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한국 문화가 한국 기업의 최대 자산이다”
2015년 6월 6일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한국의 다국적기업들은 글로벌 업계를 선도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인재들을 채용해 이들을 계속 근무하도록 만드는 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한국 기업들은 어떤 구체적인 단기적 목표 때문에 외국인을 채용하는 것 같다. 회사에 대한 그들의 충성심 확보에는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한국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많은 외국인과 이 문제로 대화를 많이 했다. 그들에게 최대의 문제는 회사가 한국인 직원과 외국인 직원에게 각기 근본적으로 다른 기업문화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이 아직 미성숙하다는 게 이런 이상한 상황의 원인이다. 진정으로 세계적인 업무 환경을 마련하기에는 사고방식이 충분히 글로벌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세계의 모든 문화권 사람들에게 적합한 기업문화를 발전시키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통념과 달리 나는 한국 기업이 서구 다국적기업의 복사판 같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래에 한국 기업들은 사양이 더 많고 더 저렴한 제품 덕분이 아니라 세계 각국 기업들이 재현할 수 있는 ‘코리안 스타일’의 경영 기법을 창출함으로써 성공할 것이다. 또 외국인 직원들이 높은 급여 때문이 아니라 그들에게 혼을 불어넣는 기업문화 때문에 회사에 남아 있게 만들어야 한다.
한국인들은 서구식 경영의 모든 측면을 수용했다. 딱 한 가지 예외가 있다. 자신의 습관과 문화를 경영·협상, 비즈니스 에티켓의 국제적인, 보편적인 표준으로 발전시켜 세계 모든 나라 사람들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전략이다. 서구 기업들은 서구적 접근법을 보편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성공했다. 한국인 또한 한국식 접근법을 보편적으로 만들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아무리 글로벌화해도 문화 유전자는 한국 소속이다. 한국 기업들이 최상의 한국 문화 요소를 직원과 고객에게 전략적으로 제시하지 않는 것은 잠재력의 극대화를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다. 아시아 문화는 서구인에게 점점 더 큰 인기를 끈다.
한국인 직원이건 외국인 직원이건 무형의 가치, 즉 회사의 미션에 깔려 있는 근본 가치에 충성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국인과 외국인 직원이 한 팀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은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라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외국인 직원은 자신들이 일하고 있는 회사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소개하는 영문 문헌을 보면 번역이 엉성할 뿐만 아니라 내용이 진부하다. 회사의 철학과 가치, 비전을 시적(詩的)이고 우아하며 힘있는 영어 문장으로 표현한 문헌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직원에게 영감을 주고 그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책 자체가 회사를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핵심 가치를 매일 매일 회사에서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국인 채용에는 연봉보다 핵심 가치가 더 중요하다.
기업문화는 그 구성원으로 하여금 그들이 전통의 일부라고 느끼게 해줘야 한다. 모든 사람을 포용하며 미래를 제시하는 전통이다. 제품은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제품의 밑바탕에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비전이 깔려 있어야 한다. 회사의 전 직원은 미래를 만드는 작업에 자신이 참가하고 있다는 친밀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Read more of this post