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협, 이대론 한국의 미래 보장 못 한다” (오마이뉴스 2016년 12월 1일)

오마이뉴스

“기후변화 위협, 이대론 한국의 미래 보장 못 한다”

2016년 12월 1일

임마누엘 페트라이쉬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같은 국가 주도 미래 계획 짜야

최근 부산과 제주에 들이친 태풍 차바는 막대한 피해를 주면서 이런 종류의 재해에 대비하지 못한 한국의 허술한 실태를 그대로 보여줬다. 과학자들은 향후 30년간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점차 이런 대규모 기상이변이 빈번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 중이다. 그렇다면 해수면 상승에 의한 범람 사태에 한국은 어떤 대비책을 마련해두었는가? 없다. 사태는 언제가 되었건 나타날 것이다. 아마도 연안은 해수 범람으로 살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며 농업 역시 막대한 타격을 입어 농산물 생산량도 줄어들 것이다.

진정 큰 문제는 후자에 있다. 국내 농산물 감소는 외국 농산물을 싼 값에 수입하면 될 일이고, 버려진 농지는 주거용으로 쓰면 된다는 식으로 간단히 말할 수는 없다. 미국과 러시아 등 농산물 생산국에서 나타나는 농지 사막화 현상과 중국이나 인도에서 늘어나는 식량수요에 맞물려 한국의 농산물 수입은 점점 더 어려움을 맞을 것이다. 따라서 향후 기후변화에 대비해 국내 농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일이 매우 중대한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이제는 단지 재해가 일어난 뒤의 구호체계를 만드는 데서 나아가 주거, 농업을 포함한 모든 인간 활동의 면면에 영향을 미치는 기상이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장기적 대응책이 필요하다.

30년 후 한국의 미래를 그려 보는 비전의 일환으로, 최상의 인재들이 모여 기술 개발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정치(精緻)하게 구상했던 시절이 있었다. 1962년부터 1981년까지 이어진 경제개발5개년 계획은 5년 단위로 설정된 계획을 통하여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며 기술을 획득하는 동시에 당시 한국이 직면한 도전이 무엇인지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자원을 동원하는 사업이었다.

그 후 계획은 인프라와 기술력 확보를 지향하는 초점이 사라진 상태로 1996년까지 지속되었다. 물론 2026년까지 이어질 제3차 생명공학 육성법에서 볼 수 있듯이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의 장기적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현재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추세는 진정 한국이 직면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세계시장을 겨냥한 상품 개발에 지나치게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미래를 위한 5개년 계획을 다시 짤 때가 되었다. 새로운 5개년 계획의 최우선 과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에너지 소비를 경감하는 작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계획의 수립을 위해서는 우선 다음과 같은 미래 예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10년, 20년, 30년 후 한국이 처하게 될 자연환경은 어떤 상태가 될 것인가? 해수면은 어느 정도 상승할 것이며, 가뭄, 태풍, 돌발홍수는 어떤 빈도로 발생할 것인가? 토양이나 임산, 농산, 수산 자원은 어떤 상태가 될 것인가?

둘째, 현재의 기술 발전을 감안하여 미래 각 시점에 어떤 가용기술을 동원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 기술을 가능한 한 빨리 적용하여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방식으로 예상되는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응할 것인가?

셋째, 미래의 기후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 기반의 새로운 인프라를 설계하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할까?

수출보다 기후변화 대책이 더 시급

그런 예측에 기반한 계획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 될 것이다.

첫번째 5개년 계획은 우선 2021년까지 모든 건물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적절한 단열 처리를 의무화하면서 시작되어야 한다. 창문에는 태양광 필름을 부착하게 하고, 보온을 위해서는 신속히 최상의 단열재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산업계, 학계 및 정부가 함께 진행할 그 계획은 기술 문제나 상업화 문제뿐 아니라 지역민의 참여가 보장되도록 시민 교육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초대형 태풍,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여 산림, 해양, 농지를 보호하기 위한 계획들 역시 개별적으로 수립, 시행되어야 한다.

경제개발 계획의 목표가 수출용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후변화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는 것이 주 목표가 되어야 한다. 해수면 상승과 온난화의 위협에 대한 대비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상업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기획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 기획을 위한 재원은 가능한 한 국내에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재원은 국가적 이익과 무관한 투기나 단기적 투자가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차원의 대응에 필요한 구체적인 수요를 위해 투입되어야 한다.

기후변화라는 압도적인 위협에 직면해서도 조선업, 자동차 산업, 철강 산업, 석유화학공업 등의 산업이 한국의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

기후 변화라는 엄청난 위협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유용한 기술을 사회구조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전시 경제에 준하는 기획과 실천을 통해 용기와 지도력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예외는 인정될 수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정부는 화석연료의 수입 의존도를 과감하게 줄여 나가야 한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효율을 높이고 광범위한 기술을 수용하며 시민들의 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일련의 5개년 산업 발전 계획을 시행해야 한다.

그리고 매우 빠른 속도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술적인, 관습상의, 정책적인, 그리고 문화적인 체제를 구축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 특유의 문화와 관습에 기반 하여 만들어진 독특한 혁신방식은 그 자체로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상품’이 될 수도 있겠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5개년 계획은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과 기후변화를 완화시키기 위한 계획이 긴밀하게 연계되어 병행되어야 한다.

계획은 한국인의 문화, 관습 그리고 가치관의 변화를 모색하고 석유 수입으로부터의 해방을 포함하는 금융, 무역, 투자 정책의 대대적인 개혁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범적인 글로벌 모델국가 한국의 등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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