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식품 대신 향토 음식을 먹자” (중앙일보 2016년 12월 23일)

중앙일보

“가공식품 대신 향토 음식을 먹자”

2016년 12월 23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지난달 어느 도지사가 주최한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전문가들이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애쓰는 도(道)의 노력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였다. 그 전문가 그룹은 큰 테이블에 둘러앉아 장시간 바이오•나노 기술에 대해 의견을 나눈 후에 스타트업 기업 활성화를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그림의 떡’ 같은 미래를 현실화하려는 논의를 하는 동안에도 나는 우리에게 제공된 간식거리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모든 참석자 앞에 놓인 것은 화려한 색상으로 포장된 초콜릿•쿠키•캔디가 한 무더기 쌓여 있는 플라스틱 그릇이었다. 하지만 내 식욕을 자극하는 간식거리는 하나도 없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토론 행사 전체가 그 도를 홍보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테이블 위에 놓인 먹을거리 중에서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모임 참가자들에게 의견을 구한다면, 아마 그들은 모두 그 지역에서 생산한 과일이나 곡식으로 만든 간식거리를 훨씬 선호했을 것이 틀림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고장에는 고유의 전통과 음식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독특한 풍미가 담긴 먹을거리 말이다. 나는 한국이 전통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말린 과일, 케이크, 견과를 자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들을 내놓았다면, 완벽한 간식일 뿐만 아니라 이를 생산하는 현지 농업인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8여 년 전부터 지방정부와 일하고 있다. 그 경험을 통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게 한 가지 있다. 향토 음식이 토론회 같은 행사의 식탁에 오르는 일이 드물다는 점이다. 관례적인 행사 실행 계획의 벽을 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사실 도지사 집무실에서 접하게 되는 음식은 현지가 아니라 대형 음식 제조업자가 생산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누가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파느냐’다. 내가 편의점에 들어갈 때마다 마주치게 되는 것은 초콜릿바, 감자칩, 크래커, 나트륨과 포화지방이 많이 포함된 컵라면 등이 놓인 가공식품 진열대다. 진열대 위에 있는 제품들은 그 어떤 것을 집어도 영양가치가 없는 것들이다. 채소나 과일은 찾기 힘들다. 이런 판매 추세는 점점 더 강화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소년과 청년은 가공식품에 노출돼 있다. 그들은 심지어 가공식품을 소비하도록 부추김을 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가공식품이 그들의 건강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거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음식이라고도 할 수 없다. 각 지방 농업인들이 생산하는 영양가 높은 먹을거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많은 의학 전문가가 가공식품을 섭취하지 말라고 권장한다. 설탕이 많이 포함된 음식과 당뇨병 같은 질병, 심지어는 알츠하이머병 사이의 연관성이 점차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고당분 음식 섭취가 낳은 결과를 목격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8세 이하 사람들 중에서 당뇨병 치료를 받는 비율이 지난 10년 동안 31% 증가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비만 인구는 전체 인구의 4.2%였다. 2002년 2.5%에서 급상승했다.

 

최근 일본을 방문했을 때 편의점에 신선한 과일과 야채가 한국보다 훨씬 많이 눈에 띄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또한 현지 농장에서 생산된 것들이 많이 포함됐다. 한국인들은 더 잘할 수 있다. 한국의 오랜 고영양(高營養) 식품 전통을 바탕으로 우리 시민들에게 진정으로 몸에 좋은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 현지 유기농 제품을 편의점에서 팔도록 의무화한다면 건강한 식생활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식품이어야 하는가. 우선 영양가 부족에도 불구하고 구매를 부추기는 식품이 아니어야 한다. 몸에 좋은 식품이 생산되도록 만들고 시민에게 좋은 음식 섭취 습관을 가르치는 것은 고층빌딩을 또 건설하는 것이나 최신형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그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 자녀들의 건강을 희생시키며 충동적인 식습관 유도로 단기적인 이익을 얻으려고 하면 안 된다. 우리는 음식을 천천히 먹고, 식품을 생산하는 농업인들과 대지(大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권장해야 한다. 또한 인간 세상과 자연 사이의 항구적인 조화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일부 예민한 사람들이 기분 상할지 모르지만, 나는 정부가 건강한 음식을 시민에게 제공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들 앞에 진열된 가공식품의 양을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고 판매 식품의 표준을 마련하는 것은 전적으로 적절하다. 먹을거리와 관련된 것이야말로 정부가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밥이 보약’ ‘식약동원(食藥同源)’ 등 음식이 한국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말을 나는 항상 듣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한국 음식이라는 보물이 사라지도록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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