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안정적 직장, 공무원? ’지성인은 도구가 아니다’”

2016년 7월 30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소개

(아시아투데이 김유진 기자)

급변하는 외교 정세에 대응하는 한국 외교관의 소양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아시아투데이 상임고문인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이만열) 아시아인스티튜트 소장이 지난 27일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한 ‘급속하게 변하는 세상과 한국 외교에 대한 전망’ 강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이 강연은 공공외교와 문화외교 분야에 종사하는 50여 명의 한국 외교관을 대상으로 행해졌다.

 

외교의 역할 

지난달 조현동 공공외교대사와 만나 현재 연구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만남 이후 조현동 대사는 내게 다소 특이한 제안을 했다. 외교부를 대상으로 강연을 할 수 있겠냐는 제안이었다.

그는 주제 선정을 전적으로 내게 맡겼다. 또한 나중에 더 완전한 보고서나 논문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제안도 했다.

나는 외교에 대해 한국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수 있는 큰 영광이자, 오늘날 급변하는 외교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수락했다.

외교부 청사 19층에 위치한 강당에서 바라본 서울의 하늘은 푸르렀고, 북한산과 청와대가 한눈에 보였다. 강당은 이내 공공외교와 문화외교 분야에 종사하는 50여명의 한국인 외교관들로 채워졌다.

가장 먼저 국제관계에 미치는 기술의 영향과 민족 국가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가정이 더 이상 국제 외교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 대해 말했다. 이후 기후 변화가 야기하는 심각한 문제들에 대해 거론했고, 기술변화에 대한 대응이 외교와 안보의 모든 측면을 지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강연에서 가장 특이했던 점을 꼽으라면 유교의 전통과 과거 한국 정부의 좋은 점에 대해 강조한 부분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인들이 좋은 한국 정부의 과거 사례가 많이 있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는 것을 통절히 느꼈다. 따라서 우리가 16·17세기 과거로부터 좋은 거버넌스(국가 경영)의 사례를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라 시대의 위대한 한국 외교관이었던 최치원을 그 사례로 들며, 그가 문화를 양국 관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는 외교에서 여성이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예상했던 대로 강연에 들어온 관객의 절반은 여성이었다.

한국이 유교 전통의 거버넌스가 가진 장점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여성을 아우르는 형태로 유교 전통을 재해석해야 한다고도 권했다. 다만 이 시대와 연관성이 있으려면 유교주의를 창의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diplomacy

강연:  “오늘날 외교가 지닌 의미란?”

근본적 과제 

오늘날 우리는 주변의 많은 기관들이 빠르게 해체되고 재편되는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으며, 국제 관계의 본질이 진화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지난 50년 간 한국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대에 머물러 있었다. 1960년대 미국의 영향력 아래 새로운 산업이 생기고 수출주도형 성장과 탱크나 전투기로 이뤄진 안보, 그리고 선진국들과의 공유가치체계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들로 인해 한국은 큰 자신감을 갖게 됐다.

하지만 그 시대는 지났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혼란이 증가하고, 인간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예측하기 힘들고 모호한 충돌이 증가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특히 국제관계는 영국 경제학자 프랜시스 케언크로스가 가정한 이른바 ‘거리의 소멸’에 의해 변화하고 있다. “신기술로 인해 더 이상 장거리는 통신과 상품 운송에 큰 장벽이 되지 않고 있다. 또한 3D 프린트의 출현으로 가까운 미래에 물건을 인터넷으로 전송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물론 일부 의사결정은 서울이나 워싱턴 DC 같은 특정 지역에 몰린 조직에 의해 이뤄지겠지만 세계 곳곳에 점점 더 이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네트워크가 생기고 있으며, 장거리는 대부분의 의사결정 과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직면한 두 번째 과제는 전 세계의 이념적, 제도적 부패와 연관이 있다. 정부와 기업을 견고하게 묶어주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회계약은 사회구성원들이 각각 공동체의 일부로서 공통의 이익을 위해 다른 이들과 함께 일하고 자신의 의무에 책임감을 느끼도록 하지만, 이제 그 효력은 약해졌고 기관의 기능은 모호해졌다.

윤리와 장기적 계획은 낙오하기 시작했고 점차 개인의 이익이 정부와 기업 조직간 네트워크의 최대 목적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정부의 경우, 많은 이들이 공공의 이익보다는 특정 이익문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기후변화라는 엄청난 과제에 직면했다. 기후변화는 이제 사소한 불편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가는 결전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우리는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기관을 재창조하고, 기술의 방향성을 바꾸고, 정부의 목적과 경제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가정에 대해 재고해야 할 수도 있다.

◇ 한국의 비전 

‘한류’라는 세계적으로 엄청났던 문화 붐이 일어났고 세계 곳곳의 청소년들은 한국 음악과 영화가 가진 매력에 도취됐다. 한국은 이러한 성취감에 빠져 미국인들이 ‘강남스타일’을 좋아한다고 으스댔다. 하지만 대중 문화를 통한 영향력은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이 얻고 싶어하는 그 무언가-윤리적인 콘텐츠 같은 것이 전혀 없을 경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진정한 과제는 세계의 긍정적인 발전 방향이나 기후변화나 기술 진화에 적응하는 문제 등 거대한 이슈에 함께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한국이 자신만의 비전을 개발하고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전 지구를 위한 공통의 목표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고, 상당한 혼란 속에도 무엇이 가능한 지 고무적인 비전을 알려야 한다. 세계를 위한 한국의 비전, 이 시대의 ‘코리안 드림’은 한국 외교관들이 가져야할 새로운 개념이다. 이는 한국 외교의 급격한 변화를 의미한다.

한국은 과거 시험제도를 통해 지성인들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훌륭한 전통이 있다. 현재의 정치문화는 부패하여 정치인들이 돈과 권위의 상징을 쫓고 있는데, 이를 벗어나는 최선의 방법은 강력한 공무원 제도를 부활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겠지만 국가라는 선박에 진정한 나침반을 가져다 줄 것이다.

외교의 진정한 변화는 소규모 집단에서 시작할 수 있다. 먼저 우리는 많은 비방을 받아 온 유교의 뿌리로 돌아가야 한다. 공무원은 단지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다. 공무원은 공익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지성인이 돼야만 한다. 이는 쉽지는 않지만 최고의 가치이며, 이로써 공무원은 최고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

우리에게도 최치원과 같은 영웅적인 인물이 있었다. 그는 신라와 중국의 관계에 큰 역할을 했고 당나라의 관료 정치 속에서 우수한 문화를 발전시켰다.

이 밖에도 매우 혁신적이었던 외교방식의 사례를 고구려, 고려, 조선 시대에서도 많이 찾을 수 있다. 이 사례들은 송나라 시대의 복잡했던 지정학적 변화기나 몽골이 침략했을 시기, 그리고 명나라-청나라 교체기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잘 보여준다.

과거 한국에는 학자들이 윤리적 활동의 일환으로 배움에 전념하는 가하면 공무원들은 단순히 책만 읽고 행동과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 형성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이는 대단한 전통이다. 이들은 컨설팅 회사나 싱크탱크에 정책을 맡기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그런 활동을 직접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우리는 특정 지역에 대한 전문가, 예를 들어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국가의 특정지역을 전문으로 하는 새로운 외교관 세대가 있어야 한다. 이들은 싱크탱크나 컨설팅 회사에 정책과 전략에 대한 논의를 위탁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강한 정부가 필요하다.  

강한 정부는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국민도 억압할 수 있는 정부란 의미가 아니다. 강한 정부란 윤리원칙에 확고히 기반을 두며 기업이나 부자, 다국적 이익 집단에 의한 권력남용을 제한하고, 국가에 대한 장기계획을 수립한 뒤 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다수와 협력할 수 있는 정부를 뜻한다. 강한 정부는 개개인의 단기 비전을 극복하고 국가를 위한 공동의 목표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세종대왕과 같은 리더들은 이미 이러한 정부에 대한 선례를 남겼다.

하지만 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정부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뜻을 나타내고자 하는 지성인이 없는 강한 정부는 의미가 없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군자불기(君子不器)’라 했다. 이 표현은 여러 의미가 있다. 첫 번째 해석은 지성인은 어떤 분야에 치우치지 말아야 하고, 윤리와 문화적 이슈에 관심을 둬야 하며, 단순히 즉각적인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적 전문가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구가 가진 또 다른 의미는 “지성인은 도구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즉, 정부를 위해 일하는 지성인은 원칙을 따르고 윗선의 지시를 따라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권력 있는 이해 관계자가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며, 오히려 개인적인 윤리 입장이 있고 좋은 정책에 대해 지지하거나 혹은 비윤리적 활동에 반대하며 기여함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일상의 작은 행동들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사회를 변화시키며, 나아가 전 세계를 바꿀 수 있는가이다. 이러한 변화는 돈이나 권력이 결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이 문제는 수세기에 걸쳐 한국과 중국의 위대한 유교학자들이 함께 고민했던 부분으로, 해답은 바로 진정한 윤리적 콘텐츠를 갖춘 예술과 문학을 위한 문화, 습관, 그리고 헌신의 힘이었다. 이들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문화를 창조해낼 수 있었고, 그 문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권력자들은 권력을 남용하고 통제권을 장악할 수 있었지만, 결국에는 이러한 학자들로 인해 다시 사회의 구성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한국의 좋은 거버넌스의 전통에 다시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다면, 이 전통을 재해석하고 창조적인 과정을 통해 현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면, 국민들이 단순히 지시를 따르는 것을 넘어 감정적으로 고무시켜 행동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정치에 대한 적절한 아이디어를 가지면서 윤리원칙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있는 이들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 새로운 형태의 외교를 구축하기 위해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외교란 지적 참여와 윤리에 초점을 맞출 것이며, 얄팍한 의례 뿐인 현시대의 외교의 틀을 깨게 될 것이다.

맹자왈 “부귀도 그 마음을 어지럽힐 수 없으며, 빈천도 그 뜻을 꺾지 못하며, 위압도 그 절개를 굴복시키지 못하니”라고 했다.

부귀불능음(富貴不能淫)
빈천불능이(貧賤不能移)
위무불능굴(威武不能屈)

나는 맹자가 어떤 경우에도 절대 타협하면 안된다고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우리는 반드시 타협을 해야 할 순간이 있다. 때때로는 부와 권력에 고개를 숙여야 할 수도 있다. 다만 요점은 우리 모두가 옳은 일을 위해 나설 수 있는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실패하거나 위험할 수 있는 단기접근 방식에 대한 엄청난 논쟁이 있더라도 말이다.

여성의 역할 

점차 더 많은 한국 여성들이 모든 분야의 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점점 더 언어전문가나 국제관계전문가가 되고 있다. 여성들이 한국 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을 환영하며, 앞으로 여성 외무장관 뿐만 아니라 외교나 국방, 기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대가 되길 바란다.

다만 여성의 새로운 역할이 성공하려면 중요한 조건이 몇 가지 있다. 일단 외교부를 비롯한, 대사관과 영사관의 모든 사무실에 무료 보육시설이 마련돼 여성이 일을 할 때 자녀를 맡기고 사무실에서 영상으로 자녀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여성이 커리어에 영향이 없이 1~2년 휴직을 하거나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즉 우리는 장기적으로 엄마가 되는 것이 외교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 최고의 훈련이라는 점과 가족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동시에 여성들 스스로의 기대치를 올릴 필요가 있다. 여성이나 소녀들의 이상적인 롤 모델도 팝 가수나 배우 또는 패션모델을 떠올릴 것이 아니라 세종대왕에서 다산 정약용을 아우르는 위대한 정부 관료와 학자의 전통을 떠올려야만 한다. 유교의 전통은 더 이상 남성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한국인, 특히 여성에게 해당된다.

애석하게도 한국에는 여성들이 소비주의로 인해 옷과 메이크업만을 생각하며 멋진 카페에서 카페 라떼를 마시며 시간을 낭비하도록 위협당하고 있다. 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성들은 한국 전통이 가진 장점을 기반으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과제에 집중하는 그들만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들은 용감히 이 위험한 소비문화를 거부해야 한다.

마무리 

우리는 우리의 습관과 문화를 바꿔야 한다. 또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오늘날 한국과 세계가 직면한 과제가 굉장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으면서 혹은 커피를 마시면서 직면한 세계적인 과제에 대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 지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된다.

동시에 우리의 접근 방식에 긍정적일 필요가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의미가 있고 그 일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위기감과 낙관주의의 조합이 진정한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한국은 글로벌 리더가 될 자격이 충분히 있으며, 이미 많은 점에서 세계 외교의 선두주자다. 한국이 풀어야 할 과제는 한국만의 노하우와 기술, 자원을 도덕적 명확성과 윤리적 헌신으로 결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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