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IMF 위기’ 가능성에 대비하자” (중앙일보2017년 1월 27일)

중앙일보

“‘제2의 IMF 위기’ 가능성에 대비하자”

2017년 1월 27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실업, 파산, 수출 감소 등에 대한 최근 데이터를 살펴보면 한국 경제 상황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보다 더 나쁘다.

이번에는 선진국 경제가 훨씬 약한 데다 경제 민족주의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에 긴급 구제금융을 얻는 것은 힘들 것이다. 그리스 사례로 판단해 보면 큰돈을 빌리면 국가의 주권이 엄청난 손상을 입게 된다.

한국에 구제금융을 제공할 여력이 있는 나라는 중국이지만 중국은 현재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전개하기로 한 한국의 결정에 분노하고 있다. 한국 최고의 협상가들이 나서도 구제금융 협상 타결까지 엄청난 난관이 예상된다.

게다가 한국인들을 정치적으로 납득시킬 수 있는 외국 구제금융은 없다. 한국은 자기 힘으로 자본도 형성하고 개혁도 수행해야 한다.

놀랍게도 한국이 어떻게 이 위기에 대응할지에 대한 논의가 한국 매체에서 보이지 않는다. 금기를 깨고 한국이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한국 경제 체제 전체를 개혁할 것인지에 대해 공개적인 토론을 시작해야 할 때가 됐다.

은행부터 따져보자. 미국의 소위 ‘은행’들은 더욱더 투기적인 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예컨대 회사들이 자사 주식을 다시 사들여 회사 가치를 높이는 것을 돕고 있다. 또 국가 경제나 시민의 안녕과는 아무런 긍정적인 관계가 없는 파생상품 같은 다양한 ‘어두운’ 금융상품에 관여하고 있다.

은행 개혁에 착수하기 위해 금융 붕괴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 일차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이 고도의 규제 속에 매우 예측 가능하며 지극히 ‘따분한’ 존재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은행을 규제하는 기관의 담당자는 능력이나 직관력, 의욕 면에서 뛰어난 사람들이어야 한다. 그들은 또한 은행들이 자금을 운용할 때 엄격한 규칙을 준수하게 만들 수 있는 권한을 지녀야 한다. 우리는 새로운 유형의 규제 담당자들을 형성해야 한다. 나는 그들이 젊고 야심 있으며 선배들의 압력을 받지 않고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공무원 조직의 르네상스가 필요하다. 우리는 원래의 유교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젊은이들이 국가에 대한 숭고한 봉사 차원에서 공무원 시험을 치르게 된다. 시험은 사실(事實•fact)을 묻는 게 아니라 수험생으로 하여금 난제에 대한 해결책을 윤리적 원칙에 따라 제시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국가 체제에 흐르는 많은 양의 돈 때문에 쉽게 타락하지 않는 자긍심 높고 수준 높은 공무원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국가 이익에 대한 윤리적 고려가 누구에게 대부(貸付)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관념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관료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그들에게 결정권을 부여하면 우리는 그러한 문화를 복원할 수 있다.

우리는 또한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대부할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예컨대 공장을 짓는 데 수십억원을 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젊은이들의 창업을 위해 수많은 소규모 자금을 제공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앞으로 닥칠 위기 이후 새로운 산업은 지금 ‘시시해 보이는’ 창업정신 속에서 부상할 것이다.

장기적인 투자는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며 대출은 장기적일수록 좋다. 만약 은행들이 핵심 기술과 인프라 개발을 위해 30~50년 대출을 제공할 수 있다면, 그러한 정책은 경제에 새로운 안정성을 부여할 것이며 한국은 다른 나라들에는 불가능한 우월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장기 대출은 연관성이나 사회적 영향 면에서 효과가 확실한 프로젝트에 국한돼야 할 것이다. 대출을 신청하는 사람의 정치권력이나 영향력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전체에 미칠 대출의 효과여야 한다.

농업은 장기 투자 정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 농업은 유교 경제 체제의 핵심이었지만 우리는 최근 농업을 무시했다. 우리는 땅이 금보다 소중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농촌을 주택•공장•고속도로•폐기장이 잠식하도록 방치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모든 것을 완전히 바꾸었다. 앞으로 한국은 수입 식품에 의존할 수 없게 된다. 보다 따뜻해진 기후에 적응하려면 은행은 고도로 효율적인 농업 체제의 발전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안보를 확보할 수 있으며 농촌 경제가 역동성을 회복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규제가 고도로 완화된 경제에서는 돈의 출처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은 어리석다. 그런 생각은 경제에 대한 통제력 상실과 성장의 왜곡을 초래하는 정책을 낳는다. 정부가 보장하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저축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에서 자본을 축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은행들은 주택 절연 처리, 태양광 패널 설치, 전기차 구매, 농지 복원에 필요한 자금을 소액금융(microfinance)으로 제공해야 한다. 낮은 금리의 대출은 사회를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고 국가의 부(富)가 평등하게 분배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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