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선학교 학생들이 바라본 한반도 변화” 프레시안

프레시안

“일본 조선학교 학생들이 바라본 한반도 변화”

2019년 4월 6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아시아인스티튜트
 

지난해 12월에 일본 오사카에 있는 동오사카 조선 중급학교와 요코하마의 가나가와 조선 중고급학교를 방문했는데, 고립된 채 유지보수조차 되어 있지 않은 학교 건물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정치인들은 북한과의 연관성을 이유로, 조선학교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하고 폐쇄하라며 지역 사회에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이처럼 일본 내 조선학교는 다른 국제학교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의심스럽고 위험한 것으로 취급받고 있다. 

1990년대 도쿄대학교에서 공부했을 때 동료들에게 조선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은 일본 사회의 엘리트였으며 우정을 바탕으로 소수 공동체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에 상당한 호소력이 있었다. 당시 나는 훌륭한 교육을 받은 동료들에게 감동했다. 내가 일본의 강력한 의사 결정 커뮤니티에 들어간 미국인이 된다는 생각에 고무되어 있었다. 

그들은 조선학교에 대해 아주 낯선, 전체주의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전통 의상을 입은 조선학교 학생들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은 채 평범한 일본인과의 교류를 거부한다고 했다. 일본인들 눈에는 조선학교와 학생들이 이데올로기적이고 융통성이 없으며 비밀스럽고 기이한, 마치 북한 음모의 한 부분처럼 묘사되었다. 

이후 조선 고등학교에 다닌 사람을 만나 그들이 일본에서 자신의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겪은 끔찍한 차별에 대해 알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다.  

東大阪 朝鮮中級学校 (2018年 12月)
 

Ⅱ. 
나는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서 12년 이상 살고 있다. 도쿄대에서 공부했던 시절과는 다른 시각으로, 조선학교를 찾은 셈이다. 특히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에는 능숙하지만 일본어는 그렇지 못한 딸 레이첼과 같이 조선학교를 방문했다.  

우리가 동오사카 조선 중급학교에 도착했을 때 나는 도쿄대의 오래된 기숙사가 생각났다. 1987년 당시 도쿄대 기숙사는 수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지만, 사려 깊고 창의적인 학생들로 가득했다(비록 지금은 다들 뿔뿔이 흩어졌지만). 

동오사카 조선 중급학교 역시 제대로 수리되어 있지 않았다. 건물 외벽의 페인트가 벗겨졌으며, 내부 콘크리트는 갈라져 있었다. 학교는 조선인 교육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우익세력에 의해 정부의 지원이 중단된 채 학교 학생들과 가족들의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지키고자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투쟁 의지는 강했다. 최근 한국과 일본 간 긴장이 높아지면서 한국에서도 조선학교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한국인을 적대시하는 우익세력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일본 내 조선학교의 투쟁 의지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됐다.  

우리가 방문한 시간은 토요일 오후였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과외 활동에 집중하는 학생들로 가득했다. 학생들은 몇 시간에 걸쳐 축구를 하고 그림을 그리며 전통 한국 무용과 한국 음악을 연습하는 등 자신들의 활동에 몰입했다. 

Ⅲ. 
나는 조선학교와 학생들의 모습에 엄청난 교감을 느꼈는데, 처음에는 그 이유를 몰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학교만의 특징이 눈에 들어왔다. 

학교에는 상업적인 시설이 전혀 없었다. 어디에도 광고가 없었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이미지는 상업 디자이너가 제작한 것도 아니었다. 화장을 하거나 유명 디자이너의 옷을 입은 학생도 없었다. 학교의 장식물은 오롯이 학생들이 활동의 일부로 직접 만든 것이었다.

학교는 협동을 통해 운영되는 소규모 공동체였다. 그것은 적대적인 환경 속에서 헌신적인 몇몇 사람에 의해 한국 문화가 보존되었다는 사실뿐 아니라, 1987년 처음 일본에 왔을 때 봤던 문화가 그대로 느껴졌다. 이에 지난 30년 동안 과도하게 상업화된 소비문화로 사라진 것을 조선학교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12명의 중학생들과 마주 앉아 아시아의 평화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하고, 일본 사회가 조선학교와 학생들에게 적대적인 압력을 가할 때 대응 방법 및 그들의 생각을 들었다. 학생들은 비교적 개인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말했다. 

학교의 기본 주제는 협력이었다. 학교는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는 곳이라기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팀의 일원으로 협력하는 곳이었다. 이런 태도는 개인을 파괴하는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날 나르시스트적 소비문화에 의한 인간성 파괴를 감안할 때 그들의 문화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레이첼은 학생들과 한국어로 대화했다. 레이첼은 그들과 점심을 먹은 뒤 오사카 시내를 구경하고, 저녁 8시가 다 되어서야 돌아왔다. 레이첼은 학생들과 오사카 시내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 주었다. 레이첼은 그들이 열린 마음으로 자신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배력하는 모습에 감동받은 것처럼 보였다. 

Ⅳ. 
그리고 며칠 후, 우리는 요코하마에 있는 가나가와 조선 중고급학교를 방문했다. 김찬욱 교장과 조선대학교를 졸업한 그의 딸이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왔다. 아버지와 딸은 지역사회에 기반한 교육 시스템 속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한일 양국의 대안 역사를 바로잡는 일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또 지금까지 학교가 어떤 압력을 견디며 살아남았는지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나와 레이첼은 우리를 위해 다코야키를 만들어온 15명 정도의 학생들과 함께 앉았는데, 레이첼은 나는 아랑곳없이 그들과의 대화에 빠져들었다. 

나는 김 교장과 함께 그의 사무실에서 한 시간 동안 일본에서 한국어로 교육을 하고, 일본 및 전 세계에 걸친 제국주의와 식민 통치의 유산을 정확하게 지적하는 데에 따르는 엄청난 어려움에 대해서 대화했다.  

김 교장은 일본의 심각한 사회 및 경제 문제에 관한 공개 세미나 자료의 사본을 보여주었다. 나는 조선학교가 당면한 실질적인 문제를 집중적으로 교육하면서 예술·음악·작문 등을 과외 활동이 아닌 필수 항목으로 교육하는 학습법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인상을 받았다.

Ⅴ. 
몇 달 뒤, 내 친구 가와나카 요가 가와가나 조선 중고급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여학생 3명, 남학생 1명 등 총 4명을 각각 A, B, C, D로 표시)을 인터뷰했다. 

학생들은 노래방과 프리쿠라를 좋아하는 여느 일본 학생들과 똑같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조선’이라는 정체성과 ‘분단’이라는 현실을 이해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조선학교의 교육 방식과 일본에서의 생활 방식이 나름의 조화를 이룬 것이다. 

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인터뷰 내용을 전한다. 

– 조선반도(한반도)에 통일과 평화의 징조가 보이는데, 학생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나

학생 A : 북남 수뇌회담이 진행되었을 때 이야기지요? 역사를 배우는 사람으로, 기쁜 일이지만 ‘겨우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벅차다.  

학생 B : 우리가 조국을 방문할 땐 보통 중국을 경유해서 간다. 그런데 ‘만약 통일된다면 남한을 거쳐 평양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수업 중에 했다. 

학생 C : ‘조선(북한)은 사회주의이고 한국은 자본주의사회이니까, 통일되면 어떤 사회가 될까?’ 같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학생 D : 우리 자신이 특별히 변한 것은 없지만, TV나 신문에서 ‘북조선, 북조선’ 하고 방송하던 게 눈에 띄게 적어졌다. 우리가 ‘통일의 한길로 걸음을 때기 시작했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분위기다.  

– 일본 사람들이 조선을 더 많이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나? 

학생 A : 글쎄요. 직접 만나고 교류하면, 선입관이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인식 등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내 여러 고등학교와 교류하고 있는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지막에는 ‘평범한 보통 고등학생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된다. 

사실 우리는 조선을 잘 아는 조선 사람은 아니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그렇다고 일본 사람도 아닌 조선과 일본 중간에 있는 느낌이랄까? ‘조선인’이 맞지만, 스스로를 ‘조선 사람’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좀 복잡하다. 경우에 따라 ‘조선 사람’이라고 규정되는 건 어색할 때도 있다. 다만, 이런 배경을 정확히 알고 편견 없이 평범한 한 사람으로 대해줬으면 한다. 

– 뉴스를 볼 때 어떤 미디어를 주로 이용하나. 일본의 주요 미디어가 보도하는 내용은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나 

학생 A : TV에서 정보를 얻는다.  

학생 B : ‘라인 뉴스'(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이 일본에서 제공하는 뉴스 서비스)에서도.

학생 C : 학교에 있는 조선(북한) 쪽 신문도 본다. 

– 다들 근처에서 사는지. 조선 학교와 지역 주민 간 교류도 궁금하다 

학생 A, B, C, D : 대부분 전차를 타고 통하교를 한다. 다소 먼 거리다. 

– 그렇다면 지역 주민과 교류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가? 

학생 D : 학교 행사가 있을 때면, 선전 포스터를 전달한다.

학생 A : 평상시에는 학교 앞 긴 계단길을 정기적으로 청소하며, 지역 주민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 우익 단체 사람들에게 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일본 사람 중에도 재일교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진 이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경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학생 A : 우리도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다. 자기 생각이 없으면, 작된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기 쉽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자기 생각’을 가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들과 교류할 때도 마찬가지다.  

– 일본에서의 생활, 만족하나? 노래방이나 프리쿠라(‘Print Club’의 일본식 발음으로,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도 좋아하나?  

학생 C : 좋다.  

학생 A, B : 일본의 평범한 보통 고등학생들과 같다.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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