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북핵에 ‘돌직구’를 날려라” 경향신문 2017년 2월 7일

경향신문

“한국 정치, 북핵에 ‘돌직구’를 날려라”

2017년 2월 7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인정한다. 북한의 핵무기와 첨단 미사일 기술 개발은 지역 안정을 깊숙이 뒤흔들 정도로 위험하다. 그러나 언론에서 끊임없이 떠드는 것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을 상대로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은 극도로 낮다. 그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으며, 어떤 실질적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언론에서 이런 시나리오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미사일방어 체계를 비롯한 무기 판매에 엄청난 자본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개발이 위험한 것은 동북아시아 군비 확장을 촉발해 북한뿐 아니라 역내 모든 국가 사이에 군사적 긴장관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단기간에 핵무기를 200기에서 1000기, 심지어 1만기까지 손쉽게 늘릴 수 있고, 일본과 한국 또한 핵무장에 나설 수 있다. ‘핵 억지를 통한 평화’는 신화에나 나올 법한 가상의 개념이다. 모든 국가가 핵무장을 하면 동아시아는 지금보다 훨씬 위험한 지역이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과감한 행보로 한국 나름의 ‘예측불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우선, 북한 핵개발이 가져오는 최대 위험은 역내 군비 확장이라고 ‘돌직구’를 날려야 한다. 그리고 미국이 북한, 중국, 러시아와 함께 진지한 협상에 나서도록 해서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고 기존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합리적으로 유도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과의 외교 정상화를 제안해야 한다. 이는 즉시 한반도 긴장상태를 완화할 것이며, 북한이 혹시라도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가능성을 낮출 것이다. 그다음으로 핵확산금지조약 가입국 의무에 따라 미국 또한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분명하고 검증 가능한 첫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세계 각국과 미국 국민 다수는 원칙을 지키려는 미국의 노력을 환영할 것이다. 미국이 향후 10년간 핵무기 6800기를 200기 미만으로 감축하겠다고 약속하면 아시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군부 내에서 치열한 권력투쟁이 일어나고 있어 핵무기의 적절한 통제에 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는 미국의 신속한 핵무기 해체를 요구하기에 최고로 좋은 타이밍이다. 한국은 미국이 안보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에 충실히 임하는 한편, 북한의 핵 공격처럼 가능성 낮은 위협보다 지금 당장 눈앞에 닥치고 가능성도 높은 위협에 집중할 것을 요청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미국, 일본과 힘을 합칠 수도 있다. 3국은 사이버 공격과 조직범죄 증가에 통합된 대응을 하고, 드론 및 3D 프린팅을 이용한 신무기의 통제 및 대응 과정에서 힘을 합칠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과 미국, 일본은 기후변화라는 막강한 위협에 직면해 함께 대처 방안을 만들어갈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에 대응하기 위해선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함께 인간의 생존을 담보할 다양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현실로 옮기기 위해선 역내 국가들이 군사 및 정보를 통합하고 이를 온전히 재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오래전에 완수했어야 하는 과업이다. 중국과의 협력 여지도 충분하다. 4개국이 긴밀한 조율을 시작한다면, 미국과 중국은 장기적 안보 협력을 위한 폭넓은 합의, ‘대타협’을 이룰 실질적 가능성도 타진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나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에서 한국의 이런 제안을 반길 사람은 몇이나 될까? 감히 말해 보자면, 거의 없다. 아마 대부분은 처음에 격분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미국 정치인의 생각에 대해서는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치체제 전반에 대한 미 국민의 불신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높은 걸 보면, 국민과 유리되어 가는 미국 정치인들이 국민의 의견을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의 미래를 위해 한국이 제안을 한다면, 한국은 실질적 안보 이익을 지킴과 동시에 미국의 장기적 안보 이익도 지켜주게 된다. 모두를 기쁘게 하기 위해 어색한 가식을 떨 시기는 지났다. 군수회사의 로비를 받은 미국 정치인이 한국의 제안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한국이 생존을 위해 실질적 비전과 전략을 주체적으로 수립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중국과 군사 대립에서는 미래를 찾을 수 없다. 북한과의 전쟁도 마찬가지다. 분명한 사실을 소리 내어 말하고, 이를 기준으로 수립한 안보 원칙을 천명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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