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기후변화회의 변혁의 기회다”

2017년 6월 10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미국이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가 탄소 배출을 제한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들을 무력화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선언함에 따라 전 세계인들이 슬퍼하고 있다. 그러나 조의를 표하기에 앞서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이는 재앙이라기보다는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 사회의 대응에서 비약적 발전을 할 수 있는 엄청난 역사적 기회를 제공받은 것은 아닌지, 마침내 미국 없이 명목상으로나 실질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 구속력 있는 합의를 이루도록 과감한 길을 만들 수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미국 정부와 기업들은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약화시키고 단순한 신사 협정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왔다. 애석하게도 석유에 집착해온 미국은 국제사회가 현재의 환경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추진했던 거의 모든 조치에서 떼를 쓰는 응석받이 노릇을 했다. 2015년에 전 세계는 환경운동가 레스터 브라운의 주목할 만한 플랜 B 4.0에 따라 모든 수준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를 신속하게 구현해야 한다는 납득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위반 시 부과될 벌칙을 제정하는 등 새로운 시스템 추진을 위해 혁신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 그러나 파리 기후변화협정은 혁명적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보다는 미봉책에 불과했다. 오히려 트럼프 정권하에서 미국의 탈퇴가 가능해지면서 전 세계는 궁극적으로 인류 문명에서 도약을 이룰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갖게 됐다.

인류는 이제 미국 정부나 미국 내 화석 연료 기업 또는 현재 화석 연료와 관련된 투자 은행 없이 가능한 한 빨리 새로운 기후변화회의를 개최해야 한다. 새로 개최될 기후변화회의에서는 화석 연료와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의 참여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 이 기후변화회의를 주도적으로 구성하고 이끌 이들은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 정치인이 아니라 기후변화를 실제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이 기후변화회의는 194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유엔(UN) 회의 개최 당시의 진지함을 갖고 인류의 미래를 위해 기존 회의와 진정한 차별화를 이루는 데 전념해야 할 것이다. 또한 번거롭고 다루기 불편한 ‘탄소 거래’ 체제를 넘어서 대기 오염에 대한 벌칙 부과와 함께 신재생 에너지, 단열재, 효율 증가를 위해 사용할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 세계에서 현재의 위기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기후변화, 에너지 및 소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녹색기후기금의 본거지이자 개발도상국들이 성공 모델로 벤치마킹하고 있는 한국에서 기후회의 개최를 주도해야 한다. 한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새로운 체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되면 아시아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며 향후 모든 개발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핵심이 되는 새로운 개발 모델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환경 보호를 위한 새로운 공약을 내놓았다. 따라서 ‘서울 기후변화회의’를 통해 개발도상국과 긴밀한 경제 및 문화적 유대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동안 열렸던 파리, 오슬로, 교토 기후변화회의의 순화된 분위기에서 벗어나 현재 위험에 처한 지구에 살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의 현실에 더욱 가깝도록 기후변화에 관한 전반적인 토론의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긴밀한 경제•문화적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데, 이는 큰 이점이 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 사용량을 엄청나게 늘리고 있으며 202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에 360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중국은 그러한 국제 협약 체결 과정에서 기존 파리협정보다 훨씬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한국은 서울 기후변화회의에 미국이 참석하지 않더라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개별 주들이 독자적으로 이 협약에 가입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 기후변화협의에 참여하라는 엄청난 압력이 미국 내에서 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