳은 자녀교육을 위해 많은 지출을 해야만 하는 다른 국제학교들 속에서 뚜렷이 두드러지는 특징 있는 하나의 섬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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