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박론, 일제 만주국 개발 방식…약탈적 경협을 넘어야” 경향신문 인터뷰

경향신문

인터뷰

“통일대박론, 일제 만주국 개발 방식…약탈적 경협을 넘어야”

2019년 1월 16일

이만열 이사장의 ‘제대로 된 북한 발전계획’

“북한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담론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봅니다. 또다른 통일대박론에 불과합니다. 경협의 이익은 남북 시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 하버드대 언어문화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의 ‘선비정신’에 주목한 이만열 아시아인스티튜트 이사장(55·미국명 이매뉴얼 페스트라이시). 2017년 한국 국적까지 취득한 그가 최근 ‘제대로 된 북한 발전계획’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 이사장은 지난달 경향신문과 만나 “북한의 풍부한 광물 자원,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빠른 부를 창출하려는 ‘약탈적인 경협’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정작 주민들이 아닌 외부 투자자들의 배만 불리는 방식으로 북한 개혁·개방이 이뤄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통일대박론의 뿌리를 일제의 만주국 개발에서 찾았다. 그는 “통일대박론은 당시 한국 부자들이 만주에 투자해 싼 노동력을 활용하고, 석탄 등 자원을 개발하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는 만주개발론과 같은 맥락에 있다”며 “이에 ‘한반도 신경제’나 ‘동북아 경제공동체’ 주장은 이런 대박론부터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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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 아시아인스티튜트 이사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 북한 발전 계획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나.

“2007년 한국에 온 뒤 북한 이야기는 안 했다. 북한 전문가가 많은 데다 저는 지식도 없어 남한 문제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 자원개발, 값싼 노동력 활용 등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담론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다른 목소리가 별로 없다고 느껴 내가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남북이 같이 발전소를 짓는다는 아이디어도 나오는데 신재생에너지가 아니라 석탄화력발전소를 염두에 두는 것 같아 실망했다. 미세먼지가 이렇게 심각한 상황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안 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 한반도신경제구상, 통일경제특구, 동북아 철도공동체 등 논의는 어떻게 보나.

“1970~1980년대 독재 시절이었지만 작은 가게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 돈으로 운영을 할 수 있었다. 이제는 대형마트와 경쟁해야 하는 등 20년 전에 비해 독립적 경제력이 많이 떨어졌다. 북한까지 남한식으로 개발하면 안 된다. 남한의 상황도 심각한데 남한 제도를 북한에 도입한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남북경협은 당연히 해야 하지만 대기업 중심이 아니라 남북 시민사회 간 협력 방식으로 가야 한다.” 

– 북한도 개혁·개방을 할 때 중국·베트남 모델처럼 외자 유치가 필요하지 않나.

“부분적으로 해외투자를 받을 수 있지만 해외자본에 의지하는 것은 반대다. 1960년대 한국은 해외자본에 의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해외투자를 엄격하게 관리한 게 도움이 됐다. 단기적 이익만 고려하는 기업의 투자는 한계가 있다.” 

–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에 권구훈 골드만삭스 전무를 위촉했다.

“객관적으로 한반도 발전을 분석해야 하는데 골드만삭스에 있기 때문에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 언론에서 이 부분에 대한 비판이 많지 않아서 놀랐다. 남북경협의 청사진은 기업이 아니라 남한 시민, 전문가, 탈북자가 북한 시민과의 대화를 통해 만들어가야 한다.” 

– 문재인 정부도 북한 개혁·개방 시 경제적 이익이 크다고 강조한다.

“박근혜식 통일대박론은 1935년 일제의 만주국하고 조선의 통일 정책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만주국하고 조선은 하나라는 ‘조만일여(朝滿一如)’를 강조하며 일본이 통일을 시키려고 했다. 당시 한국인 부자들이 만주에서 투자해 싼 노동력을 활용하고, 석탄 등 자원을 개발하면 일확천금을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조선총독부에서 이를 발표하고 신문 기사에도 나오고 했다. 실제로 남한 부자들은 그 당시 만주에서 돈을 벌었다. 거기에서 공장도 운영하고 개발했다. 하지만 평범한 만주 사람들 삶에는 전혀 관심 없었다. 만주 사람들과 교류하고 더 나은 사회 만들자는 차원이 아니었다. 남북경협의 경우 조만일여식 논리에서 벗어나 북한사회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 통일대박론의 연원이 그렇다면 놀랍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체결 이전에 박정희가 비밀리에 일본에서 기시 노부스케 등을 만나 ‘우리가 만주에선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남한에서 다시 한번 해보자. 많이 도와달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노부스케도 이 이야기를 듣고 매우 반가워했다. 실제로 박정희식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만주국 전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시민 공동체를 고려하지 않는 만주개발론은 통일대박론과 본질적으로 유사하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외조부인 노부스케는 만주국에서 산업개발을 추진하고 A급 전범이지만 전후에 무죄로 풀려난 뒤 총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 문재인 정부가 이런 역사적 사실에서 얻어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 

“조만일여, 통일대박론 같은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빈곤한 북한 주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대신 국제 투자자들이 혜택을 보는 ‘약탈 경제’ 계획이 지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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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 아시아인스티튜트 이사장이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기자

– 최근 탈북자들과 세미나도 했다고 들었다.

“독일이 통일될 때 문제가 적지 않았다. 동독에서 공동체, 공동농업, 예술활동이 많았지만 통일 이후 다 사라졌다고 한다. 동독에서 서독과 다른 패러다임의 가능성이 있었지만 사라진 것이다. 탈북자들도 공동체적 활동이 없어지고 모든 게 수익 위주로만 되는 사회라면 문제라고 했다.”

– 북한이 가야 할 제3의 길, 대안적 발전 모델은 무엇인가.

“지금 남한이 생각하는 경제는 일본식의 경제다. 성장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게 많다. 원래 경제란 표현은 ‘경세제민(經世濟民)’이란 유교사상에서 나온 게 아닌가. 돈을 좇기보다 윤리적 원칙에 따라 나라를 운영하고 시민을 살리자는 의미다. 수많은 한국인들은 경제 분야에서 잘 해 성과를 내고 기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제3의 길은 협력적인 경제와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고유의 경제 공동체 의식과 마을 중심의 나눔 전통을 살리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는 커먼스(Commons·공동체의 규칙에 따라 자원을 공동으로 이용·관리하는 것) 사상을 수용하면 된다.”

– 남북 협력도 이런 방식으로 가능한가.

“충분히 가능하다. 많은 사람이 토론하면 충분히 제3의 협력 방식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사실 대북 제재는 어떻게 보면 북한이 아니라 다른 대안을 고민하는 시민사회에 대한 것이다. 남한 정치인, 경제인은 남북정상회담 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에 가기도 하는데 다른 협력을 구상하는 사람들은 가지 못한다. 또 일본, 미국, 중국, 남한의 자본은 철도·도로 등 인프라, 자원 개발 등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우리는 그 내용이 뭔지, 맞는 방향인지에 대해 알 수가 없다.”

– 올해 상반기 ‘제대로 된 북한 발전계획’에 대한 책을 낸다고 들었다.

“올해 3월 출판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35년 만주 상황과 현재 상황을 비교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중요한 지점이 빈부격차 문제다. 남북 모두 일반 시민들과 부자들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1980년대 남부의 보수적인 주에선 노조를 말살하는 법률이 있었다. 이 법률의 최종 목표는 남부가 아니라 북부였다. 이것과 비슷하게 북한에 적용한 나쁜 정책을 남한에서 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증거는 없지만 남한 기업들은 북한에 투자할 때 남한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 노동자의 임금이 낮으니 남한의 최저임금도 내리자고 할 수도 있다. 북한의 잘못된 개발이 남한 시민에게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One response to ““통일대박론, 일제 만주국 개발 방식…약탈적 경협을 넘어야” 경향신문 인터뷰

  1. Craig January 16, 2019 at 4:37 am

    Excuse me for writing in English (reading is one thing, writing in Korean and sounding like a dim ten year old is another)–

    But the only use North Korea is to South Korea is a place for essentially cheap, almost slave labour and for resource extraction.

    Unless you view North Korea as a semi-permanent charity case, the “taebak” in North Korea is a problem.

    Unification means one of two things:

    1) The south subsidizes the North to keep the Kims in power and the North Korean people remain feudal slaves, with the NK army and feudal lords maintaining their power through South Korean force used against the North Korean people, or
    2) South Korea replaces the NK regime and proceed to manage NK.

    What does NK have to offer? A poverty-stricken, poorly educated (if educated), essentially low-wage workforce who will be in more or less ideological shock for at least two generations; resources to drain away for Southern benefit;

    And North Korea has nothing to sell except the slave labour it’s created in a slave state.

    I see a lot of criticism, but no realistic solutions from anyone.

    The problem is that North Korea has been a disastrous experiment – and it’s landed the people of NK in this predicament, worthless to anyone except as slaves. And kept as slaves by the rulers of Pyongyang.

    What would be your most realistic suggestion? And why does it always involve making sure the slave masters of Pyongyang feel secure and safe in their rule over the slaves they’ve created?

    Think on that for a 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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